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영화을 보고 난후의 새벽이였다.
영화가 거의 새벽 2시경에 끝이 났다.
집으로 바로 갈줄 알았던 현민인 차를 남한산성 쪽으로 돌렸다.
심야 영화를 본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였지만.....늘 집으로 바로 데려다 준 현민인데.....집과는 전혀 반대인 남한산성으로 방향을 잡고 가고 있었다.
집에다간 해연이와 함께라고 말을 하고 나왔다.
언제부터인가....현민이와의 오후약속이 있으면 해연일 팔았다.
해연인 엄마에게 신용이 짱이였다.
마치 날 친구가 아닌 언니처럼 챙기는 해연이에게 엄만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
"너무 늦었잖아.....집으로 가자...."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
"집에다간 뭐라고 말하고 나왔는데....?"
"....영화보고 온다고 했지....."
"정말...? 심야 영화라는 걸 알고도 허락이 떨어졌다는 말야..?"
정말 몰라서 묻는건지.....
야리는 내 시선에 현민이 피식 거렸다.
방향을 다시 시내 쪽으로 틀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오늘 .....들어가지 마..."
숨이 턱 막혔다.
들어가지 말라니...?
순간 호흡이 멈출만큼 놀랐다.
차를 갓길쪽에 파킹 시키며 현민이 날 봤다.
마주 대할 용기가 없는 난 창밖으로 시선을 비꼈다.
현민이 손이 내 어깰 안았다.
보통때 같으면....다가가 안길텐데.....그러지 않았다.
뻣뻣이 굳어 있는 날 보며 현민이 다시 웃었다.
내 어깨에 둘렀던 팔을 풀더니 이번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가슴이 점점 답답해 왔다.
"놀랐어....?전혀 한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지않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야...?"
내말을 믿어 줄까나...?
"그래...?그동안 내가 너무 신사처럼 굴었던 모양이지...? 나름대로 내 뜻을 비췄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은....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해....준비가 안되었어..."
"무슨 준비...?피임법...?난 늘 준비가 되어 있는데....올 스탠바이지..."
갑자기 장난스럽게 말하는 현민이에게 최대한 강한 빛 광선을 쏴주었다.
큭큭 까진 아니더라도 날 놀려먹는 재미에 빠진 현민이의 웃음이 정말 얄미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농담이 나오다니.....
지금 내 심장이 어떤 소릴 내고 있는지.....짐작도 못하면서...
"어떡할래...?난 오늘 널 꼭 안아야 겠는데...더이상 머뭇거리면서 참아낼 여유가 없거든...."
"야....너 ....지금 뭐야...?장난하는 거야...?"
"아니....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눈은 장난스럽게 반짝이는 현민이였다.
정말....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너 나랑 키스 하는것 좋아하잖아...내가 느끼기엔 가끔은 내가 그만두면 무척 많이 아쉬워 하는것 같던데.....아냐....?"
날 곤란이라는 수렁에 빠트리고 싶어하는 악마 같았다.
"가자....더이상 머뭇거리며 말장난 할 시간없어..."
"뭐...?어딜...?"
화들짝 놀라는 날 보며 큭큭 거리는 현민이였다.
"글쎄...어디든 가야지....한밤에 갓길 주찬 위험하거든.....널 안아보지도 못하고 개죽음 당하긴 너무 싫거든...."
차를 출발 시키는 현민일 보며 난 착잡한 심정이였다.
사실 ....이런일을 전혀 한번도 예상해보지 않았다는건 거짓말이였다.
현민이 말처럼 현민이가 날 만질때면.....순간 적으로 내 이성이 다른나라로 날아가 버리는 듯한 황홀경을 모르진 않았다.
가끔은....아쉬었다.
뭔가 더 느껴보고 싶은데....현민이 그만둬 버리면....
하지만....그러면서도 사실 두렵기도 했다.
다빈인 해연이의 강경한 태도에 이젠 수도승이 되려고 한다는 얘기가 들렸다.
결혼전 까진.....순결하게 있고 싶다는 말이 통했다고 했다.
하지만 현민인....
내가 그렇게 말하면 믿어 줄까...?
이미 틀린 일이겠지...
현민이 제 입으로 아까 말하지 않았나....
내가 자기의 키스에 아쉬워 한다는말....
정말 너무 쪽팔렸다.
밝히는 여자처럼....
그런 생각에 화끈.....얼굴이 달아올랐다.
"다왔어....내려...."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아파트 입구 였다.
언제 이렇게 빨리 왔는지....
"내일은 집안 모임이 있어서 얼굴보기 힘들겠다....모레 토토로 에서 보자....안내리고 뭐해..."
"내릴거야....가방을 메야지 내릴거 아냐...."
괜한....
가방을 찾아 어깨에 매려는데....현민이 잡았다.
"정말 내릴려구.....?너 이러고 들어가면.....나 맨정신으론 못자..."
"대체 오늘 왜그러는 건데....?"
조금씩 짜증이 났다.
"집에 들어가지 말라는 거지....그렇게 둔해...?"
난 잠시 망설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상황이였다.
한참을 망설인 후에 난 결심했다.
"가자....그럼....차 출발시켜..."
안전밸트를 다시 매는 날 보며 현민이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이야...?"
"자꾸 말하면....한대 칠지도 몰라.....지금 기분 아주 않좋거든.."
".....됐어....그냥 내려....어쩌나 보려구 한번 해본 말야..."
"야 서현민.....너 정말....이런식으로 놀리지 말라고 그랬지...?대체 왜그래...?사람 피마르는 것 보고 싶어..."
정말 화가 났다.
자긴 아무렇지 않은 농담이지만....난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어디가서 펑펑 울고 싶었다.
"늘 나만 피마르면 너무 불공평 하잖아....너도 그래야지..."
"너...그만해....."
주먹을 쥐어 보이는 날 잡아 가슴으로 안았다.
"한번 운을 떼어 본거야.....다빈이 자식...해연이에게 벌 받고 있잖아.....하지만....난 그럴 자신 없어....전에도 한번 언급했지만...난 너 보면...늘 이성보단 본능이 더 강해져.....이런 내가 부끄럽다고 느껴본적 없는데...넌 성이란 거에 대해 너무 민감한 것 같아...요즘 젊은이 답지 않게.....하지만....내 마음 한편에선 그런 네가 이뻐 보일때도 있어...."
뭘 어쩌라는 건지.....
내 머릴 만지작 거리는 현민이 손의 감촉이 좋았다.
잠이 올것 같은 ...그런 기분 이였다.
"오늘은 ....보내지만...다음번엔....널 또 곤란하게 할지 몰라....내가 널 원하는 만큼....너도 날 원했으면 좋겠어....사랑은 우리가 하는데 세상의 이목이 무슨 상관이야....너랑 끝까지 같이 가겠다는 약속이 있어야만 널 여는것.....그것도 의미 없는 얘기잖아..."
"......."
"....야...! 한세련....? 너 자냐....?"
정말 ....잠깐 졸았던것 같았다.
현민이 뭐라고 계속 말을 한것 같은데....
기막혀 하는 현민일 보며 난 민망해지는 기분이였다.
"자긴....다 듣고 있었어.....네말 잘 새겨 들을께....근데....정말 ..나랑 그러고 싶다면....이렇게 말을 하거나...묻지 말고 그대로 진행시켜....자연스럽게..."
"차에서....? 말도 안돼.....우리의 소중한 첫경험을.....난 절대 싫어....일급 호텔 스위트 홈은 안되겠지만.....아무데서나는 절대안돼...그럼..."
정말 한대 치고 싶었다.
진지하다가도 맥 풀리게 장난 처럼 말하고.....
차에서 내리는 날 향해 손을 들어보이며 현민이 수화로 사랑한다는 표시를 했다.
돌아서서 머리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내게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고선 ....시동을 걸었다.
바람 한점 없는 11월 이였다.
새벽바람도 잔잔하게 잠이 들었나 보다....
입고 있는 가디건에 찬 기운이 돌지 않은 이유...
아마 사랑이 충만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친굴 사귀게 되면....당면하게 되는 문제....
쉽게 피해 갈 수도 있는 문제지만....
많은 고민을 .....설렘을 가져다 주는 문제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서로 원할때.....하나가 될수 있다면....문제가 될건 없다고 보는데.....쉬운 답은 없는것 같다.
앞으로 현민이와의 사랑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깊게 생각해봐야 할것 같은 새벽이였다.
~~~~~~~~~~~~~~~~~~~~~~~~~~~~~~~~~~~~~~~~~~~~~~~~~~~~~~~~~~~~~~~~~어설픈 마무리....
죄송하다는 말뿐이 드릴게 없네요...
너무 오래 질질 끌었다는 생각이 없진 않지만....
다른 분들처럼 그때그때 생각해 두었다가 글을 올렸어야 했는데....한번 올리고 나서 긴 공백기간을 가지고....늘 아이들 핑게만 되고...성실하지 못했습니다.
담엔....그러지 않겠다는 말을 감히 못드리지만....
담에 또 찾아오면....외면 하시지는 않겠지요....
순간의 상상이 무섭답니다...ㅋㅋㅋ
오랫동안 읽어주신 님들....고맙습니다.
조만간....새로운 글 가지고 다시 들어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