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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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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빨간머리앤 2003-03-16

어쩌면 내 어릴적 부터의 이상형인 큰언니 였었기에 어린 내귀로 들려온 그 소리 또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지...
큰언니가 작은언니한테 조금은 과장된 듯 그러면서도 들뜬 목소리로 한 얘기는... '은숙아! 첫키스가 어떤건지 니 아나? 모르재! 난 이제 안다'하는 그 웃음섞인 목소리가 왜 그리 내온몸에 있는 털들이 곤추 섰다고 느낄만큼 오싹하고 싫었는지...
그전까지만 해도 큰언닌 첫사랑 오빠와 좋아하고 지내던 공식적인 사이였었지만 요즘 세대처럼 금방금방 손잡고 키스하고 더 나아가 관계까지 갖는 그런 시대가 아닌지라 손이라도 잡아봤다면 커다란 발전이라고 여기던 때였으니 말이다.
그런 큰언니가 전혀 거부감없이 오히려 설레서 하는 그 들뜬 목소리의 고백은 너무나 역겨웠었다.

하지만, 난 전혀 아는체 하지 않았었고 큰언닌 전혀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 동생들을 대했었던 것 같다. 물론 작은언니랑 잠깐식 오고가는 눈길을 내가 전혀 모른 것 만은 아니었지만 그 사실을 내가 그만 잠결에 다 들어 알고있노라고 말하기엔 난 너무 어렸었고 또 무서웠었다. 내가 알고 있단 사실을 밝힌다는데 대해서...
그냥 다 예전과 같았었다. 다만 내 이상형이었으며 큰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나의 맹종적인 추종은 거기에서 일단락 짓게 되었으며, 그건 다른 방향으로 큰언니를 생각하게 됨과 동시에 미워하게된 시작이었었다.

그리고 얼마후 엄마를 비롯해 작은언니를 포함한 우리 동생들에게도 공식적인 선언을 큰언닌 했었고 엄만 순순히 받아들이셨었다.
왜 그리 쉽게 받아들이셨는지 화가 났었지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고 느낀것도 엄마의 허락이 내려진 이후로 전혀 예상도 못했던 사실과 함께 알게 되어버렸었다.

큰언닌 일을 다 마친 뒤에도 그 재봉사 아저씨랑 데이트도 했으며, 그 재봉사 아저씨 또한 우리 동생들한테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했는지 그렇게 밉게 행동하진 않았었던 것 같았다.
맛있는 과자봉지와 과일들을 자주 사갖고 우리집을 오갔으며, 엄마한테도 맏사위 노릇을 든든히 하겠다며 과장된 폼으로 말을 했었었지만
그 누구도 헛소리 하지 말라는 둥 제동을 거는 이는 한명도 없었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 곱상하면서 예의있어 보이던 큰언니의 연인에게 감춰진 비밀이 있었는지...내가 굳이 예비형부라 하지 않고 계속 재봉사 아저씨로 부르는 것 또한 그는 큰언니의 남편이 되지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큰언닌 상당히 변해 가고 있었다. 외모뿐만 아니라 생각까지도...
걷잡을 수 없는 변화를 왜 그때 말리지 못했을까 가슴을 치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었겠냐만은 그래도 하는 작은 기대때문에 그게 천추의 한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재봉사 아저씨는 곱상한 인물답게 그전에 사귀던 아가씨가 한둘이 아니었던 모양이었었다. 큰언닌 계속 그런 일로 그와 다투게 되었었다.
큰언닌 첫사랑과의 결별 이후 학력으로 인한 열등감을 그냥 언니보다 더 낮은 사람을 선택함으로써 거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와 지고 더불어 큰언니의 뜻대로 모든게 척척 이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었기에 그 재봉사 아저씨의 뜻하지 않은 지저분한 여자관계로 큰언닌 위기를 맞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째서 위기였었는지 왜 큰언니가 그런 쓰레기 같은 관계를 끊지 못하고 전전긍긍 했었었는지... 여자신세가 뒤웅박신세란 말은 우리 큰언닐 두고 하는 말처럼 여겨지기까지 했었다.
큰언닌 세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아는척을 했었고 나름데로 대응하고 맞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지만 큰언닌 아니었었다.그저 모습만 사회물정 다 알고 있는양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양 턱을 내세우고 도도한 척 하고 다녔었지만 아니었었다.
큰언닌 어디까지나 시골 풋내기였었던 것이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