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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 불시에 체질양지수 측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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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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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BY 프리 2003-05-07

보라네 집을 바라보며 상우는 가까스로 한숨을 내쉬었다. 제기랄
정말 이넘의 교통은 최악이다. 왜이리 많은 자동차가 도로위를 누비며
러시아워를 이루는지. 퇴근길은 더했다. 마치 모든 도로가 멈춘상태같고 주차장이라도 된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망할놈의 교통! 정말이지 지옥이야. 나중엔 정말 헬리콥터를 타고 다녀야하지 않을까 싶을지경이라구!!'

상우는 급히 주차를 하고 보라네 집의 벨을 눌렀다.






상우는 보라아빠의 사람좋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몇 번보지 않았지만 그는 정말이지 매력이 철철 넘치고 있었다. 중년이라곤 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와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좋은 얼굴 부드러운 목소리하며, 그정도로도 보기 아까울정도인데 자상함까지...게다가 보라아빠는 벌써부터 확정이라도 된 듯 상우에게 사위대접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사위왔는가. 하루동안 고생했지. 일도 좋지만 건강도 생각하면서 쉬엄쉬엄하게나. 자네 건강이 첫째야"

'아직 결혼식을 올린것도 아닌데...너무 이른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만큼......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이내, 상우는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도 결코 나쁘지 만은 않은 일이기도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 자넨 시원해서 맘에 든단 말이야."

보라가 토라진 얼굴로 어느새 다가오더니 보라아빠를 바라보며 눈을 흘기고 있었다.

"아빠, 너무하시는거 아니에요,
세상에 상우씨를 혼자서 독차지 하실 생각이세요?
딸의 하나밖에 없는 약혼자인데..."

"하하 내가 그랬나? 흠..그렇다면 미안하구나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아빠가 그랬다고 왜, 서운하냐? 허허, 녀석두 참...
나는 진짜 권서방이 맘에든다. 맘에 쏙 들어!
아들이 없어서 갖고싶었는데 이런 아들을 얻다니...너무 좋구나!!"

"치잇 아빠는...늘 아들,아들...
그런소리하실때마다 제가 너무너무 섭한거 아시는지 몰라요.
게다가 권서방이라니...너무 이른거 아닌가요?"

"하하, 알았다 알었어! 내가 실수를했다.
함께있는 것이 너무 즐거워 너희들이 나가서 데이트할 시간마저
빼앗고야 말았구나! 권서방, 미안하네 용서하게."

"괜챦습니다 아버님. 넘 개의치 마세요."

"고맙네. 부모님께서 정말 자네를 잘 길러주신거 같아"

"과찬이십니다 아버님"

"아버님? 정말 듣기 좋은데 그래! 맘에 쏙 드네. 하하하"

상우는 쾌활하게 웃고있는 보라아빠를 건너다 보았다
가식이 없고 활달한 웃음소리가 듣는사람마저 기분이 좋게 만들었다.
그런 보라아빠가 상우역시 너무 맘에 와 닿았다.

보라아빠는 일을 한답시고 가정을 소홀히 하는일도 없었고,
일은 중요시하되. 반드시 가족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게다가 보라아빠는 그와함께 여러 가지를 하고 싶어했다.
자신의 아빠와는 절대로 함께 해보지 못했던
낚시며 골프, 등산...등의 취미생활들을.

아마도 그는 아들이 없어 하지못했던것들을 상우와 함께 함으로써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은거 같았다.
그것은 상우에게도 나쁜 것이 아니었다.

상우는 함께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최근 몇 달동안 그와 지내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아빠는 늘 일 때문에 그와 놀아주지도 어울려주지도 못했다. 그래서 엄마와의 시간이 더 많았던 탓에 이런 그가 상우에겐 신선한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아이---아빠, 너무 섭섭해하시지 마세요. 네? 지난번에도 골프 치러 간다고 상우씨 빼돌리셨쟎아요. 그래서 전 번번한 데이트 한번 못해봤을 정도라구요 게다가 이번에도 그러시면...아이 몰라요 몰라! 이번엔 저도 양보 못한다구요"

"하하...나 이런...알았다 알았어! 여보게 상우군 다음엔 나랑 함께 어울리세나."

"알겠습니다 조만간 시간을 꼭 내겠습니다"

"아빤 대체 누가 자식이에요.
맨날 상우씨만 이뻐해주시고"

"그게 널 이뻐하는거지. 넌 뭘 너무 모른다니까.
안그런가 권서방?"

"네."

상우는 그런 모녀를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보기만해도 다정스런 모습이
그의 마음한켠을 흐뭇하게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보라의 표정엔 진짜 서운함이
스며있었다 그것을 보니 어쩐지 안스러워져서 상우는 그녀의 아빠를 향해서 말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오늘은 보라씨말대로 그래야할거같아요. 사실 일한답시고 변변히 데이트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많이 그랬을거에요. 그런데도 보라씨는 저에게 한마디도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무척 고마웠어요 그래서 함께 식사라도 하고 싶어요.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허허...자네말을 들으니 그것도 일리가 있군그래. 그래 그렇게 하게나. 난 신경쓰지 말구...그나저나 자네도 이제보니 위험한 사람이군 그래. 하하하 애처가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군. 알았으이! 그럼 다음에 보세나. 다음은 이미 나와 선약을 한걸세?"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엔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그럼 어서 식사들 하고 오라구!"

보라아빠가 두손을 휘휘 내저으며
두사람을 쫓아내다시피 현관쪽으로 밀고있었다. 덕분에 둘은 어쩔수없이 밀려나올 수밖에 없었다. 상우는 보라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보라와 함께 집을 빠져나왔다.





"어디로 가고싶어?"

"음...아무데나요"

"그런 음식점 이름이 없다는건 잘 알고있지?"

"어, 그래요? 그럼 하나 만들어주세요"

"뭐?"

황당한 그녀의 말에 상우는 웃고 말았다. 게다가 그녀는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요구해오고 있었다.

"하하 나이런..."

그녀는 뭘 모르고 있었다.
외동딸로 아마도 곱게 자란 그녀여서 이리라.

도깨비 방망이가 있는것도 아닌데 지금 당장
어디서 그런 음식점을 내며, 그게 또 그렇게
손가락하나만 튕기면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녀도 충분히 알고있으리라.
아니면 그동안 자신의 부모님을 보며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던지.

"정말 가고싶은데 없는거야?"

"가고싶은곳요? 음..음...글세 없는데?...아무데나 좋아요
상우씬 있어요?"

상우는 보라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그녀가 요즘 하고 있었다. 그것이 조금은 신선하기도했고,
또 한편으론 그녀가 내숭을 떠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역시 그는 받아들이리라
마음먹고 있던차였다. 상우는 심사숙고한 끝에
얼마전에 봐두었던 랍스터요리집으로 차를 돌렸다.





"음..생각보다 너무 맛있네. 너무 괜챦다 여기
근데 이곳은 어떻게 알았어요?"

"사실은 조금 조사를 했지.
함께 식사하기엔 보라가 좋아할만한 메뉴가 뭐가 좋을까 싶어서...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잠깐 조사를 해두었었어"

"세상에, 정말...
나를 위해서 그랬단 말인가요. 어머나!"

상우는 보라가 너무 놀라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흡족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랍스터(바닷가재)는 수심20미터 이하에만
서식하는 100% 자연산밖에 없대.
게다가 1kg 성장하는데 8년이나 걸린다는거야.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와우! 그렇게나 오래요. 정말 대단한데요!"

"그렇지. 그래서 아직은 아무나 먹지 못하는 요리인가봐
좀더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될 테니까
아마 곧 일반화 될 수도있지 싶어."

"고마워요. 상우씨 생각해서 열심히 먹을께요"

"입에 맞는다니 다행이네. 안맞음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난 뭐든지 잘 먹는편이에요 위장하난 타고났거든요!"

상우는 보라를 건너다 보았다. 그녀는 자신앞에 놓여진
요리들을 열심히 먹고 있었다.

그런 그녀위로 잠시...한사람의 얼굴이 스쳐갔다.
한 목련...
아마 그녀도 이것을 좋아했을텐데...

상우는 얼른 떠오르려는 그 생각들을 꼭꼭 눌러
듣지 않아야지했다. 그것은 보라에게도 미안한 일이 될테니까
그는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체 이놈의 감정은 언제쯤이야 사라질까...
정말 지독한 미련이다.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아펐던 내 첫사랑......

"상우씨 안먹어요?"

"어...먹어..먹을거야."

그는 보라가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볼리도 없건만
행여나 들킬세라 황급히 음식접시에 눈길을 돌렸다.
인간에게 아직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