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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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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who 2003-02-20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아.." 

17살 소녀들은 시골 냇가 옆 텐트주위에서 
나무 가지들을 주어 나르며 캠프파이어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영이와 반 친구들은 수학 여행 때 그만 
비가 오는 바람에 캠프파이어를 하질 못했었다. 

그런 아쉬움에 지영의 반 아이들은 
담임 여선생님과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물 좋고 경치 좋은 같은 반 친구네 집인 
시골 동네로 야영을 온 것이다.. 

무더운 한낮의 여름.. 
도시의 소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을 입은 채로 물가로 뛰어 들어가  
물장난을 하며 노느라 정신이 없다. 

소녀들의 자지러지는 듯한 웃음소리는 
냇가 옆 산에 메아리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웃고 떠들며 모처럼의 물놀이로 
하루해가 마냥 짧기만 하다. 

그렇게 짧은 한낮을 보내고..해 질 녁즈음.. 

소녀들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캠프 화이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들이 서서히 밀려온다.. 

선생님은 소녀들 틈에서 
차분한 어조로 한마디 토해낸다. 

"얘들아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구나.." 

아니나 다를까 설마하고 우려하고 있던 사이에 
비가 후두둑 후두둑하고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듯 
하더니 그새 강하게 비가 내려치기 시작했다. 

"선생님~ 비가 와요~" 

열 두어명되는 소녀들과 선생님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놀라 텐트를 걷어내고 
베낭을 싸느라 정신이 없다.. 

시골 동네 유지이신 친구의 아버지께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묵을 여관방을 급히 얻어 주셨고, 

소녀들은 그 방에서 얄궂은 비를 피하며 
그렇게 아쉬운 표정으로 창 밖의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와서 또 하지 못하는 캠프 화이어.. 

실망 어린 소녀들은 그저 
그 해 여름밤이 마냥 야속하기만 하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두운데 그제서야 
사정없이 퍼부었던 비는 소녀들을 약올리려는 듯 
언제 그랬냐는듯히 감쪽같이 그쳐 버리고 말았다. 

소녀들의 설레이는 맘은 
한 여름밤에 이리저리 잠 못 이룬 채 
몇몇의 소녀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시골 동네를 배회하고 있었다. 

소녀들이 물가에 놀러온 모습을 먼발치서 바라본 
그 동네의 소년들 역시 잠 못 이루는 밤이 되어 
소녀들이 머물고 있는 여관 주위를 기웃거린다.. 

몇몇의 친구들은 방 창문에 매달려 
동네 소년들과 장난끼 어린 농담으로 
재잘거리며 시끄럽게 웃고 있었고, 

지영은 그런 창밖엔 관심조차 두지않고 
그저 방안의 친구와 단둘이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지영을 창가에 모여있던 소녀들 틈 사이에서 
우연히 바라보게 된.. 창밖에 서 있던 동규.. 

동규는 순간 그 소녀의 모습만 정지되어 보였다. 
자신이 늘 꿈꿔왔던 소녀의 모습을 동규는 그 곳에서 
아주 짧은 순간에 그렇게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빠른 시선만큼 강하게 다가온 
소녀의 모습을 소년은 쉽게 지울 수가 없었기에 

그날 밤.. 동규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