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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는 할아버지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라의 아빠는 정확히 그의 계좌로 약속한 금액을 송금해주었고, 그래서 그는 할아버지를 안심시킬수있도록 회사계좌로 돈을 계좌이체 시킬수가 있었던 것이다.
"젊은애가 왜그러는거니. 혹시 기가 허한게 아니냐. 아직은 총기가 흐려질 나이도 아닐텐데. 당췌 그렇게 정신이 없어서야... 내 잘 아는 한의원에다가 전활 넣어줄테니 시간내서 한번 들리도록 해라. 기가 허할땐 얼른 보충하는게 젤이야. 더군다나 할 일이 창창한 젊은 사람은 더 그렇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론 주의할테니, 염려 놓으세요!"
"그래도 이 할애비 말을 게을리 듣지 말아라. 건강은 평소에 챙기는것이야. 건강은 건강한사람이 더 챙겨야 하는 법이지. 건강을 잃었을때라야 비로소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걸 깨닫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네."
상우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해서 이일은 마무리가 될 것이다. 모든 내막을 일일이 할아버지께 말씀드릴수 없어서 상우는 죄송하고 송구스런 맘이 들었다. 그러나 할수없었다. 이일은 그 혼자만이 알고 덮으리라고 이미 결심을 굳힌 상태였으니까.
"사장님. 서보라씨가 왔는데요"
"오, 어서 들여보내도록 해요."
서보라? 상우는 그 이름에 인상을 가볍게 찌푸렸다. 설마 약혼녀 서보라는 아니겠지. 그가 알기론 할아버지는 일과 개인사는 철저히 구분하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사적인일로 회사를 드나든다는 것을 용납지 않을분인데...다른 직원인가. 아마 그렇겠지 싶어 상우는 방문입구를 바라보았다.
방문이 열리며 이쁘게 치장한채 미소를 지으며 보라가 들어서고 있었다. 상우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가벼운 목례만을 건네곤 곧바로 상우에게로 걸어와 그의 앞에서 멈추었다.
"상우씨. 깜짝 놀랐죠 상우씨 얼굴을 보니 정말 그런거 같군요. 일단은 성공이네요, 아이 즐거워라! 아마 상우씬제가 이 자리에 나타나리라곤 생각조차 못했을거야, 제말이 맞죠, 할아버지."
"허허, 보라 네 이녀석! 이젠 이 할애비는 안중에도 없단 말이냐? 그러면 정말... 섭섭하다. 흠..흠..."
"아이, 할아버지. 안녕하셨어요? 제가 얼마나 보고싶어 했게요. 그러니 넘 서운해 하시지 마세요.네?"
"그래, 보기좋구나. 젊음이란게 이래서 좋은것이지. 그저 보는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웃음이 나고 부럽기도 하고 말이다. 나도 젊은날엔...이런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할아버지. 아직도 젊으세요. 젊은이보다 더 일도 많이 하시고, 아직은 건강하시쟎아요. 자꾸 그렇게 나 늙었다...소리 하시면 정말 제가 할아버지 대접 해드릴거에요"
"뭐라고 하하 이런..."
두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상우는 할아버지의 의외적인 모습에 놀랐다. 나이를 드시는것인가. 이제껏 이런일은 없으셨는데... 하긴 그가 할아버지를 만난 것도 얼마 안되니 일일이 다 안다고 말하는것도 어쩌면 맞는말이 아닐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라씨는 어쩐일이야. 이시간에? 사실 너무 놀랐어, 할아버지 보라씨랑 혹시 두분이서만 이야기할게 있으신가보죠. 그럼 전 자릴 비켜드릴게요. 편안히 말씀하세요"
"상우야. 그런게 아니다. 내가 너희와 점심을 하고싶어서 회사로 보라를 불렀다. 사실 약혼식 이후로 내가 바뻐서 만나지 못한것도 미안하고 해서 말이야...그래서 일부로 오늘 시간을 낸 것이야. 너도 아직은 점심 전이겠지?"
"네.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됐다. 일은 나중에 하고, 일단은 어디 맛있는데로 먹으러 가자꾸나."
상우는 보라와 할아버지가 활짝 웃으며 건네는 눈짓을 보면서 한숨을 가볍게 토했다. 진작 말이라도 귀뜸이라도 해줄것이지. 할아버지는 늘 이런식이시다. 그래도 어쩔수없을거 같다. 따르는 수밖에.
"잠깐만요. 사무실에 들러서 옷좀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래라."
상우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자신의 사무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직원들이 이제 슬슬 책상을 정리하고 식당으로 가려는 것을 보며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를 건네곤 잽싸게 외투를 챙겼다. 그리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는 하마터면 복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두사람과 부딪힐 뻔했었다. 정말 놀랍게도 복도에 할아버지와 보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앗...할아버지. 그리고 보라씨. 왜 여기 계셨어요? 그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하...난 그러려 했는데 말이다. 보라가 하도 졸라서 말이다. 기왕이면 니사무실도 보고 함께 가자고 하지 뭐냐. 그래서 이렇게 따라오고야 말았다. 허허"
"아이, 할아버지.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세요. 자자 어서가요 이러다 점심시간 다 지나겠어요"
"허허 녀석, 알았다. 부끄러운 모양이구나. 내 더 이야기 하지 않으마, 상우야 이제 됐니, 그럼 가도록 하자"
"네."
세사람은 복도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려가는 버튼을 눌르고 엘리베이터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세사람의 등뒤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상우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그목소리가 누군인지 알거같았다. 그녀다...!
"저...할아버지...할아버지 맞으시죠?"
조금은 망설이는 듯하면서도 호기심이 깃든 목련의 목소리가 세사람을 향해서 날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상우는 보라와 할아버지와 함께 목소리의 주인공에게로 서서히 몸을 돌렸다.
"어머, 설마..했는데! 정말 맞으시군요. 안녕하세요. 저 한목련입니다."
구십도 각도로 정말 예의바르게 목련이 할아버지를 향해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웃으며 그녀의 인사를 흔쾌히 받아주셨다.
"허허, 목련아, 정말 오랫만이다. 그동안 잘지냈니?"
"네. 상우...씨 보러오셨는가봐요. 정말 너무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몰라보게 멋져지셨어요. 보라도 왔네. 안녕?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방해를 한거 같아요. 그럼...가보겠습니다. 좋은시간들 보내세요"
목련은 그렇게 인사를 마치곤 잽싸게 사무실로 가려는지 몸을 틀고있었다. 그때, 보라가 앞쪽으로 나서더니 할아버지를 향해서 무언가를 소곤거리고 있었다.
"잠깐만요. 할아버지. 목련이도 데리고 가도 되죠? 목련이두 맛있는거 사주세요 네, 우린 친군데...몰랐으면 모를까. 그냥 두고 가기도 그렇쟎아요."
"그..그럴까"
상우는 보라의 말에 눈을 크게 치켜떴다. 정말 그녀는 이 자리에 목련일 동석시킬 생각인걸까. 왠지 목련이를 너무 의식않는 그녀를 보며, 상우는 왠지 미안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괜..괜챦습니다. 그러시지 않으셔도..."
"아니,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뭐 어떠니? 오늘 할아버지께서 정말 맛있는 요리 사주신댔단 말야. 그쵸 할아버지? 비싼거 먹어야지. 가자. 목련이 너두 아직 점심전이지. 그럼 함께 먹음 좋쟎아 올만에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말야."
"그..글쎄."
"그래, 같이 가자꾸나. 오랜만에 목련이랑 식사도 하고 그러면 좋지. 안그래도 요즘 애비 얼굴도 못봤는데...네게서 이야기라도 들을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고맙습니다 가도록 할께요"
얼떨결에 네사람은 자동차로 올랐다. 상우는 말없이 뒷좌석의 할아버지와 보라, 그리고 목련을 흘끗 바라보았다. 보라가 요즘 돌아가는 연예가이야기며, 유행패턴 이야기를 하는걸 들으며 그는 생각에 잠겨 앞쪽을 주시했다.
차라리 보라가 말이 많은게 다행이었다. 안그랬다면 몹시 어색한 자리가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상우는 자동차가 멈추자 먼저 자동차에서 내려서 할아버지와 보라, 그리고 목련이 내릴때까지 문을 열고 서서 참을성있게 기다렸다.
"자 다왔구나. 그럼 들어가 보기로 할까."
할아버지를 선두로 세사람은 조용히 음식점안으로 따르기 시작했다. 어느결에 할아버지는 이런델 예약해 두신걸까. 이곳은 쉽사리 자리가 나지 않는 곳이었다. 게다가 철저히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어 자리잡기도 쉽지만은 않은곳이었다. 그런데 이런곳에 자릴 잡으시다니. 아마도 할아버지는 크게 마음을 쓰신듯했다.
상우는 그런 할아버지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래, 목련이도 이젠 정말 어엿한 사회인 티가 나는구나. 보기좋다. 아주 잘 어울려. 예전의 학생 목련이로는 정말 보이지 않는구나 사귀는 사람은 아직없는거니?"
"네."
"곧 좋은사람이 나타나겠지."
"할아버지도. 에휴...목련이가 이제 취업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세요. 얼마 안되었는걸요. 아마 곧 좋은사람을 만나게 되겠죠."
"하하...그런가. 하긴...모든일엔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 밥도 금새 해서 먹을순 없는거처럼 모든일엔 뜸을 들이듯..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법이긴하지. 그래, 회사생활은 어떠냐?"
"좋습니다 할아버지. 아직은 잘 모르긴하지만요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잘해주고, 배우는 것 역시 즐겁습니다. 그래서 잘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흠..그렇구나. 그건 참 다행스런운 일이야. 자기가 하고있는 일이 지루하거나, 마지못해 한다면 얼마나 괴로운 일이겠니. 그런데 그렇게 적성에도 맞고 즐겁다면 이건 필시 맞는 직업을 선택했음이 분명한 것일게야"
"네. 저도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휴 할아버지. 지금 은근히 자랑하시고 싶으신거죠. 목련이가 근무하는 회사가 바로 할아버지 회사라고...그래서 좋은회사라고 은근히 말씀하시고 싶으신거죠. 정말...호호호"
보라의 말에 상우는 잠시 당황스러워져 재빨리 목련일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그녀는 잠시 당황하는 기색이긴했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앉아서 보라와 할아버지가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달리 이렇다할 반응은 나타나지 않아서 일단 그는 안심이 되었고, 그래서 상우는 잠시지만 마음을 놓았다.
다음엔 또 어떤말이 나올까. 오늘은 왠지 보라의 모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왠지 조심스러워졌다. 그녀는 활달하고 가슴에 무엇을 담아두는 성격이 아닌 화통한 성격인 대신 가끔은 생각한 것을 너무 쉽게 말해버려서 상대를 종종 당황시키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상우는 내심 오늘도 혹시 그런일이 일어날까봐 조바심이 났다. 행여...그런일은 없어야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상우는 보라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서 메뉴판으로 말머리를 돌리려 애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오늘 할아버지가 쏘신댔으니까. 저 오늘 맘놓고 맛있는거 먹겠습니다. 보라씨처럼 제일 비싼거 시켜야지. 그래도 되죠?"
"허허 그러려므나. 목련이도 오늘은 맛있는걸 먹도록 해라."
"네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상우씨. 그일은 어떻게 잘 해결되셨나요. 솔직히 좀 놀랐어요. 상우씨가 잃어버린거라니."
보라의 말을 듣는순간 상우는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려버렸다. 그는 너무 놀라 보라를 바라보았다. 어...어떻게 그녀가 그것을 알고있단 말인가. 이일은 아직 할아버지와 자신 그리고 몇몇의 간부외는 알지 못하는 것을...
"왜요, 상우씨. 왜그래요. 에고 저런...천천히 마시지 뭘 그렇게 급하다고 빨리 마셨어요. 괜챦아요?"
상우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아직도 그녀가 어디서 그것을 알아냈는지 출처가 궁금했다. 하지만 의심가지 않게 그것을 어찌 물어볼수 있는걸까.
"저는 솔직히...그날 사무실에서 목련일 봤거든요. 그날 그시각 사무실엔 목련이 혼자 있었으니까요. 직원들은 모두 점심을 먹는 중이었고...그래서 목련이가 괜히 의심받으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했었어요. 전 물론 목련이는 결백하다는 것을 아니까...그런데 상우씨. 돈을 찾지 못한건가요. 하필이면 아빠에게까지 빌리면서까지 그돈을 메꾸었는지 솔직히 전 이해가 안돼요."
보라의 말에 상우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거 같은 충격을 받고 말았다. 정말 눈치도 없이 애써 그가 막으려했던, 덮으려했던 사건을 그녀의 말 한마디로 수면에 떠오르게 하고 말았다 게다가 그녀는 대체 어디서 모든 것을 알아버렸을까.
할아버지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계신일을...... 마치 그녀는 자신이 그의 옆에 있었던 것처럼 훤히 알고있지 않은가. 그래서 상우는 하마터면 너무 놀라서 보라에게 어떻게 알았냐고 따져보고픈 생각까지 들고 있었다.
"그..그게 무슨말이니, 보라야. 난 정말 무슨말인지...그러니까 그날...정확히 말해서 내가 조퇴하던날 무슨일이 있었던건데? 솔직히 말해줬음 좋겠다. 상우씨가 잃어버렸다는 것은 무슨말이며, 꾸어서 채웠다는말은 또 무슨말이니?"
"목..목련씨. 신경쓰지 말아요 아무것도 아니니...그리고 다 지나간 일이니까 그만...이 이야긴 여기서 마치도록 합시다."
상우는 애써 어색해진 분위기를 만회해보려고 나섰다. 그러나 그가 수습하기에 너무 많이 늦었는가보다. 정색을 하며, 목련이서부터 나서고 있었으니까. 그는 정말이지 손으로 이마라도 치고픈 심정이 되었다.
"아니요. 상우씨. 그건 안돼요. 내가 못들었다면 모를까. 들었는걸요. 나는 알아야겠어요 알고싶어요. 솔직히 말해줘 보라야, 하나도 빠짐없이 니가 알고있는 사실다...전부를!"
보라의 얼굴엔 그제서야 사건의 진위를 파악한 듯 난처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고 있는 듯이 보였다. 상우가 됐다고 말하려는데 할아버지가 나서시더니 이번엔 진지하게 보라에게 말해보라고 말씀하시는게 아닌가.
일이 더 커져버리고 말았군! 상우는 이대로 조용히 끝날거 같지는 않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보라말은...상우가 가방을 찾은게 아니라, 보라아버님께 돈을 꾸어서 메꾼거란 말이지. 사실이냐 상우야?"
차분하지만 엄격함이 묻어나는 할아버지의 어조에 상우는 난처해졌다. 그러나, 더 이상 쉬쉬할 수는 없다고 생각이 되었다.
"네, 할아버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지만은 필요없다, 네 이녀석. 니녀석이 감히 나를 속였단말이지.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던거처럼 묻으려고 했어? 사건을 은폐하기까지 했단 말이냐. 왜냐...대체 왜...보라가 아니었다면 나는...까맣게 몰랐겠지. 니가 말하는게 전부라고 믿으며 그게 진실이라 여기고, 지났겠지. 그래, 속이니 좋더냐. 시원하더냐구!"
"할아버지. 그것은 돌아가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상우는 간절한 빛을 담아서 할아버지를 건네다 보았다. 할아버지는 입을 꽉 다물고 더 이상 아무말씀도 없으셨다 아마도 화가 많이 나셨으리라.
"죄송해요. 괜히 제가 말해서...죄송합니다 할아버지. 미안해요 상우씨."
".........................."
"설마..설마..그런...그럴수가..."
목련은 믿겨지지 않는 얼굴로 앉아있었다. 상우는 목련의 얼굴을 보았다. 충격으로 그녀는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같아선 목련이를 안심시켜 주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상우는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우씨. 왜...왜그러셨어요. 전 정말 까맣게 몰랐어요. 그런일이 있었는지도 몰랐어요. 전 그날...몸이 안좋아서 조퇴를 한거에요. 맹세코 그돈가방이 거기 있었는줄도 몰랐고, 없어진줄도 몰랐어요. 그런데...그런데...정말로 없어졌다면...어디로 갔을까요. 할아버지. 믿어주세요. 정말 전...그런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그녀의 얼굴에서 쉴새없이 흘러내리자. 더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목련이 자리를 벅차고 뛰쳐나가고 있었다. 상우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고 있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가봐야할거같아요. 보라씨 미안해요."
그는 재빨리 외투를 집어든채 목련이 뛰어나간 출입문을 향하여 뛰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낯선 얼굴들이 궁금한 듯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호기심쯤 얼마든지 좋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건 그런 것이 아니니까.
"상우야!"
"상우씨!"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그는 힘껏 유리문을 밀고 아까 올라왔던 층계를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느결에 없어진걸까. 그녀의 모습을 찾으려 두리번 거렸지만 보이지 않았다. 상우는 급한김에 핸드폰을 꺼내서 그녀의 핸드폰으로 전활 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호는 가는데 그녀는 받지 않았다. 제길 도대체 어딨는거야. 받아요, 목련씨.제발...제발좀 받아요!! 그는 기도하듯 몇 번이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녀는 응답이 없었다. 허공으로 사라졌을리도 없고, 땅으로 꺼져들어갈리도 없건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다니...상우는 답답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