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사랑한) 그의 이야기-
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별볼일 없는 동네에 땅만 무지하게 많아서 나는 남들한테 아이고 아가야 소리들을만큼 어릴때부터 하다못해 잡초라도 뽑는등의 그야말로 '노가다'를 했다.
아버지는 그야말로 '진정한' 농군이라 황소처럼 일만하셨고 어머니는 보수적인 농군아버지 밑에서 허리제대로 펴시지 못할만큼 농사일에, 아무리 시골이라도 좀 너무하다싶은(동네에서 우리집 하나뿐이었다.)재래식 부엌에서 연기를 맡아가며 밥을 지었다.
이상하게도 땅도 많고 일도 열심히 했는데 지지리도 가난했다.
보리밥을 아무리 양푼으로 먹어도 늘 배가고팠다.
커가면서 나는 더욱 일을 해야했다.
아버지는 나를 농군으로 만들려는것 같았다. 하지만 난 절대 그럴수 없었으므로 공부를 좀 해보려고 했지만 농군의 자식은 농군일수 밖에 없는지 아무리 해도 공부는 안됐다. 내가봐도 머리가 나쁜듯 했다. 하지만 운동신경은 탁월해서 체육선생님은 나를 너무좋아했다.
나도 안되는 공부보단 체육이 좋았다.
하지만 이 시골에서 체육을 잘한다고 해서 아버지가 한마디 칭찬해주실리는 없었다. 힘은 센가부지.. 던지듯이 한마디 던져주신게 아버지의 유일한 칭찬이었다.
별볼일 없이 하루하루 지나가는데 우리집에도 이런 행운이 올줄이야.
대박이었다.
말로만 듣던 재개발이라는 큰 행운이 우리집에 와준 것이다.
우리집엔 돈이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남들이 쳐다보지도 않던 척박한 농토를 저렴하게 사서 개간해서 농사를 지으셨던 것이다.
얼마 안되는 돈으로 돌투성이 논,밭을 많이 사서 개간한다고 해봤자 거기서 나오는 농산물은 얼마 안?榮? 그래서 일해봤자 우리집은 늘 가난했고 나는 그러면서도 땅 욕심이 많아서 척박한 땅을 사들이는 아버지가 늘 불만이었는데 이렇게 대박이 날줄이야.
땅을 팔고 동그라미숫자 세기도 힘든돈이 통장에 들어온날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도 울었다. 이제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너무나도 존경스러웠다. 이런 대박이라니..
우리는 서울로 상경했고 큰 집을 샀다.
'졸부' 말로만 듣던 졸부의 행렬에 우리도 동참한 것이었다.
평생 일 안해도 먹고싶은것 먹고 쓰고싶은것 먹을만큼 엄청난 돈을 가진 우리는 그만큼 행복할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집을 아니 우리아버지를 가만두지 않았다.
특히 여자들이 말이다.
농군인 아버지는 건장하고 키가컸다. 새카맣게 그을린 피부와 농부특유의 촌스러움도 돈을 들이고 때깔을 입히니 내가봐도 멋진 배우처럼 근사했다.
아버진 이상하게 변해갔다. 주위의 여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엔 눈치를 보다가 이젠 노골적으로 여자들을 만났다.
어머니는 이상하게도 나의 어머니는 아무리 꾸미고 돈을 들이고해도 무언가 갓 서울상경한 시골촌부의 티를 벗어나질 못했다.
외출하는것도 두려워하는 가엾은 내어머니.
만만하게 보였는지 하다못해 파출부에게까지 무시를 당했다.
구부정한 어깨에 고급 홈웨어를 걸치고 어색하게 촌스런 내 어머니가 파출부한테 무시당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어머니가 가엾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집안의 돈줄은 아버지가 쥐고 있었고 나와 어머니는 돈이 필요했다.
아버지는 점점 기고만장했고 몇명의 배다른 내동생이 생긴것도 알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카리스마를 내가 이길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엄청난 돈을 들여 유명하다는 학원강사들은 내게 붙여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나는 공부로는 가망이 없었다.
나는 나의 특기를 살려 체육대학으로 갔다.
의대나 법대를 바라신 내아버지는 실망한듯했지만 그래도 대학이라는 간판은 우리아버지에겐 존경의 대상이었으므로 아버지는 나에게 아파트를 사주시고 용돈도 모자라지 않게 주셨다.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아파트에 살며 아버지를 닮아 키크고 건장하고 이상하게도 체육을 하고 농사일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희디흰 피부를 지닌 내게 여자들은 '열광'했다.
나는 모델같이 생긴 여자, 공부잘하는 여자, 귀여운 여자, 가끔은 뚱뚱한 여자, 유부녀, 이혼녀, 등 골고루 취향에 맞춰 '맛'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그러나 마음속은 늘 허전했다.
누군가 한명정도 사랑할수 있을것 같았는데 넘치는 여자속에서도 내사랑은 없었다.
늘 외롭고 목말랐다. 여자와의 섹스는 하면할수록 공허했다.
나의 유일한 취미인 운동조차도 땀을빼고나면 공허했다.
심심했다.
그래서 발견한 나의 취미가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었다.
고성능 천체망원경으로 하늘의 별을 보면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듯한 벅찬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하늘의 별만 보고 행복해 할만큼 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청년은 절대 아니었다.
그 망원경을 이용한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남의 집 엿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