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동규와 지영은 선미의 소개로 다시 만나게 되었고 둘은 금새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되었다. 남들은 동규와 지영을 보고는 남매지간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서로는 그렇게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동규는 자기가 오빠라고 얘길했고.. 지영은 자기가 누나라며 서로 그렇게 앞다투어 말하기도 하였다. 둘은 그렇게 동규가 사는 시골에서 만나 시골길을 걷기도 했고.. 때로는 도시의 거리도 걸으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다정한 친구사이로 자리잡고 있을즈음.. 대입을 앞둔 동규와 지영이는 잠시 서로 공부 할 시간을 갖자며 지영은 동규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한다. "우리 그만.. 만나야 될 것 같아.." "갑자기..왜?" "입시도 이젠 얼마 안 남았고 공부도 해야 되구...." "그냥 우리 이렇게 만나면 안 돼냐?" "나중에 대학가서 그때 우리 다시 만나자.." "만약에.. 떨어지면.." "자식~ 엄살은 너 공부 잘하잖아.. 내가 걱정이지 뭐...ㅎㅎ" "그런가..ㅎㅎ" 동규는 지영이의 뜻하지 않은 단호함이 마냥 서운하기만 하다. 누구에게나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던 동규는 지영의 앞에서는 늘 그랬다. 지영이가 하자는데로..말 하는데로..동규는 지영에겐.. 왠지 함부로 대할수 없는 그런 묘한 느낌을 떨칠수가 없었다. 동규는 잘생긴 외모와 유머감각으로 주변 여학생들에게도 무척 인기가 높은 남학생이었다. 그런데 왜 지영의 앞에만 서면 항상 자신이 더 작아 보이고 위축되어 보이는걸까.. 그런 자신을 동규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화는 해도 되지?" "음..그래..가끔 통화하자.." 그렇게 지영이와 동규는 대입 입시를 앞두고 서로의 길을 소리없이 걷고 있었고 지영은 서서히 그렇게..동규를 잊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고교 졸업식 날.. 동규는 졸업식 날 오후.. 지영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지영은 집에 없었다. 동규는 지영의 집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며 기다리다 지영의 대문 앞 우체함에다 작은 책 한 권을 넣고 돌아섰다. - 아낌없이 주는 나무 - 동규는 책 제목처럼 지영에게만큼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한편 지영은 졸업의 들뜬 기분으로 친구들과 시내거리를 배회하며 이젠 여대생이 될 지영은.. 마냥 친구들과의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 어느덧 해질 녁이 돼서야 집에 들어온 지영은 동규가 남기고 간 책을 받아 보고는 책갈피에 꽂은 작은 메모지 하나를 발견한다.. - 지영아~ 졸업 축하한다 -.....동규가.. 지영은 잠시 잊고 지내던 동규를 새삼 떠올렸다. '아..동규..그래..넌 아직 나를 잊지 않고 있었구나..' 지영은 문득..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으로 잠시 잊고 지내던 동규의 모습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