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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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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BY 프리 2003-04-10

★22

그로부터 육일후, 목련엄마는 걸려온 전화벨소리를 듣고 주방에서 황급히 앞치마에 물기어린
손을 닦으며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아..네..네.."

목련은 엄마가 자신을 흘끗 쳐다보길래 얼떨결에 묻고 말았다.

"누구에요 엄마?"

"글쎄, 누구라더라? 나도 요즈음은 금방들어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원...뭐래더라? 유라? 암튼
혹시 지난번에 놀러온 그친구 아니니? 왜 너보다 훨씬 이쁘던 친구..."

"엄만...누구네 엄마유 너보다 훨씬 이쁜...? 고슴도치도 자기새끼는 이뻐한다던데...엄만 정말 너무해. 나 엄마딸 맞아요?"

"후훗 미안...엄마가 워낙 빈말은 못하쟎니..."

"그래도 엄마 그런말 하는거 아니에요.엄마가 이렇게 낳은거지 내가 이렇게 고른건 아니쟎아."

"그래,그래...울딸이 세상에서 젤 이뻐 됐니?"

목련은 웃으며 엄마가 건네는 수화기를 바꿔 들었다. 엄마는 아무래도 은근히 이런 딸의 모습을 즐기시는거 같다. 그래서 목련이 역시도 엄마의 보조를 맞춰줄려고 은근히 한번더 삐진척 튕겨보는 것이기도했다.

"여보세요? 전화바꿨습니다"

"목련이니?"

"어,보라야!"

"그래 너네엄마 되게 재미있으시다. 후후 미안..들을려던건 아니고, 들려왔어. 사실 뭐 너보다야 내가 몸매도 얼굴도 좀더 되긴하지."

보라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생각같아선 정말 부정하고 싶긴하지만
그것은 어쩔수없는 사실이란걸 목련이도 인정하고 있는 바다.
목련이역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퉁명스레 전활 받았다.

"칫...그이야기 할려고 한건 아닐테구 어쩐일이야?"

"화났니? 그러지마 악의가 있는건 아니었어. 그나저나...나 낼 떠날 생각이야."

"아!"

목련은 그제서야 상우곁으로 가고싶다던 보라의 말을 기억해냈다. 그녀는 분명 서둘러 준비를
마쳤을테고, 그리고 역시 서둘러서 모든 조취를 끝냈을터였다. 그런 그녀가 이제 드디어 가긴 가는가보다.

"그래서 송별회 해달랠려고 불렀다. 왜 불만있니?"

"아니아니...그래 해줘야지."

"고맙다. 훗. 이럴때 친구가 좋기는하구나"

"시간하고 장소불러...응..응..그래...알어. 그래 그럼 거기서"

목련은 혹시 잊어버릴까봐 전화기옆에 놓여있는 메모지와 펜을 잽싸게 들고 메모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엄만 건망증이 생긴거 같다며 메모를 시작하셨다.
덕분에 이럴땐 목련이도 유용하게 사용하게 되는거였다.

[딸칵] 전화는 바로 끊어졌다.

"얘 누구니?"

"어 엄마 전번에 왔던 엄마가 말한 그 보라있지..나보다 엄청 이쁜 아이말야"

목련의 말을 엄마는 삐짐한거라 곡해했음이 분명했다. 목련엄마는 웃다가 딸을 어떻게 풀어줄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는거 같아 보였다.

"그애가 유학을 가겠다나봐 엄마 그래서 나 오늘 그 엄청 이쁜아이 송별회 가야하거든요 그러니까 많이 늦을지도 몰라요"

"그말이 그렇게 심하게 들렸니?"

목련은 어떻게 할까를 잠시 고민했다. 확 삐짐한척하고 슬슬 엄마를 이것저것 우려내볼까?
그러다가 목련은 웃으며 엄마를 돌아보았다. 그래, 오늘만 조금 봐드리지뭐

"엄마. 엄마딸 그렇게 성격 나쁘지 않아요 여태 그것도 몰랐단말야?"

"후후 너도참. 나뻤어. 엄마 그렇게 놀리면 쓰니? 난 진심인줄 알고...고민했쟎아."

"준비해야겠어 엄마. 나 기달리지 말고 먼저 주무세요"

"네 알았습니다요 따님!"

목련은 웃으며 자기방으로 뛰어올라갔다. 잠시 망설이다가 목련은 용하선배에게 전활 넣었다.

"용하선배?"

"목련이구나 무슨일있어?"

"저...사실은 보라알죠? 지난번에 만났는데...제 친구가 낼 영국으로 떠나거든요. 그래서 오늘 송별회를 할까해서요. 시간괜챦으면 저랑같이 않갈래요?"

"그래?"

용하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그렇지만 이내 그는, 수화기를 통해서 승낙을 알려왔다.

"그러지뭐. 어디로 가면되니?"

"고마워요 선배!"

목련은 용하에게 불러적은 장소와 시간, 약도를 간단히 불러주었다. 사실 약간은 안온다면 어쩌나 걱정이었다. 여자둘끼리 다닌다는것도 좀 부담이었고, 아무래도 선배가 곁에 있으면 더 낫을거라는 생각이 그녀를 전활 걸도록 만든거였다. 그런데 가주겠다니...목련은 용하가 새삼 고마워졌다.


무엇을 입을까 망설이다가 목련은 옷장문을 활짝 열어보았다.
화려한 옷을 싫어해서 이렇다하게 입을만한 옷이 없었다 청바지. 티셔츠....

'아, 이럴줄 알았으면 그래도 옷 몇벌은 사둘걸 그랬어'

목련은 한숨을 내쉬고, 옷장문을 닫았다. 어쩔수없다 오늘도 그냥 청바지에 하얀티셔츠 그리고 청카바나 걸치고 나가야지. 목련은 옷을 걸치고 후다닥 준비를 마친다음 약속장소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보라와 약속한 장소까지 정확히 삼십여분이 걸렸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가끔은 정말 운전을 배우고 자가운전을 해야지 싶을때가 있다. 특히 집에서 버스노선이 없을경우는 여러번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가까스로 시간을 맞춰서 목련은 도착할수있었다. 목련은 약속한 레스토랑의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널찍한 홀은 보라가 어디있는지 알수없을만큼 넓었다.

"어서오십시오 손님."

친절한 카운터의 아가씨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넨다

"저...혹시 서보라라고..."

"아,네...이쪽으로 오십시오"

다행이었다 보라가 예약을 해두었던 모양이다. 목련은 직원이 안내하는데로 홀 깊숙히 들어갔다.

"목련아-!"

용하가 먼저 와서 기달리고 있었나보다 그는 목련을 보더니 손을 들고 이름을 불렀다.

"언제왔어요? 일찍온거에요?"

"아니 나도 온지 얼마 안됐어"

"얼마안됐어요 한 삼십분쯤?"

목련의 말에 용하가 빙긋 웃고 말았다.

"그래, 솔직히 그정도는 됐을거야"

"보라는?"

"아직 안온거같은데?"

"그래요, 이런이런..빠져가지고서는. 이게 뭐래요 주인없이 객만 둘이서"

"하하 그래 곧 오겠지 뭐."

"우리 후다닥 음식먹고 나가버릴까요?"

용하는 목련의 말에 즐거운듯 다시한번 웃기 시작했다.

"하하 그럴까? 그래도 되겠어?"

"어쨌든 오긴 온거니까 뭐...나중에 딴소린 못하겠죠 뭐"

"뭐가 그래도 되겠단거죠 두분?"

용하와 목련의 시선이 일순간 새로온 보라의 모습에 쏟아졌다. 두사람은 갑자기 하지 말아야할 짓을 들킨거처럼 멋쩍어 져서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뭐에요 대체 그게?"

따지듯이 뾰로롱한 얼굴로 보라는 덥썩 자리에 앉더니 두사람을 건네다 보고 있었다.

"사실은 말야 니가 넘 늦길래, 우리 얼른 음식 시켜먹고 나가자 그랬어"

"뭐?"

어이없다는듯한 보라의 표정에 목련은 그만 풋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정말이에요 용하씨?"

"하하 농담이었어요 보라씨."

"세상에 두사람. 어찌 그런 심한말을. 생각보다 길이 많이 막혔어요 늦은건 어쨌든 정말 미안하지만...그래도 그렇지 두사람이 그런 작당을 하다니...용서가 안되는군요"

짐짓 화난 보라의 얼굴을 보며 용하는 난감해 하고 있었다. 보라가 눈을 흘겨댈수록 용하의 얼굴엔 진땀이 베어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무안했던지 보라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저런 저런...용하씨 넘 그러지 말아요 그럼 내가 미안해지쟎아요. 후후
걱정하지 마세요 저 하나도 화나지 않았으니..."

"휴우ㅡ 다행입니다 사실 전 걱정했어요"

용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후훗 보기보단 참 순진하시네요. 그보다 우리 뭐부터 시작하죠 우선은 저녁들 안먹었을테니
간단히 저녁먹고 술마시러 갈까요 그리고 그다음은 나이트 어때요? 모처럼 화끈하게 땀좀 흘리죠 뭐"

"아..네..."

"뭘로 하실래요? 오늘은 제가 쏩니다. 맘껏 드세요"

보라는 메뉴판을 두사람을 향해 건넸다.

"야,보라 지난번에도 니가냈는데 이번에도 그럼 안되지. 더군다나 송별식인데...오늘은 내가 살테니깐 잔말말고 얼른 너도 고르기나해. 알았지?"

"알았어. 누가내든 일단은 위장부터 채우고보자. 배에서 지금 전쟁이 났어. 난리라고. 더이상 버티다간 아마 내 뱃속안이 아작날거같아."

"후훗. 알았어. 니가 좋은걸로 시켜봐."

보라가 벨을 눌러서 메뉴를 주문하고 있었다. 웨이터가 다가와 주문을 적어서 가지고 간다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영국엔 무슨일로 가시는거죠?"

용하가 먼저 침묵을 못이긴듯, 말을 꺼냈다.

"공부하러요..아니 그건 솔직히 핑계고, 저...사냥하러 가요"

"네?"

"남자사냥하러 갑니다. 권상우라는..."

용하는 분명 놀란것이 분명했다. 그는 순간 당황해서 침을 꿀꺽 삼키더니 이내 목련의 눈치를 슬슬 살펴보고 있었다. 무슨말을 해야 좋을까...용하는 순간 말이 막혀서 당황해 하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는동안 다행히도 웨이터가 와서 준비해온 음식들을 식탁위에 늘어놓고 있었다. 세사람은 잠시 그가 하는대로 시선을 쫓고있었다. 웨이터는 정중히 고개 숙이더니, 다시 왔던길로 돌아가 버렸다.

"솔직히 맘에 들었어요 제가 점 찍었죠. 막힐게 없어졌어요 이젠. 그래서 고민끝에 결심했죠. 이제 그는 내꺼다라고."

당당하면서도 자신감에 찬 보라는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용하를 건너다 보고 있었다.

"난 어떻게든 해낼거고, 그리고 잡으려고 맘먹고 있어요 일단은 그것이 중요한거 아닐까요?"

"그...그렇군요! 솔직히 조금은 당황스러운데요?"

"별로 재미난 이야긴 못되죠 용하씨? 괜히 그런이야길 했나봐요. 분위기도 그런데 우리 다른 이야기할까요?"

보라는 언제 그랬냐는듯 활달한 성격답게 화제를 바꾸고 있었다. 목련은 아무말도 하지 않을수있어서 차라리 고마웠다 그녀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방금나온 정식의 접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용하씨. 약혼은 언제하실 생각이신가요?"

목련은 하마터면 들고있던 도구들을 놓칠뻔했다. 엉겹결에 그녀는 가까스로 그것을 잡은다음 내려놓고 물을 한모금 축이기 시작했다. 시원한 물이 그녀의 목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약...약혼?"

"왜그래, 사귀다보면 정들고, 그러다보면 서로 약혼하고 그다음 결혼하는게 자연스럽지 않겠어?"

한번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냥 무조건 좋아했으니까, 함께하고 싶었고 함께했으니까 그걸로 만족인 상태였다. 그런데 약혼...약혼이라니...?!

"글..글쎄. 아직은 사실 생각지 못한 단어라서 말야."

"목련인 그렇다치고 용하씨 생각은 어떤데요?"

"아,전..."

용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역시도 이건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용하씨도 내년부터는 정신없어 질거아니에요? 졸업도 해야되고 또 취업도 해야하고, 아니면 더 공부를 하기위해 준비를 한다던지 말이에요"

목련은 새삼스레 보라를 보았다. 같은나이임에도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성숙했다. 아니 그녀에 비해서 자기가 너무 어린게 분명했다.

"호호 두사람 모두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얼굴이네? 정말이에요? 정말 못말리겠다니까. 동화속을 걷는 연인들도 아닐테고...그러고보니 두사람 키스라도 해본거에요?"

보라의 말에 용하와 목련은 더 당황하고 말았다. 목련의 얼굴이 금새 발갛게 달아올라 버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보라는 사태의 추이를 짐작한듯 뭐야..라는 시선으로 둘을 건너다 보고 있었다.

"그럼 아직도...란 말이에요? 정말이지 기네스북에 오를 희귀종이군요. 요즘 사람들은 보통 만난지 오분이면 만리장성을 쌓기도 하는데...두사람 어느시대를 살다왔나요?"

"저, 보라씨...얼른 먹고 나갑시다. 술자리를 생략하고 아예 나이트로 가는게 좋겠어요 그치, 목련아?"

목련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용하가 무슨소릴 하는지 금방 알아들었다. 그는 무척 당황했고, 그래서 얼른 이자리를 피하고 싶어진 것일것이다. 그건 목련역시도 바라는 바였다.

"그게 좋겠어요 용하씨. 몸도 찌뿌둥한데 올만에 실컷 풀어보자구요. 자...나가지요 얼른!"

보라가 자꾸 재촉하는 바람에 음식을 먹는둥 마는둥 세사람은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서야했다.
용하랑 목련은 보라가 이끄는대로 나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