난 항상 저녁에 일찍 의상실일을 끝내고 민수씨를 만나러 나가곤했다
이건 의상실 주인의 배려였고 아끼는 마음에서였던 것같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는 유일한 데이트시간이었다.
그리 갈 곳이 마땅치않아 대부분 밤시간이라서 다방에서 만나는 것이 다였다.
일주일 정도 만난 어느 토요일이었던 같다.
우린 정말 순수 그 자체였다.
민수씨와 나는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하고 호칭은 쓰지 않기로 했다
나이는 한 살차이밖엔 나지 않았다
" 진아? 손 좀 잡아도 되니?"
"으응..."
우린 손을 살면시 잡고 천천히 길을 걸었다.
조금 동네와 떨어진 조용한 곳으로 가서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이 다음에 결혼을 하면 시부모님을 모시게 된다면 어떠냐고 갑자기 물었다.
난 생각해본 적도 없고 더구나 결혼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생각없이 내 마음을 털어놨다.
'''''''''''''''' 난 사랑받는 아내 사랑받는 며느리로 살고 싶어"
" 농사짓는 것은 어때?"
"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농사를 짓던 고기를 잡던 주어진 길로 갈거야 난"
" 음..."
"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
" 아니 그냥 네가 어떤생각을 하나 궁금해서..."
" 그래?"
잠시 대화가 끊겼다.
" 진아? 다음 주 월요일이면 부대로 들어가는데
이번 주는 그렇고 다음 주 휴일에 포도밭갈까?"
" 글쎄..."
" 싫어?"
" 그게 아니고 우리 집엔 어떻게 이야기하구 가니?"
" 부모님 무섭니?"
" 내가 자꾸 부모님을 속이는 것같아서 좀 그래..."
내가 머뭇거리자 그는 말을했다
" 그럼 의상실 식구들하고 같이 가는거야 어때?"
'''''''''''''''' 애고~ 머리가 잘도 돌아가는구만...''''''''''''''''
" 알았어"
" 내가 누님한테는 말할께 알았지?"
" 응"
그럭저럭 하루하루 짧은 만남이었지만 정이 들은 것같았다.
일요일아침
엄마에게 말씀드렸다. 놀러간다고..
난 아이보리색 가디건과 배지색 바지차림으로 의상실로 향했다
오전 9시 쯤
다들 모여서 정해진 포도과수원으로 향했다.
검은 포도알이 탐스러웠다.
원두막에 앉아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실컷 포도도 먹었다.
오후 1시쯤에 각자 헤어져서 돌아가고 민수와 나만 남아서
천천히 걷다가 쉬다가 하면서 이야기 하면서 걸었다.
오솔길을 따라 어느만큼 왔을까...
마을 어귀를 벗어날 때쯤...
민수는 다방에 잠깐 들어가자고 했다.
" 힘드니"
" 아니"
" 시원한 쥬스로 먹을까?"
" 그래"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 진아?"
" 응?"
" 나 어떻게 생각해?"
" 무슨소리야. 어떻게 생각하다니?"
" 좀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
" 그럼 결혼이라도 하자는 말이니?
야! 감민수! 우리 만난 것이 한달이 됐니 아님 1년이 됐니?"
" 만남의 기간이 뭐 그리 중요하니?"
" 내가 솔직히 이야기할께... 난 학교두 중학중퇴야 넌 고등학교졸업이라매?"
" 진아? 학벌이 뭐가 그리 중요해?
" 난 널 그냥 편하게 생각한 것 뿐이야 난 여러가지로 네 상대가 될 수없어... "
" 나 솔직히 말할께 군대 가기전 여자들 꽤 많이 사귀어봤어 그렇지만 그냥 친구처럼 부담
없이 만난친구들이지 결혼을 전제로 만난 여자는 없어 ...내 나이도 어렸고 4H활동때문에 만난 친구들지"
" 그래서?"
" 난 네가 좋아..."
" 남자들은 무조건 이런거니"
" 난 아직 널 잘 몰라"
갑자기 우린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말이다.
"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자 응?"
" 아니 난 그럴 수없어!"
" 그럼 어쩌자는거야!"
" 일단 오늘 그냥 여기서 헤어지고 내일 부대 들어가기 전에 의상실에 들를께 알았지?"
그리고 우린 헤어져서 각자 돌아갔다.
집에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도대체 날 어딜 보고 좋다는 것인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고민을 하고 있는 것보니 나도 어쩌면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는지도 모를일이었다. 아마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고
나에게 정을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고 있었던 같았다.
'''''''''''''''' 내가 지금 뭔가에 홀리는 것같다''''''''''''''''
이튿날 아침에 여느때와 다름없이 의상실에 출근했는데
아침 10시쯤인가...
민수가 군복차림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갑자기 주인언니하고 할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나가자고 했다.
언니는 잠깐 다녀오겠다면서 민수와 함께 나가셨다.
한 30분 쯤 지났을까... 언니가 오셨다.
내 얼굴을 쳐다보시면서
" 미스 정?"
" 응"
" 작별 인사는 해줘야지 얼른 나가봐 그 다방으로..."
나는 빠른걸음으로 다방으로 향했다.
" 마지막 휴가이니깐 얼굴 잘 봐둬...하하"
난 미소를 지으면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못내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 이거받아"
난 그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이란 책을 그에게
내밀었다.
" 항상 건강하고 군복무 무사히 끝내고 와서 다시 만나자"
" 그래 너도 잘있어 편지할께"
" 잘가"
우리는 서로 악수를 하면서 못내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이 만남과 헤어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의상실로 돌아온 나는 좀 더 부드럽게 해줄 껄 하는 아쉬운 마음이었다.
갑자기 언니가 불렀다.
'''''''''''''''' 미스 정? 이리 와봐!"
" 알았어"
방으로 들어가니 언니는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어떠냐고 아쉽냐고 물었다.
말없이 그냥 미소 지으면서...
언니는 말했다.
" 민수가 며칠 전에도 말했지만 오늘도 간곡히 부탁하고 가더라 미스 정 너말야"
" 무슨부탁? "
난 정말 내숭을 떨고 있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 널 정말 달리 생각하고 있는 것같았어"
" 언니한테 그런 소릴했어?"
민수가 제대하려면 몇 달 안남았다고 제대할 때까지 꼭 잘 데리고 있으라고 하더란다.
'''''''''''''''' 언니 민수를 만난 것이 몇 달이 됐어? 아님 몇년됐엉? 민수가 좋은아이라는 것 나도 알아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 편지 서로 하면서 잘 해봐 너도 그리 싫진 않지?"
" ..."
그가 돌아간지 일주일만에 편지가 왔다.
완전 예전과 달리 대범하게...
''''''''''''''''사랑하는 진아'''''''''''''''' 이렇게 서두로 구구절절히 내용두 애절하게...
날이 갈 수록 나도 모르게 그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냥 행복에 젖어서...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