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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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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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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BY 허브향 2003-04-25


23.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경혜는 한쪽 구석에서 자신의 핸드백을 챙겼고, 주원은 창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태윤 아빠 저녁 챙겨 먹이고 다시 오께"
"..."
"주형씨 한테 전화 했다. 비행기 타고 내려 온다 하니깐...곧 올끼다"
"..."

경혜는 병실 문쪽으로 향했다.

".... 경혜야"
"..."
"올 필요 없어. 나 혼자 있어도 되구"
"..."
"너 한테 그만 폐끼치고 싶다."
"...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시간 끌면 끌수록 안좋단다. 빨리 생각 정리해라!
무슨 일 있거든... 인터폰으로 의사한테 바로 연락 하고"
"..."
"니가 주형씨 사랑하는거 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될 수 있으면 그만 주형씨 놓아 주는게 낫지 싶다.
너거 아버지 새엄마 위해서라도..."
"그건 내가 알아서 할께"

주원은 경혜의 말의 끝을 알기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끊었다.
경혜가 병실을 나가고 몇시간을 소리내어 울었다.
숨이 꺽꺽 막혀 들었지만 가슴만은 시원 했다.
그렇게 울다 잠이 들었고, 다시 눈을 뜨니 주형이 내 앞에 서있었다.

"괜찮어?"
"...어. 뭐하러 왔어? 별일도 아닌데"
"야, 요즘 시대에 영양실조가 뭐냐?"

아마도 경혜가 내 임신 사실을 무마 시키려고 영양실조라고 했을 것이다.

"... 웃기지?"
"그래. 웃긴다. 그리고 나 간떨어 질뻔 했어"

주형이 자신의 가슴쪽으로 내 손을 갖다 대었다.

"들려?"
"뭐가? 심장 소리?"
"아니. 내 사랑이..."
"유치해. 그만해. 힘도 없다고"
"... 미안! 그나저나 너 때문에 나 부산 내려 와서 살아야 되는거 아닌가 싶다"
"헛소리 할 기분 아냐"
"헛소리 아냐."
"오늘 문 열었어?
"몰라. 수정이가 열었겠지."
"... 그래?"

주형이 부산 내려 오는 날부터 시작해서 한번도 병원 문을 열지 않고있다는걸 꿈에도 모를 것이다.

"너 수정씨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긴? 같은 동문이지"
"... 동문? 그 정도 밖에 생각 안하는 거야?"
"야, 친구한테서 더 어떤 감정을 느껴야 겠냐?"
"... 친구가 애인되고 애인이 남편 되는것도 몰라?"
"난 수정이 타입 별로야"
"뭐가 어때서?"
"수정이는 차갑게 보이잖아. 사람이 선뜻 다가서기 힘들어"
"나도 그런소리 많이 들었는데..."
"너하고는 틀려. 다른사람은 몰라두. 나한테만은"
"사람 겉보구 판단하는거 별로 안좋아."
"그래그래. 내가 잘못했다. 우리 이쁜 주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