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닌 차라리 식구들과 합치지 않고 그냥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 보게 된 것도 큰언니의 살갑지 않은 변화와 그로 인해 겪게 되는 큰언니의 삶이 맘편한 게 아니었기에 더욱 더 혹시 하는 간절함이 생겼을 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외가에서 살던 그 몇년이 큰언니의 삶중에서 그나마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큰언닌 조신하게 여고를 졸업했다.
그리고 그때쯤 엄마랑 살고 있던 우리들도 어느 정도 커서 엄마의 손길이 그리 가지 않아도 되었기에(사실 엄만 살기 바빠서 우리들은 전혀 엄마의 따스한 품은 못 느끼고 그냥그냥 살았던 것 같다),또 큰언니 또한 나이 스물이 되었으니 엄마를 도와 살림에 보탬이 되리라
해서 식구들과 합치게 되었고, 아버지 돌아가신 후 식구가 다 같이
살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었다.
큰언닌 시골서 살다와 그런지 정말로 순수했었다.
거기에다 얼굴까지 이뻤으니 큰언니가 처음 가게 된 직장에서도 큰
미움없이 잘 적응하며 다녔었다.
그때 당시 큰언니가 가진 첫직장이자 뗄수 없는 직업이 된 그 일은
양장일이었다.
외가에 있는 이모가 의상실을 하고 있었기에 눈으로 본것 만 해도
몇년인가? 거기에다 엄마까지 한복 삯바느질로 딸들을 먹여 살렸으니 으레히 옷만드는 의상일을 배우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몇년을 다녔었구 우리 식구들은 큰언니의 돈벌이로 그럭저럭 궁상맞게 살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큰언닌 옆집 비슷한 또래 언니와도 친하게 되서 정말이지 둘도 없는
단짝친구가 되었었지만, 엄연히 그 언닌 대학생이었구 큰언닌 그냥
의상실 '시다바리'였으니 마음속 깊은 곳에선 열등의식이 없지 않아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 옆집언니와 함께 남자친구들도 사귀게 된 것이구 거기에서 큰언닌 첫사랑을 하게 되었었다.
주변 친구들도 말없이 묵인해 준 둘의 관계지만 그냥 다른 이성과는
좀 다른 각별함만 있었을 뿐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관계일 뿐이었다.
큰언닌 우리동생들 앞에선 당당하고 멋진 언니였었지만 그 오빠와의 사이에선 그렇게 당당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좋아하면서도 속으로만 끙끙 앓아오다 그냥 흐지부지 헤어지고 말았으니....
사실 내가 알기론 이 정도였지만 훗날 옆집언니에게서 전해들은 얘긴 그게 다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큰언닌 그 오빠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했지만, 그 오빤 우리 큰언니가 이뻐서 데리고 다니긴 좋았지만 자기 부모님앞에 떡 하고 소개시킬
자신은 없었나 보다. 그러니 그걸 알게 된 큰언닌 그 오빠랑 절교선언을 하고 아무일 없는 듯 지나쳤는 것 같지만 그때부터 큰언니의 삶은 힘들어 졌었었다. 훗날 돌이켜 보면은....
그일이 있은 지 한참이 지난 후 아니 한 두세달 후였었던 것 같다.
같은 의상실에서 재봉일을 하고 있는 재봉사가 큰언니한테 잘해준다면서 그 재봉사가 마음에 든다는 말을 동생들 앞에서 스스럼 없이 하고 다녔었다.
그러던 어느날 작은언니랑 하는 얘길(물론 둘은 내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애인양 숙덕거렸지만 난 조숙했다. 다들 그러지 않는가? 일찍
이 눈치만 늘어나 어리버리해 보였지만 속엔 능구렁이가 한 댓마리는 있었던 것 같다)듣고서 난 큰언니가 싫어졌었다.
아니 그때부터 큰언니가 저속해 보였구 심하게는 사창가 창녀처럼 더럽다고 생각하게 되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