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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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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봄햇살 2003-03-21

-남편의 이야기-

여자자체를 경멸했기에 나는 사랑이란말을 믿지 않았다.
여자는 선천적으로 색정적이고 더러운 대상이였으므로..
여자뿐만 아니라 나는 그 어느것도 사랑할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같은 남자나.. 티비 연예인이나.. 한마리 강아지에게도 나는 사랑을 줄수 없었다. 부모의 사랑을 전혀 받지않고 큰 나는 사랑이라는게 어떤건지 알수 없었기 때문에 사랑을 할수가 없었다.
그저 순수해 보이는 여자구나 하고 무심코 봤던 그녀와 우연히 부딪친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 향내에 나는 그만 취해버렸다.
그녀에게선 세상에서 맡아보지 않은 향기가 났다.내마음속에 벅차게 밀어닥치는 첫사랑의 향기에 나는 빠져서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나는 그녀에게 목마르고 또 목말랐다.
그녀는 내가 다니는 고시원의 늙수구레한 주인영감의 늦둥이 딸이었다. 늦게 본딸에대한 영감의 애정은 그야말로 딸이상이었다. 예쁘고 공부잘해서 머리좋은 여자들이 간다는 어느 여대에 재학중인 딸이 어찌 귀하지 않겠냐마는 영감의 딸사랑은 유별났다.
영감의 목표는 고시패스한 사위를 두는 것이었다.
마치 그래서 고시원을 차린마냥 영감은 좀 확실하다 싶은 사람은 같은 수험생끼리 치사할 정도로 차별해서 대우했다.
그리고 모두 모여 식사하는 식사시간에 딸을 불러 일부러 그런사람과 친해지도록 시중들게 했다.
귀한딸을 그런일을 시킨다는건 그 영감으로서 못할짓이었겠지만 미래의 판검사가 될 사람과 눈맞춤을 시키는것이 그 영감의 목표였다.
그녀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가진후 나는 그녀와 어떻게든 작은 대화한마디 해보고자 했지만 남이볼때 고시합격률 제로인 나에게 언감생심 그녀에게 접근할 기회를 갖는것은 마치 내가 고시에 붙는 것보다 성공할 확률이 더 없는 것이었다.
사랑을 몰랐기에 갑자기 몰아닥친 사랑의 늪에 빠져서 나는 허우적댔다.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몰랐다. 고시원에선 되지도 않는 공부하다가 미친놈으로 소문이 났다. 마치 폐인처럼 나는 충혈된 눈을 번들거리며 그녀를 찾아다녔다. 그녀는 점점 나를 두려워하고 피해다녔다. 나는 그저 그녀를 잠시라도 내눈에 더 담아두고자 하는 그뿐이었는데.. 말한마디 붙일 생각 없었는데.. 그녀는 나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녀의 두려움을 배려할만큼 나는 사려깊지 못했다.
그녀가 있는곳 어디에서나 나를 볼수 있었을 것이다.
어느날 고시원영감이 나를 불렀다.
영감의 마른몸에서 어디 그런 힘이 숨어있었는지 젊은나를 쓰러뜨리고는 무섭게 두들겼다. 영감은 어디감히 너같은 새끼가를 연발하며 나를 두들겼다. 일어나서 덤빌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의 순결한 백색천사를 이세상에 나게해준 고마운 사람이므로 나는 가만히 맞고만 있었다.
영감은 온몸의 땀을 다 배출한것처럼 보였다. 물에젖은 사람처럼 땀에 젖어 씩씩거리며 나를보고 욕지거리를 퍼붓던 그는 내얼굴에 돈을 던졌다. 다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했다.
나는 조용히 돈을 쓸어담았다. 내마음속에선 돈을 뿌리치라고 말했지만 늘 돈에 굶주렸던 내몸은 돈을 쓸어담고 있었다.
그길로 짐을싸서 고시원을 나왔다. 돈은 제법 많았다. 처음 계약할때 준돈을 모조리 준것이었다. 나는 다른 고시원을 계약했고 나의 마음은 몸에게 감사했다. 이런상황에서도 돈이 있고 갈곳이 있는것에대한 안심으로 평온해진 내가 이상했다.
한푼 주지않고 쫓아내지 않은 영감에게도 고마웠다.
그렇게 죽도록 사랑한 내 첫사랑과는 이별했다.
하지만 나에겐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그녀를 내곁에 두기..
나는 그 목표를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하루 잠을 두시간도 안잔것 같다.
그녀를 내곁에 두기위해 나의 몸이 초인이 된것 같았다.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