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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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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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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허브향 2003-02-20

1.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사랑의 결실을 맺고,
세상은 이별이 존재 하기에
그 이별 뒤엔 항상 슬픔과 그림움이 남는다.」

주원은 일기장을 덮었다.
사춘기 시절 일기장의 이 구절을 읽으며 마음이 설레고
따스해 져서 일기장을 항상 잠자리 곁에 두곤 했다.
하지만 이젠 가식적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주원아! 과일먹자."

주원은 일기장을 급히 덮고 다락방에서 내려와 거실로 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가정의 화목한 모습이다.
아버지 곁에 앉아 과일을 깎는 여자.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과일을 챙겨 주고...

"너 오늘 왜 병원 안왔어?"
"... 시간 없어. 레슨 시간도 빠듯한데"
"병원은 왜?"
"글쎄 어머니 쟤 얼굴 좀 보세요.
저렇게 부어서 통증 호소 하면서도 치과 무서워서 오지를 못한다니깐요"
"하하, 주형아 그건 네가 이해해라.
저 녀석 유치(乳齒)때문에 치과 문턱 닳도록 다니고 난 뒤 부터 치과라고 하면 진저리를 친다."
아버지가 주형이를 이해 시키려 무던히 노력하시는 모습은 처절하리 만큼 눈물 겹다.

"걱정마. 내일은 갈꺼야"
"과일 좀 먹지 그래?"
"됐어요"

주원은 급히 냉장실에서 얼음을 꺼내 팩에 집어 넣고
부은 얼굴 쪽에 가져다 대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주원영! 들어가도 되?"
"맘대로!"
"너 입 좀 크게 벌려봐"
"관둬"
"의사가 벌리라면 벌리는 거야. 보자.
어느 정도 길래 얼굴이 그 정도로 부었어?
제대로 먹지도 못하구"
"..."
"빨리!"
"아!"
"야, 주원영!
네 모습이 꼭 병아리 모이 줄때 입 벌리는 모습이랑 똑같다."
"너 이러면 나 다른 병원 간다."
"알았어. 하여간 주원영 무서워서 말도 못한다니깐"

주형은 내 입속을 보더니 구취가 걱정 된다고 말하고
내일 당장 병원으로 오라고.
아프지 않게 치료 하겠다는 말과 함께 진통제 한알까지 챙겨 주었다.
그의 작은 정성에 주원은 작은 감동을 받았다.
또한, 함께 있을때에는 그는 항상 주원영이라고 불러주었다.
주원영이라는 이름.
그 이름은 세상 무엇보다 높은 나와 목숨을 맞바꾸신 내 친어머니의 성함 이다.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내게 어머니가 목숨 보다도 너를 사랑한 것을 기억하라는 의미에서 윤 주원영이라고 부르셨다.
나는 유년시절 부터 미국 뉴욕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내 진짜 이름이 윤주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미국에서는 그저 캐롤린이라고 불렸고,
아버지와 집에 있을때는 어김없이 윤 주원영 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 온 뒤 상황은 역전 되었다.
어머니의 대학시절 둘도 없는 단짝 친구 이시던 지금의 새어머니 때문에 아버지는 내게 주원이라는 이름과 캐롤린 이라는 이름으로만 나를 대하신다.
나는 거기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형은 어찌 알았는지 둘이 있을때 어김없이 주원영이라고 따스하게 불러주어 위안이 되곤 한다.



"아... ..."
"엄살은... 조금만 이것만 하면"
"잠깐! 잠깐만"

주형은 하얀 가운에 마스크를 쓰고 잔뜩 겁을 먹은 주원의 입근처에서 맴 돌던 마취 주사를 꺼내 들었다.

"주원영! 웬만하면 눈 좀 감을래?
그 큰눈으로 나를 바라 보고 있는데 심장 떨려 죽겠다"
"야, 그 주사 아프지?"
"안아픈 주사가 어딨냐? 하지만 난 능력있는 치과의야.
걱정마. 안아프게 할 자신있어"
"... 후들거려!"
"눈 딱 감구, 마지막이다. 이렇게 생각해.
너 그냥 이렇게 두면 구취 염려 되는 상황이야.
주원영이랑 구취랑은 전혀 안어울리잖아?
이거 잘하면 내가 너 좋아하는 생크림 케익 사준다"
"... 장난치지마! 죽겠으니깐"
"자, 시작합니다! 꼬마 아가씨~"

주원은 두손을 포개어 배위에 놓고 눈을 살포시 감았다

"너만 믿는다!"
"그래! 믿어. 근데 주원영!
너 다른데 가서 사랑니 통증 호소 하지 마"
"...?"
"사랑니 통증 호소 하는 사람은 나 애인 없소 하는 거랑 진배 없어"
"...앗!..."
"사랑니는 아주 달콤한 키스로만 치유 될수 있는 거니깐...
그래서 치과의들이 사랑니 통증 호소하는 미인한테 마음껏 데쉬를 하는 거야. "
"푸...풋..."
"마취 됐어. 얼얼하지?"
"좀 그러네. 근데 너 그거 근거 있는 얘기야?"
"내 가슴이 찢어지는건 지금까지 사랑니 치료 해준 사람 치고 가장 미인은 주원영 너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