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너슬픔이 뭔줄 아니?
가슴 한쪽에서 알수 없는 것이 밀려 올때 그 기분을 아니?
주원은 주일 인 오늘 하루종일 누워 이런 저런 생각으로 세수도 하지 않은채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노크 소리에 이어 얼굴을 내민것은 평소 밝은 모습의 주형이었다.
솔직히 거실에 나가기 두려웠던 것은
주형의 달라진 행동으로 충격을 받았고,
그의 얼굴을 볼 자신 또한 없었다.
근데 역시 주형에게는 신비한 힘이 있었다.
보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마력 같은...
"한 게임 하자"
주형의 손에 들린것은 배드민턴 채 였다.
"피곤해."
"게을러 하여간... 나니깐 봐준다!
근데 너 나중에 남편한테까지 이러면 구박 받는다
준기라는 남자 굉장히 활동적으로 보이던데..."
"너 같은 남자 한테 시집 가면 되지"
"나 같은 남자가 어디 그리 흔한줄 알어?"
"없으면 시집 안가면 되지"
"그 말에 책임 질수 있어?"
"그래!"
딩동! 딩동!
"어머닌가?"
주형이 급히 인터폰을 받으러 나갔고,
예상대로 새엄마셨다.
아침 일찍 점집에 가셨다가 피곤한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절실한 기독교인인 주원과 아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엄마는 가끔씩 점집에 다녀오시곤 했다.
"어머니, 오늘은 뭐래요?"
주형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오늘 거금 써서 다 봤더니 내가 정말 재수없어서 주형이 니 명이 짧단다. 내 참!
지금까지 수십곳을 다녀봤지만 이런 말 또 처음이네"
새어머니는 분이 덜 풀리셨는지 주형의 손을 펴서 손금을 확인했다
"이렇게 생명선이 긴데... 말이야."
"하하, 어머니도! 그런말 다 믿을께 못된다구요"
"다 믿지는 않아도 찝찝하잖어."
"주원이는 뭐래요?"
"주원이? 자식복 있다지. 그나저나 주원이 너 내년이면 애 엄마 된대.
적어도 올해는 결혼을 해야 내년이면 애 엄마 되는 거겠다 그지?"
"... 미신이예요. 전 그런거 안믿어요"
"그래두. 좋은건 믿어야지"
"새엄마두 참..."
새엄마는 점집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 하셨다.
주형이 여자 하나로 인해 명이 짧다고 얘기 하시며,
주형에게 여자 조심하라며 신신당부를 하셨고,
내게는 몸가짐을 조신하게 하고,
자식이 큰 인물이 될꺼라고 하시며, 잘 키우라고 말씀 하셨다.
처녀인 내게 그런 말씀을 하면서 새엄마는 웃기신지 간간 웃음 소리를 내셨다.
"오늘 저녁은 주형이 니가 해봐라"
"어머니두. 절 뭘로 보시구.
제가 얼마나 잘하는지 기다려 보시라구요"
"참. 강준기라는 사람 오늘도 내게 전화 왔던데...
주원이 너한테도 왔든?"
"아뇨"
"어머니 뭐라고 했는데요?"
"녀석! 여 동생이라고 챙기기는...
뭐라고 하긴. 곧 인사 온다고 하지"
"하루 만나고 인사를 온다구요? 보기와 달리 경솔하네요"
"남자가 그 정도는 되야지. 큰 일을 하지.
그나저나 주원이 니 생각은?"
"잘 모르겠어요. 좋은 사람 같기는 한데...
결정 내리기에는 너무 일러요"
"그래. 천천히 생각해 봐라
아이구, 피곤해라! 좀 쉴테니깐
주형아, 솜씨 발휘 좀 하거라."
"걱정 마시고, 쉬세요"
"내가 뭐 도와줄까?
시장 부터 봐야 겠던데... 뭐할려구?"
"너 좋아하는 콩나물국이랑 계란찜 그리고, 잡채"
"할줄은 아는 거야?"
"물론이야. 1등 신랑감이 그 정도도 못할까봐?"
"나 나중에 아들 낳으면 너 처럼 키워야 겠어.
그래야 나중에 며느리 한테 구박 안받지"
"좋은 생각! 굿 아이디어!
그 말이야 말로 나중에 우리 어머니 아들 잘 둬서 구박 안 받는다는 말로 받아 들여도 되겠지?"
"그래!"
"같이 나가자. 데이트 겸!"
"대신 소프트 아이스크림 대빵 큰걸로 사줘야 한다"
"물론이야.
"덤으로 생크림 케익두"
"그래그래.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