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자정이 넘어가고 있는 시각.
공원 벤치에 앉은 주형과 주원은 각각 캔커피 하나씩 들고 만지작 거리고 있을 뿐 어떤 말도 하지 못한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말고 차라리 묻지 그래? 궁금하지 않아?"
"... 궁금하긴 하다"
주형은 아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솔직해서 좋다. 뭐가 제일 궁금한데?"
"... 첼로 건"
"아... 내가 첼로 전공 한거 몰랐지?"
"어"
"우리 엄마가 첼로를 전공 하셨는데 아빠를 만나신 뒤 유학길을 포기 하셨대.
어릴 적 부터 난 엄마를 닮았는지 음악에 대해 굉장한 호기심을 보였나봐. 아빠께서 부푼 꿈을 가지고 아메리카로 향한거지.
난 아버지 바람대로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했고... "
"꽤나 좋은 학교던데 첼로는 왜 그만 둔거야?"
"학비 때문이라면 거짓말 같겠지?"
"..."
"대학 신입생때였을꺼야.
정말 잘 생긴 남자애였는데 키도 크고, 내게 프로포즈를 해왔어.
학교내에서 인기도 많은 애였는데...
검은눈에 누런 피부인 내가 인상적이었는지 아님 호기심에서였는지 몰라두 4년간 연애를 했어.
그 사이 나는 그 녀석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것을 깨닫았구."
"..."
"졸업 연주회때 내게 꽃이 배달 되어 왔어 .
[네가 첼로와 함께 이 세상을 떠나 줬음 좋겠어. -윌리암]
라고 쓰인 카드와 함께 말이야.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두...
연주회 전날 까지도 함께 데이트를 즐겼는데 말이야.
난 큰 쇼크를 먹었지만 연주회를 포기 할수 없었어.
첼로 연주를 시작했는데... 그만 모든게 엉망이 되고 말았어."
주원은 손으로 얼굴을 감싼채 한참을 가녀린 어깨를 흔들며 울었다.
주형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다 말고 숨을 죽여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형이 네가 내게 바보 같다고 말해도 나는 할말 없어.
솔직히 그러니깐...
주위 사람들은 그 녀석에게 원수를 갚는 것은 첼로로 성공하는 거라고 했지만 연주회를 엉망으로 끝내고 부터 난 첼로에 대한 큰 거부 반응을 보였어.
내 방 구석 놓여진 첼로를 볼때마다 밤마다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고 이젠 그만 첼로라는 철창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팔게 된거야.
아빠는 하나뿐인 엄마의 첼로를 그렇게 팔아 버린 내가 야속했겠지.
주형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가슴 깊이 안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