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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BY 허브향 2003-03-15

12.

"콜록콜록"

내 기침 소리에 어색한 분위기가 깨지고,
주형은 걱정 스러운 듯 나를 쳐다 보았다.

"괜찮아?"
"괜찮아"
"감긴가봐"
"그런것 같애"

주형이 다시 차에 시동을 걸고, 달렸다.
음악이 차안에 흘르기 시작했다.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참 애뜻한 가사라고 주원은 생각했다.

주원아! 너 알고 있니?
너를 위해 내가 이 곡을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사춘기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 들으며, 이 가사에 얼마나 열열히 반응했었는데..
이 곡으로나마 네게 고백 하고 싶었다.
<End of the world>- 이 세상의 끝

Why does my heart go on beating
왜 나의 심장이 계속해서 뛰나요?
Don't they know it's the end of the world
그들은 이 세상의 끝이란걸 알지 못합니다
It ended when you said goodbye
그것은 당신이 작별인사를 할 때 끝났습니다

이 곡을 들으며 넌 만분의 일이라도 날 이해 하겠니?
참 운명이 가혹하다. 그지?

교외로 빠져 나오며, 둘은 아무 말 없이 이 곡을 계속해 반복해 들었다.
길을 잘못들어서일까.
한번도 온적 없는 곳이었다.
있는 거라고는 모텔과 술집 뿐...

"춥다"
"감기 초기 증상인 것 같은데..."
"주형아 우리 저기서 술한잔 할까?"
"안돼! 감기에 안좋아"
"걱정마셔! 나 이래봐도 한 체력 한다구. 따라와"
"주원영! "

주원이 먼저 포장마차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술병의 수와 안주의 양이 많아졌다.
원래 주형은 술을 좋아하지 않고, 이기지도 못해 소주 한잔 정도로 항상 술판을 끝내곤 했는데... 오늘은 꽤나 술을 잘 마셔댔다.

"그만해!"
"나둬. 나 마시고 싶다"
"...주형아"
"아... 서울 가는 길? 걱정마! 못가게 되면 넌 모텔 침대에서 편히 자고, 난 그 ... 모텔 지키며... 차에서 자면 되지"

주형은 술을 마시고 혀까지 꼬였다.

"아! 주원영!"
"너 이러지마. 너무 안어울려. 당황스러워"
"나도 이런 내가 너무 많이 당황스럽고 무섭다"

주형은 소리내어 허탈하게 웃어댔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주원영!"
"그래..."
"나도 내가 무섭다. 널... 너무 많이... 좋아하...."

주형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포장마차 탁자위로 널부러졌다.

"일어나! 가자. 주형아"

널부러진 주형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술 기운에 의해 중심을 못잡고 쓰러져 주원이 부축 했다.

"주... 원..영!"
"왜? 니가 문어야? 왜 이렇게 비틀대?
아줌마 얼마죠?"

돈을 지불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할지...
자신도 꽤나 많은 양의 술을 마셔서 그런지 선뜻 운전대를 잡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주원이 눈에 띄는 곳은 다름 아닌 모텔 방이었다.

"주형아 조금만 더..."
"주...원영! 니가 왜 하필이면 주원영이야? 허허허"
"너 미쳤어? 조용해! 무거우니깐"
"... 미안...해"
"Why does my heart go on beating
Why do these eyes of mine cry"

이제 작정하고 나를 불편하게 만드네.
술에 잔뜩 취한 녀석의 입에서 것도 영어로...

왜 나의 가슴이 뛰나요?
왜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죠?

"나 너 여기 버리고 간다. 똑바로 좀 걸어봐"
"..."
"주형아"
"..."
"너 자? 너 너무 치사하다. 니가 얼마나 무거운줄 알어?
나 너무 힘들다"

주원영! 미안해... 너 힘들게 해서... 너무 많이 미안해.
나 눈을 감지 않으려 해도 졸음이 밀려 오네
이렇게 너의 품에 안기어 있으니깐 참 행복하다.
니가 힘든건 생각도 못하고 말이야.
남자가 되어 널 지켜 줘야 하는데... 이렇게 축 늘어져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로 내 체면 유지를 해야 겠다... 후후-
빨리 눕고 싶다. 너 힘들지 않게...
주원영 니가 아무리 애써 피하려 들어도 난 내 평생 너만을 위해 살꺼야. 결정 봤어.
네가 결혼해서 어떤 남자의 아내가 되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도 난 너만을 사랑할꺼야.

사랑해... 사랑해... 그래서 너무너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