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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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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BY 허브향 2003-04-13


20.

주원은 손을 펼쳤다.
손안에 들어와있는 작은 금가락지가 반짝였다.

"주형씨 갔나?"
"어, 경혜 왔구나"

빌라 앞에서 주형을 마중하고, 주원은 그렇게 10분을 서있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경혜가 100m 사이를 두고 지켜보았던 것이다.

"... 어제 연락 할라 하다가 방해 될까봐 안했다"
"방해는 무슨..."
"몸살기 있다고 잘 좀 부탁하고 내 한테 연락 왔길래 이래 찾아왔다"
"별일도 아닌것 같구 호들갑은"
"별일은 아니라도. 묵어야 될꺼 아니가? 들어가자. 내가 니 좋아하는 전복죽 사왔다. 어제 낮 부터 암것도 못 묵었다며?"
"못 먹긴. 주형이가 간간히 과일 챙겨 줘서 먹었어"
"들어가자 이래 서있는다 해서 간 사람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아직 봄이라 그런지 쌀쌀한 날씨 탓에 경혜는 급히 주원을 데리고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가시나 많이 좀 묵어라. 이 뼈다귀 봐라"

미국에서 유학때 처럼 경혜는 오랜만에 주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주원의 어깨에는 뼈가 손에 잡힐 만큼 살이 없었다.
그게 친구인 경혜는 안타까웠다.
이 친구의 속은 지금 얼마나 타고 있겠는가.

집에 들어가자 마자 전복죽을 데워 침대에 힘없이 널부러진 주원에게 죽을 조심스럽게 데워 먹였다.

"이렇게 신경 안써도 되는데"
"아프지나 말그라."
"... 걱정 되는 거야?"
"하나도 걱정 안된다. 됐나?"
"... 너 태윤이 가졌을 때 많이 힘들었어?"
"태윤이? ... 태윤이 가졌을 때 내 얼마나 고생했는데...
입덫하며, 심지어 태윤 아빠가 쓰는 화장품 냄새 조차 싫더라"
"그래?"
"그건 와?"
"아니 그냥"
"근데 주원이 니 얼굴이 와이라노?"
"내 얼굴이 왜?"

주원은 침대 옆에 놓인 거울을 들어 얼굴에 비쳤다.
주형이 장난친다고 갖다 부빈곳이 붉게 되어 있었다.

"잘못 긁어서 그래"
"조심하지. 니 피부 약하다 아이가?"
"... 그래"
"봄이라 알레르기가 있나?"

전복죽을 반쯤 먹고 주원은 모로 돌아 누웠다.
경혜에게 등을 보인채로.
그리고 조심스럽게 얼굴에 손을 갖다 대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좀 쉬라. 저녁때 다시 오께"

경혜는 겉옷을 챙겨 들었다.

"올 필요 없어"
"혼자 밥 챙겨 먹을 수나 있나?"
"내가 어린앤가..."
"그래도 불안타
몸 괜찮으면 건너오던가. 오늘 태윤이 방 비워 줄테니깐"
"됐네 아줌마! 가세요!"
"무슨일 있음 연락 하고"
"그래그래"

경혜는 멀리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곳에 주원은 가만히 눈을 뜨고 천장을 쳐다 보았다.

난 정말 잘 할 수 있을 꺼야.
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미혼모들이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야.
미성년자들도 생명의 존귀함을 알고 낙태를 선택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데... 난 성인이야. 주형이를 사랑했고 그 결과이고...
아이를 낙태 한다는건 말도 안된다고!

주원은 있을 수도 없는 현실을 홀로 위로 하고 있었다.

딩동! 딩동! ..........누구지?
시계를 바라보았다. pm. 2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