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주변의 반대를 무릎쓰고 그 아이를 낳은 것이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가운데 태어난 아이.....
아이가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창녀인 엄마의 욕심에 의해 태어난 아이였던 것이다.
그 여인은 그 아이를 계기로 그 생활에서 종지부를 찍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래.. 잘했다. 잘했어.... 어차피 이 곳 생활 우리도 나이 먹으면 갈때도 없고....
어차피 떠나야 할 인생... 그 아이나 잘 키워.. 이것아.."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인은 그렇게 말하며 눈가를 젖시고 있었다.
"고...마워...언...니..."
여인은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 싸늘한 새벽 아이를 안고 그 허름한 공간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래... 다시는.. 다시는 이런 삶을 살지 말자... 우리 애기와 정말 보란듯이 살아보자.."
여인은 눈물을 삼키며 혼자말을 중얼거리며 새벽의 거리를 떠나고 있었다.
"에구 불쌍한 것... 그저 밥이나 제때 먹구 잘 살아가야 할텐데.."
또 다른 여인은 피범벅이된 방을 치으며 문을 닫았다.
이윽고 불이 꺼지면서 새로운 하루는 시작되었다.
여인은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일을 시작하였다.
식당에서 설거지도 하였고, 쓰레기 하치장에서 쓰레기도 주웠으며, 보따리 하나 들고 장사도 해 보았다.
하지만.....
하지만.....
그녀는 창녀였었다.
배운 기술(?)이라고는 남자를 유혹하는 것 밖엔 없었던 그녀는 생활의 어려움을 느껴 딸 아이를 데리고
또 다시 밤거리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직까지 젖을 찾는 아이를 냄새나는 골방에 두고 여인은 휭양찬 불빛이 있는 곳에 앉아있었다.
비록 화려한 모습에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여인의 마음은 찢어지도록 울고 있었다.
"그래.. 비록 나는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우리 애기.. 우리 애기만은 그 어느 아이보다도 화려하고 예쁘게 키우리라.."
여인은 굳은 마음을 먹고 열심히.. 아주 열심히.. 자신의 몸을 팔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느덧 아이는 자라.. 네살이 되는 해..
여인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곳이라 여긴 서울로 상경하였다.
그 동안 열심히 몸을 팔아 모은 돈으로 여인은 서울의 조그마한 호프집을 하나 인수하였고,
여인은 그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하는 여인이기에 장사는 번창해 나갔고, 아이는 어느덧 예쁜 초등학생이 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여인은 호프집을 청산하고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으로 카페를 하나 인수하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밝아 보이는 아이...
그 아이로 인해 여인은 지난 날의 자신을 서서히... 아주 서서히 잊어 버리고 있었다.
아이는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성에 서서히 눈을 뜨면서 왜 자신에게는 아빠가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러나 굳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들을 엄마에게 묻지는 않았다.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 흘러 갔다.
아이는 어느덧 예쁘게 자랐고, 여느 아이보다도 더 성숙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그 아이가 고등학생 3학년이 되던 해....
그 아이의 나이 열여덟살이 되던 해...
그 아이는 자신의 18년의 세월의 시간을 한 순간에 알게되었다.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은.......
마리.......
마리였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