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편
상우는 자신의 방안 유리창으로 목련이 돌아오는것을 보았다.
'어 목련이쟎아!'
상우는 목련이를 목청껏 불렀다.
그제서야 목련은 상우가 생각난듯, 상우의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상우야. 안녕?"
목련은 무언가 몰라도 꿈꾸는 표정이었다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쩔려구 저러는지
상우는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오냐?"
"어."
미안하단말이라도 좀 해주면 좋으련만 그저 어라니...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들어서 자주 이런일이 생겼다
상우의 놀림을 받으면 어쩔줄 몰라서
빨개지는 얼굴이 귀여워져서 상우는 그것때문에라도 더 놀린건데.
그런 그의 맘을 알리없는 목련은 들어가려 자기집 대문만을 밀고 있었다.
"근데 너말야 대체 언제나간거니?
나 앞에서 기다렸는데...너 혹시 알고있었던거야?"
".............."
목련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상우는 머쩍어 지기 시작했다.
"나 내일도 기다릴거야"
들었을까?
목련이 자기집 대문을 드디어 밀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상우는 목련이 집안으로 들어가 완전히 모습이 안보일때까지 바라보았다.
왜일까...그는 문득 답답해져옴을 느꼈다.
'내일은 무슨일이 있어도 기필코 함께 가야지...'
상우는 아랫층으로 내려가서 주방안을 기웃거렸다.
엄마가 아빠가 좋아하는 김밥을 싸고 계셨다.
상우는 그것을 슬쩍하나 집어 입안에 쏘옥 넣어 먹어보았다.
'아...맛있다!'
정말 둘이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맛처럼
입에 착착 감기며 혀에 다가오는 맛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우와...죽이는데 엄마.
엄마솜씨는 정말 아무도 따라갈 사람이 없다니깐..."
그말이 싫지 않은듯 엄마가 웃고있는 모습을 슬쩍 눈으로 보며
상우는 접시에 김밥을 담고 있었다.
"아니 왜 먹고싶니? 아빠오시면 함께 먹으면 안될까?"
상우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왠지 거짓말만큼은 하고싶지 않았으니까.
대신에 상우는 접시에 쭈욱 이쁘게 담는다고 담았는데
엄마가 담는거처럼 이쁘지 않고 들쑥날쑥하자 얼굴을 찌푸렸다.
"어..이녀석들 봐라. 서로 어울리기 싫어하쟎아? 야 니들좀 모여. 모여!"
"호호호...녀석두..그런다고 그게 모이니.
그나저나 왜그래..담아 혹시 이쁘게 담아서 먹고 싶은거니?"
엄마가 안됐던지 모양이 좋게 가지런히
그릇에 이쁘게 다시 김밥을 늘어놓았다.
거짓말처럼 들쑥날쑥한 김밥들이 이쁘게 가지런히 정돈되고 있었다.
"햐...엄마 역시 예술이네.
근데 이거 사실은...내가 먹을려고 하는거 아니야."
"뭐? 니가 먹을게 아니야?
너가 아니면 대체 누가 먹어 그럼?"
엄마는 이해가 안된다는듯 상우를 건너다보았다
먹는것도 아니고 저것을 대체 어디다 쓰려는건지 이해가 안되시는 모양이다.
상우는 접시를 랩으로 잘 감고
주방을 나서며 엄마에게 한마디 던졌다.
"엄마 이거 내색시 가져다 줄거야 그러니 아까워 말아요"
"색..색시?"
어이없어 하는 엄마를 두고서
상우는 성큼성큼 목련이의 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한손으로 접시를 들고 가까스로 초인종을 눌르니
목련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아..저 안녕하세요 옆집에 사는 상웁니다."
"상우?"
[딸칵]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얼마후 목련엄마가 현관문으로 나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어 상우라구..어쩐일이야?"
'흠..이다음 나의 장모님.'
상우는 웃으며 접시를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와아 왠 김밥이야? 맛있겠다-
세상에 이쁘기도하네."
"정말 맛있어요
이거 저희엄마가 만드신건데...저희엄마가 음식은 꽤 선수시거든요"
"상우엄마가? 솜씨가 좋으시구나!"
"헤헤...네...다른건 몰라도 음식은 좀 하시는편이시죠"
"상우는 좋겠네. 고마워. 울집에 좀 들어올래?"
"그래도 되나요?"
"그럼 이웃인데...들어와요"
처음 들어가본 목련이네집-
어떨까 늘 궁금했는데 다른집하고 별반 다를건 없었다.
상우는 주위를 훑으며 자리에 앉았다.
목련엄마는 미안했던지 차를 한잔 건네시며,
목련이를 부르셨다.
"목련아 얘 목련아-좀 내려와 보렴"
"왜그래요 엄마?"
목련이가 콩콩대며 계단을 내려오고있었다.
상우는 그녀가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상우네 왠일로 울집에 다 왔어?"
"어...그냥 왔다."
"이거좀 봐라...맛있겠지 글쎄 상우네 엄마가 보내주신거란다 맛좀 보련?"
목련은 엄마가 건네는 김밥을 입에 쏘옥 넣어서 맛을보고있는중이었다
-콩당콩당...
갑자기 두근대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마치 자신이 한 요리가 시험대에 오른거처럼
기다리는 내내 상우는 진땀이 나서 목련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맛있다. 정말맛있어."
"그렇지? 상우어머님은 어쩜..음식솜씨도 이렇게 좋으실까"
그제서야 상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기쁠수가.'
맛있는 김밥에 만족해하는 표정의 목련을 보며
상우는 너무너무 행복했다.
좀더 가져올걸 그랬나봐..라며
그는 집에두고온 다른김밥들을 떠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상우는 목련엄마가 건네주었던 차를
두손으로 받아 한번 마셔보았다.
한약차의 향과 함께 한방차맛이 나고 있었다.
"이게 무슨차에요 흐음...괜챦은데요....맛있네요?"
"어 그거 한차라고 울나라에서 만든건데 일본으로 수출하는 차라나봐.
지난번 마트갔다가 팔길래 함 사와봤어 맛이 괜챦지?
몸에도 좋을거 같아서 울 가족은 늘 마시고있지.
지난번 손님오셨을때도 사실 그차를 내놨었거든 근데 의외로 좋아하시더라구
한방차라서 요즘사람들은 건강을 마니 중요시하니까 말이야"
"네 그렇군요."
상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목련을 건너다 보았다.
칭찬이 거짓이 아니었던듯
열심히 젓가락이 김밥으로 가는것을 보며
상우는 새삼 엄마에게 고맙단 말을 하고 싶어졌다.
"모처럼 상우도 왔는데...올라가서 이야기도 나누지 그러니?"
"어 엄마 나 숙제해야되는데..."
목련의 난처한 모습을 보면서 상우는 얼른 나서서
괜챦다며 다음에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목련엄마가 감사의 뜻으로 담아주신 귤을 들고서 일어섰다.
"또 놀러와 울집은 목련이 하나라서 좀 적적하지.
상우가 자주 놀러온다면 좋을거 같아.
목련이도 심심해하지 않을테구..."
그말에 상우는 너무너무 기뻤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놀러와 드릴게요"
"그래 그래"
상우는 고개를 숙여 정중히 절하고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목련일 향해서 윙크를 건넸다.
"호호호 상우는 정말 재미나네..."
"엄만..뭐가 재미있다고 그래요."
상우는 묵뚝뚝한 목련이를 흘끗 쳐다보았다.
'으휴 그냥 그렇다고 해주면 어때서.'
<그래도 괜챦아. 장모님이 웃으셨으니까...뭐 어쨌든 된거지 >
집으로 돌아와서 상우는 팔짱을 낀채 바라보는 엄마를 보았다.
상우는 귤이 담긴 접시를 엄마에게 건넸다.
"엄마 있지 옆집 분들이 넘넘 맛있다고 칭찬 많이 하셨어.
그리고 이건 잘먹었단 답례라고 하셨어"
"으이구 못살아.
엄마 드셔보세요도 안하고 세상에 내색시 가져다 준다고?"
상우는 머쩍어져서 속상해서 화를 내는 엄마를 향해서 웃었다.
"에이.미안해 엄마. 좋은게 다 좋은거지 뭐!
게다가 저봐 귤도 생겼쟎어- 맛있겠다. 그치"
"그러길래 그런말이 있지. 아들넘 키워놔봐야 다 소용없다는..."
"잘할게. 엄만 기냥 나만 콱 믿어
아들을 믿어야지 누굴믿어 그치엄마?"
그말에 어이가 없었던지 엄마도 상우를 보고 웃고말았다.
"에이구 말은 정말 청산유수라니까.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여 씻고서 와 아빠오실 시간됐다."
다행이었다 엄마가 그걸로 풀어지셔서.
상우는 화장실로 들아가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
다음날 아침...
상우는 노래를 부르려다가 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작전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유리창으로
목련이네 집을 계속 뚫어져라 보고있는 중이었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기필코 함께 가야지'
현관문을 통해서 목련이가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상우는 앞뒤가릴거 없이 가방을 들고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뛰내려오는 소리에 놀라서 엄마가 무슨일인가 나오셨다
"아침밥 먹어야지"
"그럴시간 없어요 나중에 알아서 먹을께"
-후다닥...
상우는 목련이의 대문앞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없었다 그럼어디지? 어디로 샌거지?
아, 그렇지 뒤쪽이다! 상우는 뒤로 돌아갔다.
역시나... 뒷쪽으로 목련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흠..저런 방법으로 도망을 가시고 있었단 말씀..그러니 이젠 안되지'
"야, 한목련 너 거기서 뭐하냐? 거기가 너네집 대문이었니?"
-뜨끔
깜짝 놀라서 목련이 상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우는 성큼성큼 목련의 앞까지 다가가 섰다.
목하얀색 셔츠에 밝은색의 청바지를 입고 봄에맞게 노란 가디건을 걸친
목련의 모습이 무척 경쾌해 보였다.
"어...상우야 안녕? 어쩐일이야. 이렇게 일찍."
"무슨짓이냐. 멀쩡한 대문놔두고."
"어? 그..그냥. 재미있을거 같쟎아 안그래?
재미있어 너두 한번 해볼래?"
"누가보면 너...뭐하나가지고나가는앤지 알겠다. 도손님...말이야"
"도..도손님? 그거 혹시 도둑? 야 상우!"
"농담이야 농담...야, 넌 그..농담도 모르냐. 그건그렇고 뭐해? 어여가자"
목련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윽고 걷기 시작했다. 상우는 그런 그녀의 보조에 맞춰서
걸음을 옮겼다.
"상우야 근데 어떻게 알았어 내가 거기로 나오는거?"
"어떻게 알긴 그렇게 뛰어내리는데 쿵소리가 안들리겠냐?
그리고 내방에서 다 보여. 암튼 불안해서 못살겠다니깐.
어제보니까 너 딴생각하느라고 차가 지나가는지도 모르더라
그럼되냐 자식이라고 달랑 너하난데... 너희 부모님위해서 내가 인심좀 쓰기로 했다.
어때,고맙지?"
어이가 없는듯 목련이 고개를 돌리며 웃고있었다.
"그래...고맙다...넘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날라고 그런다"
"걱정하지마 앞으론 이든든한 상우님이 널 지켜줄테니까"
왠지 오늘은 일이 술술 풀리는 날이 될거같다
목련의 엄마를 통해서 이미 자기와 같은 학년 이라는 것,
그리고 같은 학교라는 이야길듣고서 더 깨달았다.
'이건 정말 보통 인연은 아닌거야'
안그래도 올해는 정말 무슨일이 있어두
솔로탈출을 해야지 생각했다
불행끝 행복시작...이라는 말이 나를 위해 존재한거같다.
목련이가 말이 없었다 상우는 그래서 우수운 이야길 해보았다.
대답 대신에 상우가 하는말들을 듣고 있다가 그녀가 살짝 웃어주었다.
"하하..웃었다...너 웃었어."
"참..너두 그게 뭐 어쨌다구..."
"웃어. 웃는 모습 보기 좋쟎아 보는사람도 그리고 웃는 사람도"
"그래 알았어. 바래다 주어서 고맙다. 이제 학교야 그럼..."
"야 치사하게 너 혼자갈려고?"
"그..그럼?"
상우는 그녀가 놀라서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살짝 눈을 흘겼다.
"나 학교 다 도착했어. 아주 안전하게...바래다준건 정말 고맙다."
"뭐 고맙기까지. 환영한다 울학교 학생이라며?
나도야. 정말 기막힌 인연이라고 생각되지않니, 우리?
바로 옆집에 같은학교 같은학년...인연도 이런인연 드물거다."
그말이 그렇게 충격이 심했던걸까.
목련은 많이 놀란 표정을 짓고있었다.
"같은...? 정말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음...아무리 농담잘하는 나지만, 이건 정말 변할수없는 사실이야."
오,맙소사! 목련의 표정에 그런 안타까움이 스쳐갔다.
"참..너말야 동아리는 든거냐? 아직이면 울 동아리 들어와라."
"미안하지만 난 어제 가입을 했어. 난 거길 가봐야겠어."
"어,그래 그건 유감인데..동아리도 함께라면 좋을텐데말야"
"그럼...잘가"
목련이 먼저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그뒤를 상우도 쫓아가기 시작했다.
흘끗보니 그녀는 아직 학교 지리에 어두운거 같았다
눈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는걸보면
'대체 어느곳엘 들었단거지? '
상우는 목련이를 흘끗 보곤 그녀의 걸음을 따라 다시 걸었다.
목련이 걸음을 멈추더니 계속 쫓아오는 상우를 보고 있었는지 소리를 빽 질렀다.
"언제까지 따라올거니?"
"바보. 난 보디가드라 그랬지.
니가 가는데까지 따라가야지 당근!"
"못살아 정말."
목련은 체념한듯 바쁘게 걸음을 걷고 있었다.
상우도 목련을 따라서 바지런히 걸음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
목련은 무시하자.무시하지 속으로 되뇌이며 부지런히 걷고있는 중이었다.
몰래 빠져나올려고 했는데 오늘은 정말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나저나 어디서 찾아야한다지?
목련은 이리저리 아는 사람을 찾는중이었다.
-두리번 두리번
"안녕?"
인사소리가 들리는곳으로 고개를 향했다.
목련이 좋아하는 블루톤의 니트티를 걸친
용하가 걸어오고있었다.
"일찍왔구나. 부지런한걸."
"아,선배님!"
너무 반가워 목련은 막 달려갔다.
사실 어찌 찾나 넘 걱정했는데 의외로 이렇게 귀인을 만나다니...
이제 됐다는 안도의 한숨이 그녀에게 퍼져왔다.
"옆에 있는 사람은 혹시 남자친구?"
그제서야 목련은 곁에 서있는 상우를 바라봤다.
"아..아니에요 그런거! 같은 동네 살아요 바로 옆집에."
"그렇구나. 그럼 가볼까?"
용하가 먼저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놓칠세라 목련도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선배님 같이가요-"
앞서가는 두사람을 바라보며, 어두운 표정의 상우가 거기 서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인걸...'
상우는 입술을 한쪽으로 잔득 구긴채 두사람을 따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