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규가 사는 시골 동네에는 붉은 진달래꽃들이 작은 산을 불태우듯 옹기종기 피워 있었다.. 지영이와 동규는 산밑 저수지 언덕에 앉아 한동안 서로 말없이 저수지를 내려보고 있었다. 동규는 옆에 앉은 지영을 바라보지 못한채 나즈막한 목소리로 지영을 불러본다. "지영아~" "응?" "넌말야..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생각하다니?" 동규의 갑작스런 말에 놀란 지영은 잠시 당혹해 하고 있었다. "넌 말야..날..남자로 생각해 본 적이 있냐?" 예전같지 않은 동규의 심각함에 지영은 애써 무시한다. "야~ 너 왜그러는데~ 괜히 무게잡고 그러지마라..ㅎㅎ" "지영아.." "....." "난...너...사랑하면.. 안되냐?" "야~ 너 자꾸 왜이래...어울리지 않게시리~" 지영은 동규의 그런 갑작스런 말에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푸른 하늘을 올려보며 힘껏 기지개를 펼쳐 본다.. "와~~ 시골 공기 참 좋다..그치?" 동규는 그런 지영이가 몹시 얄미웠다. 오늘은 꼭 지영에게 자기의 마음을 이야기하려 결심한다. 지영의 말에 전혀 동요없이 앉아 있는 동규.. "지영아.." "응..." "나말야 .." "......" "부탁이.. 하나 있다.." "뭔..데?" "너를....한번만..한번만 안아보면.. 안되겠니?" "...뭐..라구?" "나.. 너..한번만 안아보고 싶어.." 동규는 지영에게 그렇게 말함으로써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성큼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표현하고 싶었다. 지영은 동규의 생각지 않은 말에 놀라 더 이상 딴청을 피울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동규의 태도가 너무 심각했기에.. 지영은 애써 놀란 표정을 억누르고 차분한 어조로 동규에게 천천히 이야길 한다. "동규야.." "음......." "넌 말야..." "........" "만약에 사과 하나가 있다면...넌 어떻게.. 할래?" "그게.. 무슨 소리야?" "음..그 사과가 예쁘다고.. 먹고 싶다고.. 바로 먹을래.. 아님.. 서랍속에 잘 두었다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아껴서 먹을래?" "...아..껴서.." "그래..그럼 내가 그 사과라고.. 생각해주면 안되겠니?" 동규는 지영의 말에 말없이 앉아 애꿎은 풀만 뜯어 허공에 던지고 있었다. "..알았다...무슨말인지...그만해라.." 지영은 쳐진 어깨를 한 동규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동규야..고마워.. 너가 나를 그렇게 아껴줘서..' 앞에서 말없이 걷던 동규는 금새 아무렇지도 않은 듯 큰소리로 지영을 부른다. "지영아~ 우리 올갱이국이나 먹으러 가자~" "ㅎㅎㅎ구래~~너가 사는거쥐??" "싫어 임마~ 너가 사~ 말도 안듣는게 무신.." "헤헤..나 돈 없단말야~~" "누군 돈 많냐? 으이그~ 미운넘 떡하나 더 준다구..에라이~ 올갱이국이나 실컷 먹어람마!!" "구래구래~~고마워~ 동규야~헤헤.." 동규가 사는 시골마을엔 올갱이국이 아주 유명하다. 그 지방 토속음식인 된장국은 그 마을의 별미로 지나가던 여행객들도 들러서 먹고 갈 정도로 아주 유명한 음식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동규가 사는 시골에 함께 놀러 올때면 가끔 그렇게 그 곳을 찾아가서 그 국밥을 즐겨 먹곤 하였다. 둘은 그렇게 언제 그랬냐는듯 재잘거리며 저수지 언덕위를 앞다투며 뛰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