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바쁘신 의사 선생님께서 무슨일로 날 다 찾아오구?"
"이거!"
주형의 손에 들린 것은 프리지아 꽃과 생크림 케익이었다.
"오늘 무슨 기념일이야?"
"... 약속했었잖아. 너 치료 잘하면 내가 생크림 케익 사주기로"
"미안하게시리~
나 공짜로 치료 받구, 이것까지 받아도 될려나 몰라"
"그럼 저녁 사!"
둘은 신촌 작은 골목에 판자로 겨우 틀을 유지한 작은 삼겹살 집에서 소주잔을 맞부디쳤다.
"건배!"
"주원영 만세!"
공중에서 잔이 부디치는 소리와 함께 둘은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주원영 너는 웃는 모습이 젤루 이뻐"
"고맙다.
근데 웬지 이런 곳이랑 너랑은 안어울릴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런곳을 다 알았어?"
"알다뿐이냐? 10년 당골이다"
"스테이크 칼질 하는 곳 갈꺼라고 예상하고, 오늘 내 카드 긁힐 일에 얼마나 마음 졸이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내가 네 주머니 사정 뻔히 다 아는데 어떻게 비싼대로 데려 가겠어? 고맙지?"
"눈물겹게 고맙다"
"근데 주원영!"
"응?"
"궁금한게 있는데..."
"그래. 뭔데? 말해봐"
"왜 어머니 한테 같은 여자끼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거야?"
"..."
"... 우리 어머니 참 불쌍한 분이시거든.
이젠 한가족이 되었으니깐 딸인 너한테 속마음도 털어 놓고, 같이 영화도 보구 쇼핑도 하고 그런 모녀처럼 지내기 정말 불가능 한건가?"
"주형이 네가 아빠 한테 잘하는 거 새어머니 때문인거야?"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지?"
"... 솔직해서 좋다"
"난 네 속마음이 뭔지 모르겠어"
"나? 사실 친어머니한테 정도 없구, 그저 나 낳다 돌아가셨다니 죄책감 들고 그런건 사실인데...
아빠에게 나 아닌 다른 여자가 생겨서 그런가 질투심도 생기고 괜히 사춘기 기분까지 드네."
"그래"
"근데 아빠에게 사랑하시는 분이 언젠가는 생길꺼라고 예상은 했었어
언제까지 혼자 사시기도 그렇잖아?
그럼 정말 두 분 행복하시길 빌어야지 하구 다짐하곤 했는데...
친엄마 단짝 친구였다고 하니깐 괜히 배신감 같은게 느껴지네.
아빠한테두 그렇구"
"...우리가 이런 상황이 아닌 다른 쪽으로 만났다면 어땠을까?"
"다른 어떤?"
"친구나 연인?"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라.
친구라면 몰라두 연인은 좀 그렇다"
"말이 안되기는?
나 이래뵈두 일등 남편감이야. "
"그건 인정해.
알아주는 Y대 치의학과 수석에 키 크지 잘생겼지.
매너 좋지. 돈 잘벌지. 빠지는게 뭐 있어?
근데 난 잘생긴 사람 별루야"
"아니 그건 또 왜?"
"남자 인물값 하잖아?"
"내가? 절대루! 내 사랑은 불변이야."
"말루만?"
"아니. 난 결혼하면 와이프 패드는 내 손으로 사다주고 싶어"
"패드를?"
"한달에 한번 피보는거 누구 때문인데?
그거 다 남자들 때문 아니야?
뼈 빠지게 아이 낳으면 뭐해?
성(姓)은 남자 따라 가잖아? 거기다가 이혼해도 양육권은
아버지 한테 먼저 권리가 있는 거구. 그런 의미에서 그런 성의라도
보여 주고 싶어"
"멋있다 서주형! 역시 너다운 생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