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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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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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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BY 허브향 2003-03-15


11.

"시원하다!"

주형이 샤워를 마치고,
짧은 반바지를 입고 머리에 물기를 닦으며,
수증기가 가득찬 욕실을 걸어 나오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해졌다.

주형이가 준비한 저녁 식사는 예상 대로 맛있었다.
새엄마를 닮아서 일까.
음식 맛이 깔끔 하고 담백했다

저녁 식사 후,
아빠와 주형이 테니스 한 게임 할려고 할 때쯤 전화가 왔다.
부산에 계신 주형의 외할머니께서 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셨는데 위독하다는 연락으로 급히 아빠와 새엄마는 부산으로 내려 가셨다.
주형은 병원으로 인해 내일 휴가를 내고 따라가기로 하고...

그러고 보니 천상 주형과 나.
단 둘이서 이 집을 지켜야 하는 꼴이다.

"넌 안씻어?"
"나? 씻어야지"

평소 같았으면 소파 양끝에 머리를 대고 누워 비디오를 보거나 아님 음악을 듣는 등 자유로운 행동을 가능했을 텐데...
지금 한공간 둘만이 있다는 느낌 때문일까.
어색함이 공기 속을 파고들고 있었다.

"우리 교외로 드라이브나 갈까?"
"피곤하잖아. 오늘은 그냥 쉬자.
너 내일 부산 가야 할텐데... 그때 열심히 드라이브 하면 되겠네"
"같이 가자"

주형은 단호했다.


주형의 차를 타고, 밤거리를 달리는 기분.
교외라 그런지 공기가 훨씬 시원하고 상쾌했다.

"괜찮아?"
"뭐가?"
"어릴 때 손수 키워 주셨던 외할머닌데... 슬프지 않냐구?"
"..."
"괜한걸 물었구나..."
"..."

1시간 가량 주형은 아무말 없이 조용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무표정의 주형의 모습에 주원은 무안해졌다.

"주원영!"
"응?"
"너 솔직히 말할래?"
"... 뭘?"
"짐작했으리라 믿는다"
"..."

주형이 급브레이크를 잡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답답해서... 이대로 못있겠어
널 보면 내 심장이 그대로 멎어 버릴것 같애."
"..."

아... 주형이가 지금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너의 한마디로 인해 우린 멀어 질 수 있는데...

주형아...
그래... 나도 어쩌면 우리가 기이한 운명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널 가슴 깊이 사랑 할 수 있었을지 몰라.
하지만 지금은 우리 상황이 그렇지 않잖아.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우린 한집에 사는 엄마 아빠를 하나씩 나눠 가진 남매야.
남매이고 싶지 않아도 남매라구.

주형아...
널 다른 여자에게 보낸 다면 가슴이 너무 아파 삶을 포기 하고 싶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해.
하지만 그게 세상 흐름인 것을 어떻게 하겠니.

너 새엄마의 하나뿐인 희망이자 아들이잖아.
너도 새엄마를 위해 의사라는 길을 택했고,
삶의 목적을 알게 되었다고 내게 말했잖아.

나도 이제 더 이상 아빠에게 나쁜 딸이고 싶지 않아.
이제 나도 너처럼 효도 하며 살고 싶다.

내 맘 알겠니. 늦지 않았어.

네가 아무 것도 아니었어 라고 내게 말해준다면 나는 싱거운 놈 하며 웃어 줄 수 있는데...
주형아 제발 그렇게 해줄래? 내게 그렇게 해줄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