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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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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BY 봄햇살 2003-04-08

그녀는 묶여있었다. 마치 침대에 붙어있는 사람처럼 꽁꽁묶여있었다.
그녀의 몸을 휘감은 밧줄.. 그리고 밧줄처럼 휘감은 몸의 상처..
나는 눈물이 범벅이 되어 그녀를 깨웠다.
그녀는 힘없이 눈을 뜬다. 그녀의 눈에 한줄기 흘러내리는 눈물..
고개를 말없이 돌리는 그녀.. 아프다.. 너무나 아프다..
그녀의 몸에 묶은 줄을 풀고 그녀에게 옷을 입힌다.
그녀에게 멀리 어디로든 가자고 하자 고개를 젓는다.
남편은 무서운 사람이라 어디든지 자기를 찾아올거라고 말하며 심하게 떨고있다. 이번엔 정말로 자기를 죽일거라고 몸을 떨고 있는그녀.. 어떻게 하나..
그녀를 설득시켜 밖으로 나온다. 강릉에 사둔 나의 아파트에 대해서 얘기해줬다. 부모님도 안오시고 오직 나만을 위한 별장이라는걸 말이다. 아무도 모를것이다라는걸 강조하며 그녀를 설득시켰다.
심심할때 친구들이나 여자들을 데리고 놀러가던 싼가격에 사둔 아파트에 이렇게 감사해본적이 없었다.
그녀가 끌려갔을때랑 똑같은 밝은 햇빛.. 그녀는 살짝 눈을 찡그린다. 이상황에서도 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
그녀를 내차에 태우고 도시를 빠져나간다. 힘없이 있던 그녀..
그녀는 나를 보며 살짝웃는다. 발그레해진 얼굴로 배가고프다고 부끄러워하는 그녀.. 사실은 그날이후 아무것도 못먹었단다.
다시 내마음을 찌르는 아픔.. 그놈은 먹을것도 주지않고 그녀를 얼마나 학대한 것일까.. 아울러 그때 나도 식음을 전폐한것에 그녀에게 조금은 당당해진다. 휴게실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죽을 사서 그녀에게 먹인다. 허겁지겁 먹으려는 그녀를 자제시킨다. 나도 얼마나 구토를 했던가. 힘든그녀가 구토라도 하게되면 정말 버티기 힘들것이다.
천천히 한숟갈씩 떠먹인다.작은 새처럼 그녀는 내옆에서 죽을 받아먹고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음끼니엔 더 맛있는걸 사줄것을 약속한후 출발한다. 강릉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그녀와 내가 달린다.
이제 더이상 그녀를 놓치지 않을것이다.
가능하다면 빨리 재산을 처분하고 그놈의 손이 닿지 않을 정말 시골 깡촌이라도 가서 그녀와 살것이다. 원래 나는 촌놈이었고 농사는 내 전문이니까, 그리고 나는 돈이 많으니 그럭저럭 그녀손에 물안묻히고 귀부인처럼 살게 해줄 자신이 있다.
문제는 그놈과 평생 안마주치고 살것인가하는것이다.
솔직히 나도 그놈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햇빛을 가린 그의 모습.. 강한 카리스마..주변을 압도하는 분위기..
나역시 그에게 그의 눈빛에 제압당하고 있었다.
그녀말로는 상당히 유능한 검사출신으로 현재 변호사일도 로펌에서 제일 잘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하긴 내가 범인이라도 그눈빛으로 다그치면 헤어나지 못할것이다. 그녀말대로 그놈에게 영원히 벗어나는 일은 그놈이 정말 어디가서 사고라도 나서 죽는일밖에 없는것이다.
저멀리 강릉이 보였다.
느껴지는 축축한 공기.. 바다내음.. 갑자기 그녀가 벌떡일어나 와 하고 소리를 지른다.
티비에서 보면서 나중에 스포츠카를 사면 꼭 해보고 싶었단다.
그리고는 다시 앉아 해보고나니 쑥스럽다며 혀를 내미는 그녀..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녀를 안고싶고 갖고싶은 마음에 몸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몸이 말이 아니니 조금은 기다려야 할거다.
밥도 차츰 먹여야 할거고 말이다.
저멀리 바다가 보인다.
우리둘에게 펼쳐진 밝은 미래처럼 푸르고 맑은 바다..
저바다처럼 그녀를 안아주며 살거다..
그녀에게 행복이 무언지 가르쳐주며.. 행복하게 아주 행복하게..
그렇게 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