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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피곤해 죽겠네"
"야 니가 피곤할일이 뭐있다고그래. 내가 돈을 벌어다 달랬니, 일을 해달랬니. 밥다 해줘 빨래다해줘 그뿐이니 니방청소도 다해주지. 용돈도 다줘 대체 뭐가 불만이란거야?"
목련엄마는 아침부터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고 있는 딸아이를 보면서 힌소리 해대고있는 중이었다.
"엄만.사람이 밥만먹고 살아?"
"밥먹고 살믄 됐지 그럼 또 뭘하고 살아야해?"
"엄마. 사람이 밥만먹고 산다면 그건 동물하고 뭐가 달라.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사람도 만나고
맛있는것도 먹고 놀러도 다니고..."
"흠 놀러갔다와서 피곤하다는 거구나?"
엄마는 내심 섭섭해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침부터이렇게 시비걸듯 목련의 말에 딴지를 걸고있는거다
"그래. 피곤해 엄청..죽겠다구 정말."
"허이구 그러셔? 피곤해서 어쩌나."
그러면서 그녀는 식탁에 올렸던 반찬들을 착착 치우고 있었다. 목련은 엄마의 행동에 놀라서 눈을 크게뜨고 말았다
"엄마 뭐하는거야?"
"너무 힘들어서 밥도 먹기 힘들거같아서 이 엄마가 딸좀 도와줄라고 그런다."
"엄마!"
"해도해도 너무하는거 아니니? 니가 남자친구 생긴건 알겠는데 대체 어제 너 몇시에들어온거야?"
그제서야 목련은 엄마가 왜그렇게 단단히 삐지고 화가 났는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목련은 얼른 태도를 바꾸었다.
"흐흥..엄마. 왜그래 화난거유? 아이 그러지마요 늦은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쁜짓하거나 그런건 아니라구. 적어도 엄마얼굴에 먹칠할 일 같은거 하지 않았으니, 안심해 안심!"
"몰라 비켜!"
말은 그렇게했지만 엄마맘이 조금은 누그러졌다는것을 목련은 알수있었다.
"에이 엄마---!!"
"아,비키라니깐...아니 얘가 정말 왜그래?"
목련은 엄마의 가장 약점인 간지럼을 태우기 시작했다. 결국 참지못하고 깔깔대며 엄마는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호호 알았어 알았다구 이것좀 놔..."
"정말이지? 엄마 한입가지고 두말하는거 아니지?"
"알았어 대신 오늘부터 늦으면 너 알아서해! 참는데도 한계가 있는법 도를 지나치면 뭐든 모자란만 못하는거야!!"
"네 어마마마!"
"후훗"
목련은 엄마를 향해서 싱긋 웃어보였다. 당분간은 어쩜 엄마에게 잔소리들을 각오를 해야할거 같다. 어제처럼 아줌마 혼자 계실경우는... 목련은 잠시 한숨을 내쉬고 다시 식탁에 얌전히 올려진 밥과 반찬들을 먹기 시작했다.
★
"오늘은 기분이 좀 나아진거니?"
언제나처럼 용하선배는 목련을 데리러 와주었다.
"그럼요. 덕분에 어젯밤은 푹 잤으니 걱정마세요"
"그래? 거참 다행이다 난 사실 좀 걱정했었거든......"
거짓말이었다. 그것은...사실 어젯밤 잠을 못자 뒤척였던 것이다. 오랜동안 모르고 지냈던 그 이야기가 목련의 맘을 내내 짓누르고 아프게했다. 상우생각으로 쉽게 잠을 못이뤘던 까닭이다.
'있을때 좀 더 잘해줄걸 진작 알았다면...알았더라면......'
그런 후회가 종종 들어서 목련은 많이도 맘이 아펐었던 것이다. 결국 새벽녘에야 겨우 잠든탓에
피곤하다했다가 엄마에게 한소리 들었던 것이다.
"저 이래뵈도 꽤 씩씩하거든요"
"그래? 그렇다면 조금 안심이 된다."
"요즘 글 잘 써져요 선배?"
"아니. 사실은 요즘 거의 못하고 있어. 그래서 사실 다른사람들에게도 열심히 하란말을 하기가
조금은 미안해지는게 사실이야"
"헛 그래요 건 다행이네. 음 역시 운이 좋은 저는 이럴때 티가나네요"
"그건 무슨소리야?"
"헤헷 저 사실은 저도 조금도 진도가 못나갔거든요. 궁할땐 선배팔아먹을려구요"
"뭐? 못됐어 목련이."
목련은 웃으며 먼저 뛰기 시작했다. 달려오던 용하가 갑자기 뚝 멈추는 것이 보였다
'왜지?'
궁금해 앞을 보려다가 무언가에 걸려 목련은 비틀거렸다
"조심좀 해요!"
"앗..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얼떨결에 목련은 고개를 숙이고 몇번이나 사과를 했다. 그 목소린 힘이 있었고, 무의식중에 그만
그래서 목련이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무슨일이야 기욱씨...엇..넌...목련이구나. 안녕?"
이제막 차에서 내린 긴머리의 여자가 돌아보며 궁금한 얼굴로 응시하고 있었다
'이목소린...' 목련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희선선배...
"어, 선배님 안녕하세요? 이분은..."
자연스럽게 고개가 아까 부딪힌 남자쪽으로 향했다. 남자는 희선선배와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얼굴로 목련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이쪽은 기욱씨. 약혼자야 그리고이쪽은 후배 목련이고...그리고..."
희선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용하의 얼굴에 머물렀다.
"그리고 저쪽은 용하선배님"
"어,그래? 안녕하십니까 황기욱입니다."
그는 손을 들어 용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네. 안녕하세요?"
용하역시 다가오는 손을 어쩔까 고민하다가 마주잡고 있는중이었다. 두사람의 손이 만났고 이윽고 간단히 악수가 치뤄졌다. 목련은 잠시 당황해서 그런 두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나 갈게 희선씨. 이따가 전화할게 그리고 연습도 좋지만 넘 무리하지 말고 건강이 더 우선이니까"
아무 꺼리낌없이 그는 희선에게 다가가 살며시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자동차운전석을 향해
걸어갔다
"다음에 뵙죠 용하씨 아..그리고 목련씨. 반가웠어요!"
잠시후 그의 자동차가 붕하고 떠나갔다. 세사람이 어색하게 엉거주춤 서 있었다. 그 침묵을 다행히도 용하선배가 먼저 깨주었다.
"어..약혼자야. 좋은분 같아 보여."
"네. 좋은사람이에요 게다가 능력도 있고, 또 무엇보다 날 사랑해주죠"
희선은 무슨맘에선지 도전적으로 얼굴을 들고 빤히 용하선배를 응시했다.
"다행이다. 행복한거니?"
"물론이죠. 제가 그렇지 못할 이유가 없쟎아요?"
목련은 내심 그자리를 지키기가 껄끄러웠다. 헤어지긴했으나, 왠지 두사람사이엔 자신이 결코 넘보지 못할 그무엇이 있는듯해서 목련은 헛기침을 했다. 두사람이 목련을 돌아보았다.
"그렇겠지. 아,목련아 그만 가는게 좋겠다. 그럼..."
용하선배가 먼저 방향을 틀어서 목련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목련은 남겨진 희선선배를 흘끔 보면서 용하와 보조를 맞춰 걷기 시작했다.
"두사람 그런대로 잘 어울리죠?"
"그래. 그런거같다."
"괜챦아요 선배?"
"내가 ...내가 뭘?"
"아..아니에요 선배 그렇다면 됐어요"
목련은 얼른 말을 돌렸다.
"와 학교안에 핀 꽃들 봤어요? 봄이라 그런지 정말 이뻐요 넘 좋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긴했으나, 어쩐지 먼곳을 보는 표정같았다. 가까이있지만 그런선배가 목련은 왠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 느낌이 왠지 싫다.
'나좀봐 나한테도 이런 구석이 있었나? 나 지금 하는게 혹시 질투?'
목련은 낯선 자신의 모습에 잠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애써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서 고개를 흔들어봤다.
'지금 선배는 내옆에 있고, 그리고 나에게 잘 대해주고 있어 그거면 된거쟎아? 게다가 그녀에겐 약혼자가 있고, 이제 두사람은 끝난거야..더이상 이상한쪽으로 생각지 말자. 그래 그거면 된거야.'
목련은 자신을 향해 애써 타이르고 있었다.
★
"어이 목련아-"
저만치 다가오는 보라는 멀리서 봐도 표가 났다. 목련은 담박에 보라를 알아보았다. 앙징맞은 작은부츠에 청카바와 청치마를 입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보라가 목련일 향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누구니?"
용하가 궁금한듯 물어오고 있었다.
"친구에요 보라라고..."
목련은 더말을 할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상우와 친구이기도한...그런 보라라고. 보라가 목련일 향해서 뛰어오더니 오자마자 덥썩 껴안고 있었다.
"오랫만이지? 잘지냈어?"
"음. 넌?"
"나두! 아..이분은...용하씨?"
"어...어떻게 절?"
자신의 이름을 아는 낯선 상대에게 용하는 놀라서 꼼짝않은채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놀라셨어요? 에구 저런...서보라라고 합니다. 목련이 친구에요"
"아! 네..."
"지난번에 뵈었는데 그땐 절 못보셨던 모양에요 그래서 이렇게 오늘 인사드리게 되네요"
"그러셨어요?"
"뭐에요 매일 이렇게 데리고 오시는거에요?"
보라의 말에 용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훌륭한분이 여기 또한분 계셨네요? 호호 뭐 어쨌든 보기 좋아요 잘되가나요?"
"아.네 뭐 그럭저럭"
"죄송하지만 목련이 제가 잠깐 빌려갈께요 그래도 되죠?"
"물론입니다. 잼난 시간 보내세요"
보라는 고맙다며 인사를 하곤 먼저 가는 용하의 뒷모습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가 사라져갈쯔음 보라는 목련의 팔에 팔짱을 끼더니 근처에 있는 가까운 커피숍으로 이끌고 들어갔다. 전망이 좋은 창가에서 둘은 나란히 앉아 함께 시킨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기집에 이렇게 사귀니 좋니?"
"음. 그래...넌 아직이야?"
"그래 그렇게 됐다. 참 너 상우소식 들었니?"
"아니."
"한번도 전화도 못해본거야?"
"응."
목련은 그러고보니 한달이 지나도록 전화통화도 못했다는 생각에 내심 상우에게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떠날때야 경황이 없었으니 그럴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가고나서도 일절 전화며 편지 그 흔한 이멜이나 문자메세지조차 없는 것이었다.
"상운 잘있대.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할아버지가 그러시는데 지금 열심히 공부배우고 있다나봐."
"공부?"
"음. 아무래도 상우에게 지금하시는걸 물려주시고 픈가봐."
"할아버지가 무슨 장사하셔?"
"장사?"
보라가 어이없는듯 목련일 건너다 보고 있었다.
"그래 뭐 장사랄수도 있지. 할아버진 무역을 하고 계셔. 국내는 아니고 외국을 상대로. 그쪽면에서 꽤 인정받고 계신모양이야. 그래서 상우를 후계자로 지목하신 모양이야"
처음듣는 말들이었다. 왠지 먼곳에서 낯선나라 말을 들은거처럼 목련은 그 모든 이야기들이
혼란스러웠다.
"나말야. 상우에게 직접 대쉬해볼 생각이야."
목련은 보라의 말에 놀라서 보라를 바라보았다.
"나 진작부터 상우자식 맘에 들었거든. 근데 나보다 제사밥에 눈독을 들이길래 포기할려구 그랬지. 근데 너도 이렇게 잘되어 간다고 하고...그래서 다시 시작해볼까 생각중이야"
"어..어..."
"니생각은 어때? 상우 괜챦지 않니?"
내생각은 어떠냐고...목련은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모르겠어. 사실 이웃이었고 매일 그리고 자주봤고 또 늘 나만보면 장난만 치고 놀리고. 그랬으니까."
"그랬겠다. 왜그렇게 못되게만 굴었다니? 좀 잘해줄것이지."
"그러게."
목련역시 그생각을 했었다 있을때 좀더 잘해줄것을..이라고.
"실례합니다."
서빙보는 아가씨가 다가오더니 두사람앞에 얌전히 커피잔을 내려놓곤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더니 이내 총총히 사라졌다 목련과 보라는 커피잔을 들고 향을 음미하며 천천히 한모금을 입에 머금곤 향기를 음미했다.
"그래서 말이야 사실 나도 영국유학을 해볼까해. 그러려면 앞으론 왠지 자주 못볼것도 같다."
"그래?"
"자 여기 내 이멜이야. 멀리 있더라도 연락은 하고 지내자."
"음"
목련은 보라가 내민 쪽지를 받아들었다.
"가서 연락할게 너두 자주하기다?"
"어? 응."
보라는 무척 자신감에 차있었고, 그런 모습이 보기 좋게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그녀는 정성스럽게 바른 청색 마스카라가 묻은 눈썹을 살며시 내리깔더니 잠시 햇살을 즐기는듯 나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봄은 봄인가 보다 요즘은 정말 너무 졸려."
"나두 그렇긴해 그래도 넘 자면 살찌니깐 조심하고 있어."
"그래.여자들도 참 불쌍하지? 맛있는거 실컷 먹고 잠잘때 실컷자고...그런건 부럽지만 조심대상 일호니깐 말야."
"왜 넌 날씬한데..."
"그러기위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을 하는지 안다면 넌 결코 지금 그런말을 하지 못할거야"
목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사실이다. 다이이트? 다이어트라는건 상상조차 못해본 목련이었다.
늘 엄마에게 쇠뇌당하듯 들었던 것이다.
'건강이 최고야.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것이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것을 잃는 거야'라고...
"출국일은 언제니?"
"되도록 빨리 마칠려구 그래.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미적거리는거 내성격에 안맞거든. 글쎄 한 일주일이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일 잘처리하시는분도 알고 그래서...빨리 가려고해"
"그래? 그렇구나."
"일어서자 말하고나니 넘 바쁜거 있지? 얼른 준비하고 해야할일들이 넘 많은거 같아."
"그래"
목련은 보라랑 나란히 일어섰다. 보라는 한사코 자신이 내겠다며 고집을 피우더니 결국 자기가 내고 말았다.
"잘마셨다"
"기집애두 친구사이에 무슨..."
보라는 성큼성큼 자신의 차가 주차되어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누구차니?"
"내차지 당연히..."
당연히? 사실 목련은 지금 자기나이에 운전을 할줄도 모르고, 그리고 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만약 차를 사달랜다면 엄마는 또 난리를 치실게 뻔했다.
'니가 차가 왜 필요한데?'라며 아마도 '튼튼한 두다리로 걸어다녀라'하실것이 뻔했다.
"그럼 목련아 잘 들어가라. 먼저 갈게!"
서슴없이 보라는 키로 차를 따더니 운전석에 덥썩 앉았다. 내려진 창사이로 시동을 걸며 손을 내민
보라가 보였다 목련역시도 손을 들어 흔들어주었다. 보라의 차가 순식간에 미끄러지듯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또 한사람이 이렇게 떠나가는구나......'
목련은 왠지 모를 그런 마음에 쓸쓸해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