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리 오세요. 여기 이쁜 언니들 무지 많아. 모자쓴 오빠가 오늘 한턱 쏘는 거야? 몇 명인데? 숫자만큼 맞출 수 있다니깐?
다른 집 가봐야 우리 집만한 애들도 없어. 그냥 여기서 놀다가~"
여기 저기에서 지나가는 남자 (아니 그들에게는 "돈"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를 부르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하늘엔 별과 달이 서로 연애하듯 속싹이고 있을 시간 이 공간도 이 시간을 놓치면 오늘 하루도 헛되이 보내게 되는 것이기에
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열심히 자기 일에 충실하고 있었다.
이러한 무리들 속에서 우리의 "마리"도 조용히 앉아있었다.
"얘들아~ 손님들 들어 오신다. 어서 어서 모시고 들어가~"
길거리에서 삐끼를 하던 뚱뚱한 한 여성이 우리의 "마리"가 있는 곳으로 살짝 윙크를 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 뚱뚱한 여성을 따라 중후하게 생긴 사내들이 들어오며 곱게 앉아있는 여성들을 지목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 사내의 지목에 우리의 "마리"도 소리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고 있었다.
그들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창녀...... 창녀라고........"
"좀 더...... 좀 더....... 힘을 주란 말이야~!"
"아..아~~ 너..무...... 아....앗~!!"
"그래... 그래... 나온다... 나와... 조금만.. 조금만 더.."
"아..... 아....악...."
"으엥~ 으엥~~"
"딸....딸이야.."
부산 남포동의 뒷 골목 어느 구석진 골방에서 들려 나는 소리였다.
어느 한 여성이 그 어두운 골방에서 출산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내 들려 오는 울음 소리...
"흑..흑... 언...니.."
"그래..이년아 수고했어... 애기가 어쩜 이렇게도 지 엄마를 똑같이 빼닮을 수 있누?"
출산한 여인은 아이도 차마 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만 울어. 이것아. 이제 울어봐야 소용도 없는거야. 어차피 네 년이 내린 결정이니깐 받아들여.
이 아이좀 봐.. 얼마나 예쁜데.. 이것아.. 이 핏덩이가 네 딸이야.."
그제서야 그 녀는 아이를 안고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녀는 바로.... 우리가 흔히 부르는 "창녀"였다.
그리고 그 아이는 바로... 창녀의 딸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