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오늘 출근 안해?"
"몸이 좀 안좋아서"
전신 거울앞에 서서 옷 매무새를 정리하는 나를 보며 주형이 문앞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오는 길에 약사다 줄까? 증상 좀 말해봐!"
"와이프 같애."
"헛소리 하지 말구"
"그냥 몸살기지 뭐."
나는 마지막으로 핸드백을 들고,
방문을 빠져 나가려는데
주형이 급히 손목을 잡았다.
"주원영!"
"..."
"... 잘해라"
주형은 애써 웃어 보이며 2층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의 뒷 모습의 외로움에 주원은 눈을 뗄수 없었다.
파크뷰에 먼저 도착한 쪽은 상대방이었다.
"김주원입니다. 늦었죠?
죄송합니다. 차가 많이 막히더라구요"
"괜찮습니다. 저도 이제 막 도착했는데요"
자리에 앉고, 차를 주문 했다.
"강준기입니다"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175cm 정도의 키에 호감 가는 스타일이었다.
"사업을 하신다구요?"
"네.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 선 때문에 귀국 하신거예요?"
"겸사겸사해서요.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들었는데"
"그게 중요한가요?"
"하하,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 주위 사람들 보면요.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고 시집와서 언어나 문화 면에서 트러블이 많더라구요.
특히 저는 조기 유학생이라 한국 보다 미국 문화에 많이 물들여 있거든요"
강준기라는 사람은 미국 문화에 물들여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아주 자랑인척 떠벌리고 있었
다.
"미국 뉴욕에서 사셨다구요?"
"아빠는 시카고에 계셔구요.
학교 때문에 뉴욕에서 보낸거죠"
"제가 LA에 살다 보니 유명한 음대라고는 줄리어드 밖에 아는게 없는데... 거긴가요?"
"아뇨. 맨하탄 (Manhattan)이요"
"맨하탄? 들어본것 같기도 하고. 결혼 하시고도 첼로 하실 생각이세요?"
"싫으세요?"
"싫다기 보다는 제가 어릴적 조기 유학 생활을 해서 제 자식 만큼은 엄마 품속에서 자랐으
면 하거든요"
"...네"
영양가 없는 얘기로 30분을 보낸 뒤,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쁘신가 보죠?"
"... 아뇨"
"그럼 제가 마음에 드시지 않으신가요?"
"저희 오빠가 아파서 출근도 못하고 있거든요.
가서 제가 좀 챙겨야 할것 같아서요 "
"좋은 동생이네요."
"고맙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연락 해도 되죠?"
"연락 처를 아시면 먼저 하세요"
"저희 부모님께서 받아 두셨더라구요"
"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죠"
"안녕히 가세요"
헤어지고 주원은 급히 약국으로 들어가 종합 감기약을 사서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주형아"
"..."
주원은 급히 2층 주형의 방으로 들어갔다.
주형의 몸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붉게 변해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주형은 주원을 향해 웃어 보였다.
"주원영 왔구나.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