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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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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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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허브향 2003-02-23



6.

"이거 어때?"
"예쁘네요"
"이걸로 하자."

처음으로 나와본 새엄마와의 외출.
어색했지만 새엄마는 연신 싱글벙글이셨다.
저렇게도 좋을까. 그동안 모시고 나오지 못한게 후회가 되었다.

주형이 옷도 사입고, 데이트도 즐기고, 영화도 보라고 자신의 신용카드까지 챙겨 주었다.

"난 여자들 분홍빛 투피스 입고 긴 생머리를 찰랑 거리고 다닐 때면 내 마음이 다 떨려와
이거 입고 우리 주원이가 그 모습으로 외출 할 때 아마 난 흐뭇함에 눈물을 글썽 거릴지도
모를 꺼야"
"예쁘게 입을께요"
"그래. 우리 쇼핑 마치고 영화나 한편 볼까? 아님 뮤지컬?"
"좋아요. 주형이 퇴근 시간도 되어 가니깐 같이 가죠 뭐
주형이 병원 근처에 영화관 있거든요"
"주형이 녀석 빼구 우리 둘이서? "
"네"

식품 코너에서 저녁 거리를 사고 있는데 삐삐가 울려 댔다.

"주형인데요"
"녀석두... 이걸로 걸어"

새어머니는 핸드폰을 내게 건내셨다.

"어디야?"
"여기? 백화점!"
"집에 들어갈꺼면 같이 가자."
"영화 한편 보구 들어갈려구"
"그래? 요즘 신작들 재밌는거 많던데.
나도 퇴근 시간이거든. 만나자"
"둘이만 보자고 하시던데"
"누가? 어머니가?"
"어"
"싫다. ... 만나!"

그렇게 해서 주형과 나 새엄마는 영화관에서 신작 영화 한편을 보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아빠가 손수 저녁 상 까지 차려 놓고 기다리셨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 상이었다.

"그래서 예쁜 옷은 샀구?"
"그럼요.
근데 우리 주원이는 어떤 옷을 입어도 이쁘더라구요"
"날짜가 시간이 언제야?"
"하나 밖에 없는 딸 시집 보내려니 아깝죠?"
"어머닌 선 본다고 다 시집 가나요? 어떤 사람인줄도 잘 모르구"
"그만한 사람 없어.
차남이라 시집 일 걱정 할 것 없구, 사업 해서 돈 잘 벌구.
인물 그만하면 미남이구"
"미남이면 주원이 스타일 아니네요."
"왜? 주원인 미남 스타일 별로야?"
"아니예요.
근데 남자는 인물 값 해서 좀 찝찝하긴 해요"
"좋은 사람일꺼야. 소문이 자자하니깐"
"어디서 만나는 거예요?"
"신라호텔 파크뷰"

신라호텔이라는 말에 주원과 주형의 행동이 일순간 정지 되었다.

"하필 그 곳으로 잡으셨어요?"
"그쪽에서 거기로 하자고 하더라구.
주원이도 그쪽 음식 입에 맞는것 같구 그래서."

식사가 끝나고 주원은 방에 들어와 찹찹한 마음에 벽에 기대어 앉아 창문을 열었다.
아직 겨울이라 그런지 찬바람이 들어왔다.
노크 소리도 없이 주형이 들어왔다.

"웬일이야? 노크 소리도 없이?"
"그냥. 너 찹찹해 보여서"
"..."
"싫으면 어머니 한테 내가 말할께."
"싫기는... 나도 이제 시집 갈 나이잖아
이번이 마지막 기회 라는 생각도 들고."
"..."
"괜히 걱정 하지마. 다 잘 될꺼야.
좋은 사람이라잖아."
"난 니가 거기 나가지 않았음 좋겠다"
"..."

주원은 주형을 바라보았다.
주형은 애써 미소를 띄고 있었다.

"아냐. 내 말 신경 쓰지말고 쉬어. 내일이랬지?
넌 좋은 여자 니깐 좋은 남자가 나타 날꺼야. 잘자. 주원영!"

주원은 주형이 나가고 난 뒤,
방문 쪽에서 시선을 거둘수가 없었다.
[난 니가 거기 나가지 않았음 좋겠다]라는 말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몰라 마음이 어수선
해 졌다.

설마 하는 기대감과 불암감이 동시에 주원을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