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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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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who 2003-02-27


어느덧 지영은 대학을 졸업 하게 되었고,
지영이와 경호의 양가 집안에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경호의 부모님은 두분이 연세가 많으시고
장남인 관계로 결혼을 몹시 서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샤워를 막 마치고 나온 지영은 
모처럼 걸려온 동규의 전화에 깜짝 놀랐다.

"야~ 동규야~너 증말 오래간만이다."
"구럼~ 하하.."
"살아 있었네?..ㅎㅎ"
"지영아~우리 만나자.."

"그래 너 거기가 어딘데?"
"여기 시내.."
"알았어 곧 나갈께.."

지영은 오래간만에 걸려온 동규의 전화를 받고 
반가운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나갔다.

오래간만에 시내의 거리는 몹시 활기차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둔 조명속에서 동규를 
찾기위해 지영이 두리번 거리자 저만치서 동규가 
활짝 웃는 모습으로 손을 높히 들어 반긴다.

"동규야~ 이게 얼마만이니."
"ㅎㅎ구래..반갑다..넌.. 여전하구나..."
"구럼..내 미모가 어디 가겠니?ㅋㅋ"
"하하..그래.."

"너 군대 다녀왔니? 왜 그렇게 소식이 없었어?"
"ㅋㅋ 나 방위 다녀온거 너 몰랐냐?"
"어머..그랬니?..그랬구나.."

그렇게 반가운 마음에 지영은 오래간만에 만난 
동규가 너무 반가워 수선을 떨어보지만..

왠지모르게 동규의 모습은 예전같지 않게 
수척해 보이기도 했고 조금은 어두워 보이기도 했다..

"너.. 왜그래..무슨일..있니?"
"지영아.."

갑자기 동규는 뭔가 각오라도 하고 온듯 무겁게 입을 연다.

"야~~너답지 않게 왜케 무게잡고 그래?"
"실은말야.. 나 너 한테 할말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

오래간만에 만난 동규가 뜻하지 않게 지영에게
할말이 있다고 말을하자 지영은 소리없이 긴장하고 있었다.

"음..무슨..말인데?"
"나 말야.."
"음....."
"..지금까지 혼자 고민도 많이 했고..사실 많이.. 망설였다.."
"....."
"사실 나..너를...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
"그..게 무..슨..말이야?"
"지영아.."
"......"

답답했다..
동규가 지금 무슨말을 하고 있는건지 
동규는 잠시 말이 없더니 커피한모금으로 
목을 축이며 다시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결혼해 줄래?"
".....뭐?..뭐라고??"

지영은 머리가 갑자기 온통 멍해졌다..
그저 아무 생각도 없었다. 
지금 동규가 왜 그런말을 하는건지..

지금까지 소식한통 없던 네가 갑자기 이제와서 
왜 내게 결혼을 하자는건지..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많이 보고 싶었어..괴롭거나 힘들때면...너가 왠지
생각났고.. 문득문득 보고싶고.. 만나고 싶었다..그래서..
너가 살던 그 집에도 가끔 찾아가 보기도 했어...이사가고 없더라.."
"응......"

"..그렇게 힘들때 떠오르는 사람..자꾸만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사람..결혼은.. 그런사람하고.. 해야된다고..생각했거든..."

지영은 너무나 놀라서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말을 하는 동규가 도무지 이해가 안갔다.

넌 그동안 나한테 너의 수많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얘기해 왔었고 그렇게 편하게 터놓고 지내던 
우리사이가 왜 이제와서 그런 사이가 되어야 하지..

지영은 잠시 혼돈스러웠다. 정리가 되지 않았다..

"실은 내가 능력이 안돼서 지금까지 말을 할수가 없었어..
가난한집 아들에 가진것도 없고 능력도 없는 내가 어떻게 너를.."
"......"
"그래서 나 지금까지 혼자 많이 고민했어.."
"....."
"지금부터라도 고시공부를 할까 해.."
"....."
"지영아.."
"응.."

"안돼겠니?"

그렇게 진지한 동규의 모습을 지영은 여태껏 보질 못했다.

"동규야.."
"음.."
"나 말야...곧...결혼해....."
"뭐? 뭐라구? 어떤 놈인데?"

이번엔 동규가 더 놀란 표정으로 다짜고짜 지영이에게 묻는다.

"결혼한다는 놈이 누군데.."

지영은 그렇게 놀라서 당황하며 물어보는 동규가 우스웠다.
지영은 천천히 결혼할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고

동규는 마치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그런 모습에서 점점
안정을 되찾는 모습으로.. 그만 포기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너도.. 그 사람..사랑하니?"
"그럼..그러니까 결혼하지..ㅎㅎ"
"언제.. 하는데?"
"내년 봄에.."

"어디서 살게 되는데?"
"서울에서 살게 될꺼야."

"야!! 나도말야..나중에 결혼하면 너가 사는 옆집에서 살꺼야"

지영은 동규가 진지한 표정으로 농담하는 모습이 귀엽게마져 느꼈다..

"ㅎㅎ동규야..너 이런말도 모르니?"
"뭐.."
"네 이웃집 여자를 탐하지 말라~~ㅎㅎ"
"짜식..."

잠시 말없이 테이블 밑을 보던 동규가 지영에게 말을 건넨다.

"그래....행복해라..그대신 말야..너..그넘이 결혼해서 힘들게 하면
그땐 언제든지 내게 돌아와..알았지?"
"ㅎㅎㅎ알았어..그런데..아마 그럴일은 없을거야.."

"나 말야.. 너 올때까지 시골에서 기다릴꺼야..알았어?"
"에구~ 아저씨~정신차리세요~ "

지영은 동규의 엉뚱한 소리를 그렇게 혼냈다.
잠시 할말을 잃은 지영이는 동규에게 무슨 말인가를 해야만 했다.

"동규야..너가말야 고시패스하면 여자들이 아마 백미터는 줄 설걸?.."
"그래도.. 너같은.. 여자는.. 없을꺼야.."

"그야 당연하지..ㅋㅋ 아냐 농담이야.. 그럼 뭐 그 많은 여자들중에
가장 날 닮은 여자 골라서 결혼하면 돼겠네뭐..ㅎㅎ 안그래?"
"그래....그러지..그럴께..."

동규가 씁쓸하게 애써 웃는다.
그런 동규의 미소를 보고 지영도 마주보고 웃는다.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동규와 지영..
가을바람이 몹시 을씨년스럽다.

둘은 그전과 달리 서로 아무말 없이 그렇게 서 있었다.
그러자 동규가 낮은 목소리로 지영을 부른다.

"지영아~"
대답대신 지영은 동규를 바라 보았다.

"그럼.. 우리 오늘이... 마지막..인거야?"
"...음..아마..그렇게 되겠지.."

잠시 할말을 잃던 동규가 손을 내민다..

"얌마..마지막으로 너 손 좀 만져보자.."

지영은 그런 동규의 손을 거절하지 못하고
코트속에 있던 긴손을 꺼내 이별의 악수를 나누었다.

동규는 처음으로 지영의 손을 잡아 보면서 새삼 생각했다.

'이렇게 널 떠나 보내면서...7년만에..
이제서야..이제서야..네손을 처음으로..만져 보는구나..`

동규는 왠지모를 서글픔들이 한순간에 진하게 밀려왔다.

그렇게 가을의 저녁은 다가오고..
지영을 싣고 갈 버스는 아쉬운 동규의 마음에도 
아랑곳 않고 눈앞에 다가오자 동규는 붙잡고 있던 
지영의 손을 놓아 주었다.

"동규야~ 안녕~"
"그래..그래..잘가라..지영아~ "

애써 웃는 동규의 모습이 왠지 안쓰러움을 느끼면서
지영이는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바삐 올라탔다.

동규는 그렇게 버스에 올라탄 지영을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바라보며 서 있었고..

버스에 올라선 지영이도 동규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렇게 손을 흔들며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빨간코트를 입고 긴머리 흩날리며 
버스안에서 손을 흔들던 지영이의 마지막 모습이...

그 날따라 동규의 눈엔.. 
왜그리도 서럽도록.. 

아름답게 보이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