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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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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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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허브향 2003-03-01


8.

주형이 빈속이라 전복죽을 끊여 먹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 댔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주형이 전화를 받더니 이내 목소리가 굳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주원영! 전화"
"어... 나가!"

대강 고무 장갑을 벗어 던지고,
거실로 향했다.

"네 김주원입니다"
"접니다. 준기! 강준기"
"..."
"놀라셨어요? 기분 나쁘신가요?"
"좀 당황해서요"
"주원씨 얼굴이 제 앞에서 어른거려서요.
잠시 나오실래요? 집앞입니다"

준기라는 사람은 대문 앞에 있었다.
그의 두손에 초밥과 케익을 들고 있었다.

"하하, 보고 싶어서요. 괜찮죠? 케익이랑 초밥입니다"
"..."
"미안해 하지 마십시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받칠 용기가 있는 남잡니다.
아까 그 모습보다 트레이닝 복의 주원씨가 더욱 편안해 보이시고, 아름답네요.
지금 제 머릿속에서는 주원씨가 이 모습으로 미국의 제 집에서 살림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제가 김칫국 마시는건 아닌가 모르겠는데... "
"... 좀 당황스럽네요"
"부담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드십시오"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을께요. 안녕히 가세요"

대문을 닫을려는 사이 준기가 갑자기 막아 섰다.

"커피 한잔 주십시오. 주원씨 방도 무척 궁금하구요.
오빠도 계신댔죠? 인사도 드리고 싶고."
"..."

어쩔수 없이 데리고 들어왔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주형이 약간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준기를 맞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준기라고 합니다."
"네. 주형입니다."

주형은 애써 자신의 성(姓)을 숨겼다.
그는 자신의 친부의 성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과 의사 선생님이시라구요?
제 치아가 썩어서 그런데 치료 해 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주원씨와 많이 닮았네요."
"..."
"그나저나 저 주원씨 방도 궁금하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싶은데..."
"잠시만 기다리세요"

주원이 급히 주방으로 향했다.

"주원씨 방이 어디죠?"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
"...오늘은 그냥 여기서 마셨으면 합니다.
준비도 안된 상황이구요."
"아... 제가 실례를 저질렀군요. 죄송합니다.
주원씨는 든든하시겠어요. 오빠분이 계셔서...
저 또한 든든해 해도 되겠는 걸요. 하하"

준기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돌아갔다.
주형은 애써 웃어 보이며 주원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좋아 보인다."
"..."
"그 사람이 참 부럽다"

2층으로 올라가는 주형을 주원은 애써 외면했다.
4시쯤 동창회에 가셨던 새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오늘 준기라는 사람 다녀 갔었다며?"
"네"
"어땠니?"
"...잘 모르겠어요"
"오늘 내게 연락이 왔는데 집주소 까지 묻더구나.
주원이 니 미모에 푹 빠졌나 보더라.
그쪽 집안에서도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미국 가서 살 신혼집도 마련해 둔 상태라던데..."
"..."
"나는 니 생각이 중요하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잘 생각해 보거라. 알겠지?"
"..."
"그럼 나가보마"

새 어머니는 내 무표정에 급히 방을 나섰다.

... 아파왔다.
가슴 한쪽에서 슬픔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