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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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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BY 허브향 2003-04-20

21.

"... 난 주형이 그리고 그쪽을 믿었어요."
"..."
"다행이다 싶어요. 주형이 어머님. 그리고 그쪽 아버지께서 아시는 것보다 내가 먼저 알게 되어서...
웬지 해결책을 내놓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걸요"
"..."

주원은 무심결에 문을 열어 줬고,
문앞에는 깔끔한 정장 차림의 수정이 서있었다.
주형의 병원에 갔을 때 여의사로, 약간 새침하면서도 어딘가 도도해보이는 여자.
그 여자는 수색이라도 하듯 집에 들어와 이리저리 살피고 다녔다.
주원은 그 여자가 하는 행동을 쇼파에 앉아 힘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모든건 상황 종료.
그 여자는 주형과 내 사이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내게 따지고 있었지만 나는 쓰러지기 일부직전이다.

"수정씨... 어떤생각을 하시든... 어떻게 하시든... 상관 하지 않겠어요. 이게 죄라면... 죄값을 받죠. 그러니깐 돌아가세요.
나 혼자서 해결해야 될 문제도 아니고, 주형이 하고 의논 한 뒤 다시 연락 드릴께요"
"난 다른거 안바래요. 주형이 한테서 그저 주원씨가 없어져 주면 되요.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들었는데... 다시 가실 생각 없으세요?"
"..."
"제가 주원씨 필요 한거 다 해드릴께요. 부족한거 없이요"

수정은 변해 있었다.
이제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하듯이...

"저 주형이 사랑해요. 주원씨 보다 훨씬 전 부터요
대학교 때 주형이 보고 난 뒤 부터 다른 남자 한텐 관심도 없어요.
주원씨. 제발요! 나 주형이 모든거 덮어주고 잘 살 자신 있어요
그러니깐 주원씨가 ... 떠나주세요"
"... 수정씨는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세요?"
"난 주원씨 하고 다르게 어릴 때 부터 아버지 사랑이란걸 모르고 자랐어요. 그런면에서 주형이와 나는 닮은게 많죠.
우리 아빤 항상 해외 출장으로 인해 1년에 얼굴 볼 시간은 겨우 일주일 정도 뿐이었어요.
그렇게 외롭게 살면서 나는 내 아이에게만은 좋은 아빠 사랑 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하겠다구 수백번도 더 다짐했어요.
그런 내 앞에 주형이는 너무나도 인간다운 사람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다가왔어요.
주원씨 아세요? 아냐구요? 뭔데... 주원씨가 뭔데 날 비참하게 만들어요?
주원씨 집앞에 주차시키는 모습 이며 주원씨 배웅 받으며 서울로 올라가는 주형이 보며 무슨 생각 했는줄 아세요?
나 어쩌면 주원씨 죽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 했어요.
내가 몇번이고 주형이 한테 고백을 했는데... 그저 웃고 지나치더라구요.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아요.
나 그 사람 없이는 아무것도 안되겠는데... 주원씨!
주원씨는 아니잖아요. 네?
어차피 안될 사랑. 여러 사람 피곤하고 아프게 하지 말아주세요."
"네 수정씨
수정씨 말 알겠어요.
... 지금 내가 몸이 너무 안좋아서 그러니깐 돌아가 주세요!... 제발"
"... 부탁해요."

그렇게 수정은 나갔다.
주원은 컴컴한 실내 쇼파위에서 몇번 뒹굴었다.
배가 갑자기 아파오더니 아랫쪽에서 뭔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