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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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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흔


BY 아지매 2003-05-22

그녀는 힘차게 부풀어 오르던 풍선이 펑 소리와 함께 터져버리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긴 시간 비염과 씨름하던 그녀를 조금은 안스럽게 여겨줄줄 알았는데.....
그녀의 남편은 마흔 줄에서 허덕이는 아내를 아예 거들떠 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저 습관처럼 같이 잠들고 깨어나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념에 젖어들자 그녀는 문득 그리움, 절절함, 설렘 다 사라져 버린 지금 새삼 남편의 관심을 기대한 자신이 초라함을 넘어 안스럽기까지 했다.
"야속한 사람. 빈 말이라도 잘됐다는 말 한마디 해 주면 어디 덧나나?"
그녀는 남편이 더한층 원망스러웠다.
오직 남편과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접은채 앞만 보고 달려온 날들이 한 순간 물거품 되어 급류를 타고 있는 듯한 상념에 젖어들자 한차례의 어지럼증이 일어났다.
눈을 지그시 감고 어지럼증을 삭이던 그녀는 번쩍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 세상은 그녀의 모습과 판이한 젊음의 빛인 초록 물결이 바람결에 일렁이고 있었다.
'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 시절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
그녀는 눈이 부신 초록 물결을 바라보며 새 힘을 얻고자 애썼다.
"칫,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면되지? 뭐가 대수냐."
그녀는 입술을 도톰하게 오물어 삐죽거리며 전화 수화기를 들더니 검지손가락으로 탁탁 소리가 나도록 힘차게 다이알 번호를 눌러대었다.
작은 언니 핸드폰 번호였다.
"가슴 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패티김의 '초우'가 귓전을 맴도는가 싶더니 가슴을 파고 들려는 순간 언니의 카랑한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향미구나. 왜 무슨 일 있니? "
"그럼, 있지. 그것도 아주 빅뉴스로."
"빅뉴스? 로또 복권이라도 됐냐?"
"참 언니두. 그래도 잘 나가는 국립대 교수 마누라께서 웬 돈타령이우."
"호호.하다 주변에서 난리들이니 그렇지. 우리라고 별수 있냐? "
"하긴, 그렇지만 나에게는 로또만큼 큰 사건이나 다름없지."
"야. 궁금하다. 어서 정규방송 틀어라."
잔뜩 궁금해진 작은 언니는 그녀를 다그쳤다.
"언니. 언니 말대로 아침마다 식염수 요법을 했더니 코가 뻥 뚫렷어. 정말 신기해! 다 언니 덕분이야."
"난 또 뭐라고. 하여튼 축하한다. 이제는 숨 좀 쉬며 살겠구나."
" 응, 그래 이제 숨 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어. 그리고 진드기처럼 달라붙던 비염 이제는 바이바이야."
"야. 너무 좋아하지마. 잘못하면 재발할 수 있으니...."
한창 기쁨을 전하는데 그녀의 작은 언니의 찬물 한바가지는 그녀를 또다시 불안한 마흔으로 밀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