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엄마 좀 보재.”
딸애가 툭 던지듯 말했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융통성 없는 딸이 무슨 문제라도 일으킨 것인가 걱정이 되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딸애는 짧게 답하곤 제 방으로 들어갔다.
딸애가 등을 보이면 난 늘 쓸쓸해진다.
내 안의 소중한 것이 무너지는 느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간식을 준비해 딸애의 방문을 노크한다.
간식을 내미는 나를 딸애는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나는 책상위에 간식을 두고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다.
딸애는 싫은 표정을 한다.
나는 머슥해서 방을 나선다.
“딸칵.”
문 잠그는 소리가 난다.
딸애가 나를 거부하는 소리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딸애를 사랑하는데 딸애는 내가 귀찮은가 보다.
기운이 스르르 빠진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에게 자리를 권하면서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서인이에게 특수 교육을 시키면 어떨까 해서 어머님을 좀 뵙자고 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탁월하긴 하지만 특히 과학쪽에 재능이 뛰어나요.“
나는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영재 프로그램 안내서를 몇 장 보여주셨다.
안내서를 받아 든 나는 딸애가 점점 더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싫었다.
딸애는 내 소중한 보물인데 그 보물을 다른 사람이 앗아가려는 것 같다.
딸애는 나보다 공부를 택할 것이다.
“생각해 볼게요.”
교실을 나서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 아이의 재능이 뛰어나다는데도 좋기만 하진 않은 이상한 감정.
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우리 아버지처럼 수치가 아닌 자랑이 되고 싶어 최선을 다해 사는데
딸애는 그걸 왜 몰라 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