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내가 할래!"
"우리 태윤이 손이 닿을라나... 모르겠네"
태윤이가 주원의 집 초인종에 손을 닿을 듯 말 듯 말 뒤꿈치 까지 들어가며 애쓰고 있는 모습을 경혜는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다.
"엄마가 안아 주께"
경혜는 태윤이를 안아서 초인종에 손이 닿게 해주었고, 태윤은 이마에 땀을 닦으며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가시나 아프다 하더니 어디 갔노? 슈퍼 갔나?"
"엄마... 배고파"
태윤이 점심도 제대로 못먹었는지 배고프다고 보채서 경혜는 빌라 관리실에 들어갔다.
"아저씨 302호 아가씨 어디 갔습니꺼?"
"어디 나가는거 못봤는데"
"그래예?"
"아! 그 집에 손님 왔다 가던데... 더 이상은 모르겠는데"
"여기 키 있지예?"
"잠깐만... 302호가... 아 여기있네"
구석에 처박혀 있던 302호 열쇠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다시 빌라에 들어가 열쇠를 꽂았다.
주원이 빌라를 살 때 주형이 다급할 때 쓰라고 키를 줬지만 거의 들고 다니는 일이 없었다.
왜냐면 주원은 거의 집에 있으니깐...
경혜는 문을 따고 들어섰다.
"엄마 밥!"
"기다려봐라. 임마"
경혜는 부엌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분식집에서 싸온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김밥을 접시에 담으며 문 열린 안방 문을 들여다 보았다.
경혜는 뭔가 잘못봤나 싶어 방문을 활짝 열었다.
"주원아! 가시나야. 정신 차려봐라"
주원이 아래로 피를 흘린채 침대에 널부러져 있었다.
이마에 식은땀까지... 의식은 전혀 없었다.
경혜의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주원아. 눈떠봐라. 주원아! 내 왔다.
니 죽으면 안된다. 알제? 내 말 알제? 무슨일이 있었노?
니가 가라 한다고 해서 내가 가는게 아니었는데...
있어봐라. 이럴때가 아니다.
경혜는 떨리는 가슴과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1.1.9를 눌렀다.
너무나 다급해서 어떤 말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15분 정도 있으니 들것을 든 구급대원 두명이 들어섰다.
주원을 들것에 실고 빌라를 다급하게 내려갔다.
경혜는 태윤을 돌볼 사이도 없이 따라 내려갔다.
순간적으로 엄마! 어디가? 나 비디오 본다! 하는 태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딴걸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집 근처 작은 병원으로 옮겼다.
우선 호흡을 순조롭도록 인공 호흡을 했다.
그렇게 3분 정도 흐른 뒤 주원의 가는 숨이 흘러 나왔다.
의사는 조용한 곳으로 나를 불렀다.
"무슨일입니꺼?"
"경혜씨 몰랐어?"
"뭘요?"
"처녀야?"
"예 그런데예"
태윤이를 받아준 서울에서 남편 직장 때문에 내려온 친분 있는 의사였다.
"임신이야. 2주 정도 됐고...
절박 유산이라고. 말그대로 절박한 상태였어.
다행히 아이는 살았고"
"... 임신예?"
"환자 쪽은 아는것 같던데"
"..."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니깐 안정 하도록 도와줘야 해. 경혜씨가"
경혜는 등을 돌려 말없이 끝이 없을 것 같은 흰복도를 걸었다.
그녀의 눈에서 그렁그렁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문디 가시나. 니 진짜 우얄라고 그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