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배가 불쑥 튀어 나온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주인 여자가 맞이하였다.
"맥주 3병만줘요.."
여인은 들어서자 마자 거침없는 말투로 맥주를 시켰다.
"그리고 안주는... 너....너.....혹시..."
"언........니....."
18년만의 만남..
비록 많은 시간이 흘렀고, 또 모습 또한 과거 화려한 몸매도 사라지긴 했지만, 그들은 서로를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과거 부산에서 같이 창녀로 생활한 동지이며, 또 어느 여자 아이가 태어날 때 옆에서 그 아이의 탯줄을 잘라주며
그 곳을 떠날때 같이 울어준 그 사람이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 부둥켜 안고 옆에 손님도 의식하지 않은채 엉엉 울기 시작하였다.
"마리야... 그동안 어떻게 살았니? 에구 무심한 것.."
"언니... 언니도 많이 변했구나....."
그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는 동안 여자 아이는 그들 옆에 다가 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여자 아이가 옆에 와 있었는지를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마리? 마리는 내 이름인데......?"
여자 아이는 혼자서 중얼거리고 옆에 서 있었다.
"너.. 안보이길래 혹시하는 생각했어.... 네 년이 혹시 죽지나 않았을까 하는......"
그때서야 옆에 아이가 온 것을 눈치 챈 가게 주인은 앞에 앉은 언니라는 여자에게 눈 사인을 보내는 것이었다.
"마리야.... 이리와서... 인사해... 이모란다.."
주인 여자는 소녀에게 처음 보는 사람을 이모라 소개하였다.
18년동안 엄마는 소녀에게 그 누구도 인사를 시키지 않았으나 특별히 이 배 내온 여인에게만은 이모라 한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서마리라고합니다."
"네....가..... 네.....가 ... 그 아이구나. 이리온..아가야.."
언니라는 여인은 그 아이를 보더니 마치 통곡을 하듯 울며 그 소녀를 꼭 안아 준 것이다.
소녀는 너무 아파 그 품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였으나, 그 힘이 너무 강해 도저히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주인 여자는 다른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샷다문을 바로 내려 버렸다.
소녀는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런 모습의 엄마는 오늘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주인 여자는 소녀에게 용돈을 주며 나가서 놀다 오라고 하였다.
소녀는 그러한 엄마의 모습이 너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에 소녀도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나가는 척 하다가 몰래 뒷 문이 있는 주방 쪽으로 숨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아무래도 엄마가 이상해. 저 아줌마가 뭔데 우리 엄마를 저렇게 울리지?
내 이름이 마리인데 왜 저 아줌마는 엄마한테 마리라고 한 것일까?"
소녀는 처음부터 너무나도 궁금한 것이 많았다.
가게 주인은 소주를 테이블 위에 가지고 와서 한 숨을 내 쉬었다.
"마리... 너 많이 고생했겠구나..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것을 보니 정말 대견스럽구나.."
"언니두 많이 변했네? 그래.... 그간 언니는 어떻게 살았어?"
"나야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 그 짓으로 먹구 살지. 요즘 계집 년들은 우리때하고는 틀려.
끄덕하면 나가고.. 다른 집에서 돈 더 준다면 쏜살같이 달려가고... 뭐라고 잔소리라도 한번하면 바로 뛰쳐 나간다니깐..
그것도 어디 멀리 다른 곳이나 가는 줄 아니? 바로 옆 가게로 가는 거야. 그러니 속 썩지 속 썩어."
"그렇구나.. 어디서 하는데..? 아직 부산에 있는거야?"
"아냐... 너 떠나구 나도 얼마있지 않아 그 곳을 떠났어. 이것 저것하다가 다 까먹구 뭐 할게 있어야지.
하는 수 없이 이 짓거리 다시하게 되었지. 나도 서울 올라온지 벌써 10년도 넘었어. 이 곳 영등포로 오자마자
한 년이 도망쳐서 화가 나서 입가심할려고 들어온 것이었어. 그나 저나 아까 그 아이가 그때 그 아이 맞니?"
"엉? .......응.. 이쁘게 커 주었지. 다행히 아무것도 몰라. 물론 내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절대 비밀이구...."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런데... 이름이 마리?"
"응... 특별히 뭐라 할 것이 없어서 그냥 마리라고 불렀어. 아마 이 엄마의 이름이 한때 마리였다는 것을 알면 놀랬걸?"
"그렇구나.. 하긴 우리같은 여자들이 본명이 어디있니? 우리도 너의 본명이 뭔지 모르고 그냥 마리라고만 불렀으니깐..
저 아이가 지금 몇 살이니? 많이 성숙해 보이는구나. 하긴 그 나이 땐 우리도 젊고 예뻤으니깐.."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야. 18살이지. 내가 처음 그 곳에 들어갔을때가 18살이었으니깐..."
소녀는.... 아니 마리는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좀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과거 친했던 사이였으며, 같은 곳에서 일했다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아이 낳을 때가 니 나이 스물 한살이었으니깐... 저 놈 배꼽 이쁠까 모르겠네? 그때 내가 잘라 주었는데....
하긴 창녀촌 골방에서 애 낳은건 저 애 밖엔 없을거야."
"쉿! 조용히 해.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쩔려구... 우리 마리한테는 절대 비밀이야.
내 과거도 그렇고 그 곳에서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가운데 태어난 것이라도 알면 우리 마리 어쩌려구..
죽을때까지 절대 비밀이야."
"그래... 이것아... 딴 생각먹지 말고 열심히 살어. 니 딸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계속하여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하였다.
이.....럴.......수.....가....
마리는 그때서야 자신에 대하여 모든 궁금증을 알 수 있었다.
마리는 충격을 받았다.
벽을 기대는 순간 옆에 있던 그릇이 떨어지며 파열음이 들렸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두 분은 그 파열음 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마.....리...야..."
엄마의 외마디에 마리는 그대로 뒷 문을 이용해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