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주원영! 술하고 원수 졌어? 얼마나 마시던지...
너 다른 남자 앞에서 그렇게 마셔대지 마.
얼마나 무겁던지. 그나저나 속 쓰리지?
해장국 준비 해뒀어. 먹구 출근해 -주형.]
역시 주형 다운 행동이었다.
주형은 항상 단정하고 예의 바르고,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그런 남자였다.
주원은 주형의 말대로 주방에 차려진 해장국을 먹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첼로를 들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스타벅스에서 미국 이민 시절에 만났던 지금은 부산에서 어학원을 차린 친구와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다.
"이 가시나! 나는 네 죽었는줄 알았다"
"미안해. 그나저나 어학원은 잘되고?"
"그렇지 뭐."
"서울에 언제 왔어?"
"서울? 우리 시집이 여기다.
겸사겸사... 그리고 이번에 우리 아들 돌잔치도 있고."
"축하한다. 기집애. 시집 일찍 가더니..."
"축하는 무슨... 네 첼로 그만 뒀다고 들었는데 다시 시작 했나?"
나와 친구는 바닥에 놓인 첼로에 시선이 고정 되었다.
"아니."
"다시 시작해라. 네 첼로에는 재능 있다 아이가?
미국에서 좋은 학교 나와서... 아깝다"
"팔려구. 좋은 가격도 있구 해서"
"안된다. 그거는 진짜 안된다.
네가 남자 하나 때문에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가? 어? 다시 시작해라.
네 여기서 대학 강사라도 하면... "
"그만해. 이미 끝난거야"
"대학때 말고는 한번도 첼로 안켜봤고?"
"그때가 마지막이었지 뭐"
"... 내가 참 답답다.
그 놈은 지금 장가가서 떵떵 거리고 잘 산다는데"
"..."
"그때 그런일만 없었어도"
"잘 살았으면 좋겠네. 이왕 이렇게 된거"
"잘 살기는? 남의 가슴에 피멍 들게 해놓고...
지는 피눈물 흘리며 살아야 된다"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주원은 첼로를 악기점에 아주 싼값으로 팔았다.
그 돈을 챙겨 아버지와 새어머니 그리고 주형의 선물을 각각 샀다.
그리고 무거운 마음을 애써 숨기고 집으로 향했다.
집안 분위기는 침울 그 자체였다.
아버지는 험악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계셨고, 새어머니는 어쩔줄을 몰라 서성이고 계셨다.
일찍 퇴근한 주형의 표정도 어두웠다.
"다녀왔습니다."
철썩! 뺨을 갈기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선물 꾸러미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버지!"
"당신이랑 주형이는 참견 하지 말고 들어가 있어
주원이 너 나 좀 보자"
"여기서 말씀 하세요
왜요? 부끄러우세요? 새엄마 하구 주형이 앞에서 부끄러우신건가요?
내가 비참한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야.
이런 아빠 행동 때문이야. 알아요?"
주원은 급히 방으로 들어갔고,
그녀가 서있던 옆에는 선물이 흩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