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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가 떠난 회사는 어쩐지 낯설었다. 아직도 문득 문득 목련은 그가 거기에 있는지 바라보는 습관이 생겨졌다. 언제라도 바라보면 그가 거기서 웃고 있을거같고 농담을 건네올거같고 지금이라도 금새 출입구를 열며 들어설거 같았다
그런데...
그는 없었다. 지금은 적응이 되어야할텐데 목련은 왠지 그럴수가 없었다. 목련은 경희씨를 통해서 얼마전에 사장님이 병원서 퇴원하고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고보니 문병도 못갔다. 아니 사실은 자신을 보면 더 화가 나실거같아 가지 못한 것이다.
띠-
사내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목련은 무슨전화인가 싶어 얼른 받았다.
"네. 한목련입니다."
"목련씨. 여기 비서실입니다. 사장님께서 뵙고 싶어하세요. 시간 괜챦으시면 지금 올라오십시오"
"저를요? 혹시 무슨일인지 아시나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알겠습니다."
무슨일일까. 목련은 조심스레 사장실로 발을 향했다. 어쩐지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다. 그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그렇다고 안갈수도 없었다. 어찌됐든 자신은 회사에 다니고있고 그분은 최고 우두머리인 사장이니까.
"사장님. 한목련씨가 왔습니다"
"들여보내요"
그녀를 보자마자 비서는 잽싸게 인터폰을 눌렀다. 그래서 목련은 그녀가 안내하는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뵌 할아버지는 얼굴에 많이 상해있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그런일이 있었는데...
"왔니? 게 앉거라"
"안..안녕하셨어요? 헌데 무슨일로..."
"미스김. 여기 마실것좀 가져와요"
할아버지는 인터폰으로 비서에게 시원한걸 가져다 달라며 목련의 물음은 회피하고 있었다 할수없이 목련은 차가 오는동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마시거라."
"고맙습니다."
목련은 비서가 내민 찻잔을 조심스레 끌어당겼다. 긴장때문인지 솔직히 차맛을 느끼지 못했다. 빨리 무슨말이든 해서 이방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내가 밉지 않니?"
목련은 할아버지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왜 그런말씀을 하시는건가. 왜 자신이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아뇨..."
"미울거야. 왜 안그렇겠니. 미안하다..."
목련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하나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어느새 들어선 보라가 할아버지가 곁에 볼을 비비곤 밝은 표정으로 목련의 맞은편 쇼파에 앉고 있었다.
"음..왔니. 미안하다 목련아.사실은 내가 보라도 오라고 했어. 차를 마시자고 한건...보라가 올때까지 기다릴 심산이었다. 미리 알리지 않은건 사과하마. 혹시라도 니가 미리 나가면 않될테니 말이다."
비로소 목련은 할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했다. 그런데 왜 자신과 보라를 부른 것인가.
"보라야. 우선 나는...심히 유감스럽구나...먼저 상우의 일은...미안하게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상우가 약혼을 파기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니 할아버지께나 아버지, 그리고 너에게 어찌됐든 내가...미안해. 죄송스럽고..면목이 없구나"
"!!"
할아버지의 말에 목련은 너무 놀라고 말았다. 상우가 약혼을 파기했다고? 목련은 믿을수가 없어 보라를 건너다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라의 표정은 읽어낼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걱정마세요 상우씬 다시 돌아올 거에요 저흰 모두..그렇게 믿고 있어요. 전 기다릴거구요. 그러니 넘 심려치 마세요."
"보라야...먼저 한가지 물어볼게 있다. 너...목련이에게 혹시..사과할 일은 없니?"
보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긴 그녀가 자신에게 사과할 일이 대체 뭔가. 목련은 오늘따라 할아버지가 참 이상하시다..라는 생각만 되풀이했다.
".........없는데요."
"정말이냐?"
"네."
"알았다. 그럼 일단은 이걸 보고 이야기하자꾸나."
할아버지는 무슨 화면인가를 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버튼을 누르자 눈에 익은 사무실 풍경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목련은 집중해서 보다가 그곳이 결코 낯선곳이 아니라는 것을 캐치했다. 그곳은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 안이었으니까.
"저...저곳은!!"
보라가 놀라서 소릴 지르고 있었다. 화면엔 상우가 들어와 가방을 황급히 책상옆에 놓은후 뛰쳐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뭐가 그리 급한지 그는 문도 제대로 닫지 않은채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다음 보라가 그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낯선 남자가 들어와 가방을 가지고 나가고 있었다. 보라는 아무렇지 않은 듯 사무실에 앉아 목련이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제서야 화면을 껐다. 잠시 조용한 침묵이 방안에 감돌기 시작했다. 긴장으로 팽팽해진 세사람의 가슴만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왜..왜그랬니 보라야?"
목련이 먼저 보라를 향해서 말을 열었다.
"할아버지...어떻게..어떻게 이걸...!"
"몰랐니? 우리 회사엔 감시 프로그램이 있었다는거. 더군다나 그곳은 아주 중요한 곳이야. 없을 리가 없지. 나도 잊고 있었는데...상우가 문득 보고싶지 뭐냐. 그래서 꺼내보게 되었다. 설마...그게 너일줄은 나도 상상조차 못했다. 들어왔던 저남자는 네 운전기사가 맞지?"
"죄..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목련이만 위해주는 상우씨가 미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목련이는 더 미웠구요. 어떻게든 쫓아내고 싶었어요 단지 그뿐이었어요"
"보라야, 그래도 그렇지...이런건 너답지 않구나! 이건 범법행위야. 처벌받을수도 있는...니가 무슨짓을 저지른건지...알고나 있는게냐. 어떻게 이런일을 저지를 생각을 한게야! 하마터면 애꿎은 목련이만 의심받고 상처받을뻔 했쟎니!"
"..................."
"그런줄도 모르고 상우 그 바보같은넘은 니 아빠에게 나몰래 돈까지 빌리고...어쨌든 보라야. 이쯤에서 끝내마. 더 이상 사건이 확대되길 원치 않는다. 목련이 너도 이해해줄수있겠지?
할아버지의 한숨이 커다랗게 울렸다. 목련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자신역시 보라가 처벌받는 것은 원치 않는다.
"보..보라야...네가 어떻게...!!"
보라는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처음보는 할아버지가 보라를 향해서 믿을수없다는 듯 큰눈을 부라리며 바라보고 계셨다.
"할..할아버지!!"
"미안하다. 보라야. 아무리 말을해도 너희 할아버지가 믿지를 않아서...이럴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네. 친구! 내가 손녀딸을 잘못 키웠으이!"
"아닐세. 나역시도 그렇게 자네에게 떳떳하진 못해! 나가세. 이제 이 두아이 몫으로 남겨두고..."
"그럼세...가자구. 내 자네한테 미안하니...한잔 사겠네!"
두 할아버지가 나가시고, 한동안 정적이 두사람을 감쌌다. 목련은 친구인 보라가 왜 이런 행동까지 하게 되었을까 참으로 안타까웠다.
"내..내가...그렇게 미웠니? 그런일을 하고플 정도로 말이야 내가 너한테 뭘 많이 잘못한거야?"
"그래..미웠어 너무너무...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
"아무리 노력해도 날 봐주었으면 하는 그사람은 날 봐주지 않았어. 가까스로 그가 널 위해서 유학을 떠났을때...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 어렵게 어렵게...약혼까지 했는데...돌아오니 넌 다시 솔로였어. 죽이고 싶었지! 그것도 매일매일 마주보는 사무실안에서. 난 질투로 미칠거 같았어 다시 너한테 뺏기는건 아닌가 싶어서...어떻게든 널 쫓아내고픈 맘밖엔 없었다."
"보라야...미안해. 나란사람이 너한텐 그렇게 나쁜 존재였다니...차라리 솔직히 말해주지 그랬니. 그랬다면 나..기꺼이 떠났을텐데..."
목련은 그렇게까지 해야했던 보라가 안스러워졌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맘고생을 해왔던걸까 늘 밝은 모습의 그녀라서 그런건 정말 꿈에라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다 끝났어...끝났어! 이젠...정말 끝났어!!"
보라가 눈을 감았다 감긴 그녀의 두눈에서 굵은 눈물방울들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보라야...."
"내가 어리석었어. 목련아. 미안해. 너에게 나...더 잘못한거 많아. 알고있었어 아주 오래전부터...내가 상우씰 만난후부터...상우씨가 너 아주 많이 생각한다는거. 그리고 위해준다는거. 그런데도 나...두사람 갈를려고 했어. 그래서 어떻게든 널 용하씨에게 붙이려했던거야. 나쁘지 나...벌받은건가봐. 남 잘되지 못하게 해서....그래서 이렇게 지금...고통받는건가봐."
"그렇지 않아..그렇지 않아...보라야..."
"이..이런데도 넌..아직 날 친구라 생각해? 그럴수있니? 나라면 용서하기도 힘들텐데."
"무슨말이니 그게? 친구가 먼데? 좋을 때만 친구면 그게 어디 친구야? 친구는 어렵고 힘들 때 정말 어려울 때 용서하고 서로 위해주는게 난 친구라고 생각해. 좋을 때 만나고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그건 친구가 아니라,...그저 아는 사람일거야."
"목..목련아...날 용서해줄래?"
"용서라니? 보라야. 그렇지 않아. 난 이미...널 용서했는걸.."
"고..고맙다."
목련은 울고있는 보라에게 다가가 조용히 안아주었다. 한참 그녀가 흐느껴 울도록. 얼마나 지난것일까 보라가 몸을 떼더니 손수건으로 눈가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목련아. 나 한가지 물어봐도 되니?"
"뭘?"
"너 아직 상우씨 좋아하지? 아니...사랑하고 있지?"
"보..보라야!"
"알고있었어 니 눈빛을 보면...그걸 볼수있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상우씨랑 아무일도 없었어. 난 그러길 원했지만 상우씬 한사코 거절했지. 결혼식 올리면...정식부부가 되면 그때...하자면서 미루곤했어. 그런모습들이 더 상우씰 좋아하게 만들었나봐 요즘남자들 어디 그러니. 기회는 챤스라고 무조건 덤벼들려고부터하지..."
"!!"
"외국에 있을 때 너 때문에 상우씨가 술에 취한적이 있지. 괴롭던지 무진장 술을 먹더라구. 그날 내 아파트에서 잠을 잤어 몇일전 너와 상우씨처럼...난 거짓말을 했어. 함께 잠을 잤다고.......그는 순순히 믿더라.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는..그런 사람이야. 자신이 아직 순수하고 그리고 영혼이 맑으니까 남들까지 그럴거라고 믿는거야.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일에 책임을 느꼈을거야. 그래서 약혼도 한거겠지"
목련은 보라의 말을 들으며 비로소 알수있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그 한마디안엔 많은 단어와 말들이 표현들이...들어있었다. 마치 농축액처럼 그런 그의 모습과 향과 맛과...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이젠 알겠어. 상우씬 나의 짝꿍이 아니라는것을..인연은 어거지로 만들순 없는건가봐. 아무리 함께하고싶고 잡고싶은 사람이라도...그래서 보낼게. 만약...아직...니가 그를 조금이래도 생각한다면...생각하고있는거라면...얼른 가서 잡아. 목련아. 이제 더 이상...그를 힘들게 하지말구..."
"넌..넌 정말 좋은 친구야 보라야. 고마워!"
목련은 보라를 한번더 안아주곤 쏜살같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상우에게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