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돈한푼 없고 얼굴도 기냥그런 아버지가 어케 울 새엄마를 사로잡았는지 미스테리였지만 이제 세상을 알고 그이유를 짐작은 한다네.
아마 모두가 상상하는 그 이유가 아닐까..
그.. 거.. 음.. 거시기말일세.. 그런거겠쥐.
하여간 우리아부지 새엄마한테 잘보이느라 넘 몸을 혹사하신 탓인지
아니면 색정녀 우리 새엄마한테 모든 정기를 빼앗긴탓인지..
고저 시름시름 앓더니 어느날 세상을 뜨셨네.
천지가 무너지는 기분이었지.
아버진 나한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고
또 내가 기댈수 있는 유일한 기둥이었으니 말야.
하여간 그때부터 내 잔머리는 굴러가기 시작했어.
때론 아주 부지런히 굴려야 했지.
밤에는 내 대굴빡굴러가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신경쓰며 살았네.
잔머리.. 내 살아감의 비법이야.
어쨋든 난 이집에서 쫓겨나지 않아야했어.
울 새엄마와 언니들은 지금까지 알려진대로 성질이 꽤나 드러운 편이라 피한점 안섞인 나를 공짜로 밥먹여줄 위인들은 아니였어.
그래서 난 노가다를 시작했네.
일단은 이집에서 필요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팍팍 심어줄 필요가 있었거던.
우리 새엄마도 부지런히 나 못지않게 머리를 굴리시더만
결국 결론을 내리시더군.
나 신데렐라가 이집에 엄청 필요한 인물이라는걸 말이지.
나의 계획은 이집에서 내 신임을 두둑히 얻어낸후
때를 잡아 한밑천 훔쳐서 쌩하고 날라버리는 거였지.
하지만 워낙 우리 새엄마가 야무진 위인이라
한밑천은 커녕 까딱하다간 이집의 가정부로 전락할 위기에까지 놓여졌었어.
금고란 금고마다 모두 손바닥만한 자물통을 채우고
나를 신임하기는 커녕 그것들이 다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지.
사는게 힘들어지기 시작했어.
물론 부지런히 가능한한 최소의 푼돈을 눈치안채게 최대한 많이 쌔비고 있었지만. 아무리 모아도 푼돈은 푼돈인거.. 자네들도 잘 알지?
그런데 내가 이집의 노가다를 전담하며 획득한게 생겼지.
나중에 내가 지금 내남편과 결혼을 할수있게 해준 그것.
바로 이미지 이미지란 말이지.
자네들 사는 세상은 이미지 전쟁 아닌가.
기업마다 제품마다 얼마나 이미지를 좋게하는가..
그걸위해 광고도 하고 이벤트도 하고..
그 이미지를 난 얻었네.
나중에 요정까지 넘어갈정도의 이미지.
바로 착하다는것. 가엾다는것. 그것말이야.
동네사람들이 나와 새엄마를 보고 수군대기 새작했어.
돌아간 남편 딸 학대하는 나쁜 새엄마.
그러면서도 새엄마에게 효도하는 착한 의붓딸.
동네는 나에대한 좋은 소문으로 떠들썩했지.
그시절이야 워낙 마을마다 작았잖나.
착한여자콤플렉스.. 내가 그런것이 있었는지.
나보고 착하다니까 눈이 뒤집히더만.
기분 끝내줬지.
동네 아들가진 엄마들 마다 날 며느리삼고 싶어하고 그랬으니 말이야.
나 더더욱 길을걸어갈땐 온세상 힘든 짐 다 떠맡은 여자마냥 가냘프게 걷고 이따금씩 슬픈눈도 하고 그랬다네..
그럴수록 사람들은 나 가엾다고 난리였어.
지금생각해도 천재적인 연기라 할수 있지..
마을사람들에게 신데렐라 하면 착하고 가엾어. 이미지를 심어준후
난 슬슬 뺀질거리기 시작했네. 집안살림도 엉망이였지.
그리고 제법 대담해져서 새엄마의 보석이며 돈들을 빈틈이 보이면 꿀꺽 삼킨후 모른척 잡아떼기 시작했어.
새엄마는 나에대해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어.
어느날 조용히 불러 나에게 얘기하더군.
나가달라고.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조용히 짐을 쌌다네. 그것도 들수있는한 최대한 크게 말이야.
집앞을 나서 비척비척 걷다가 사람들이 북적대는 장터에서
조용히 쓰러져줬지.
난리가 난거야.
사람들은 내 상황을 눈치챈듯 새엄마를 욕하고 나를 주무르고.
간지러워서 참느라 혼났네 그려.
그 일이 있은후 감해 새엄마는 나를 건들지 못했네 그려.
소문이란 워낙 빨라서 나의 가엾음에 대해 알지못하는 사람이 근방에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야.
그러니 날 쫓아냈다봐.. 새엄마는 마녀사냥이라도 당할 정도였어.
후후.. 그 소문이 지금까지의 오해로 이어진거야.
내가 무쟈게 착하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