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이였다.
교양강의 후 학교 서점에서 만나자는 문자 메세지가 왔다.
다희와 난 한국사를 들었고 둘은 우리와 다른 강의실에 있었다.
서점에서 만나서 학교 밖으로 나갔다.
카페에 자리 잡고 앉으며 많이 흥분된 얼굴의 해연이 날 보며 이야길 꺼냈다.
"어제 현민이 장난 아니였다며....?"
"현민이....?걔들 도중에 그냥 나갔다구 했잖아...?"
내 대신 다희가 말을 받았다.
"나이트에서 나가서 걔들 빠에가서 또 술을 마셨나봐.....현민이 인사불성으로 취했었데......양진석인가 하는 애랑....다빈이가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묻던데....."
"거기서도 엄청 마신것 같은데.....나가서 또 마셨다구...?어제 걔들 속 많이 쓰라렸을 거야..."
"정희에게 괜히 미안했어.....걔 양진석인가 하는애 한테 맘 있다면서...나 땜에...."
"걱정마....진석이가 정희에게 목멘상황 이니까....걔는 끄떡없어...오늘 아침에 진석이가 만나자는 연락해왔다구 하니까...미안한 생각 안해도돼..."
다흰 괜찬다고 했지만.....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 다는건 기분이 않좋았다.
너무 지나치게 신경쓴다는 핀잔을 둘에게 들었지만...그래도 맘이 불편했다.
윤안 너무 자극 하면 일이 역방향으로 더 꼬이는게 아니냐고 걱정이였지만 다희와 해연인 뭐가 좋은지 아주 재미있어 했다.
둘이 너무 신나하는것 같아 난좀 심술이 났다.
조마조마하는 나와 달리 둘은 신나는 놀이라도 발견한듯 ...다음 계획을 짜자며 야단이였다.
윤아가 그런 둘을 보며 기막혀 했다.
며칠이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토요일 오후 였다.
할일없이 다희네 집에서 비디오을 보고 있다가 해연이 에게 문자가 왔다.
할말있음 전화로 말할거지.....해연인 문자를 자주 보냈다.
'7시 까지 강남역....재즈빠...스카이 블루...'
문자 확인후 보던 비디오을 끄고 다희가 나갈 준비하자고 했다.
지금 4시니까 아직 시간 있다고 하는 날 일으켜 세우며 집에가서 꽃단장하고 오라고 했다.
현민이가 거기서 친구을 만난다는 정보라고 하면서....
다희의 신나하는 얼굴을 보며 난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때 나이트 이후....
하루 정도 지났을땐 당장이라도 현민이에게서 무슨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만 들었다.
현민이 내게서 더 정이 떨어졌을 거란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그만해....난 그냥 집에 갈래....?"
"야아.....그게 무슨소리야.....?"
"안하고 싶다구...이게 뭐야...괜히 사람 우스워 지게....현민이 걔도 눈치 쳇을거야....자기가 있는 곳만 찾아서 나타나는 것보면...."
"뭘.....?이제 겨우 두번짼데....게다가 5일이나 지났잖아....우연이라고 생각할 거야....한번하고 포기한다는건 말도 안돼...."
"....니들....정말 이게 날 위해서 좋은일 같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지....암 소리 말고.....갔다가 6시 역에서 만나....같이 가게...안나오면 알지...?"
주먹까지 쥐어보이며 협박 비슷하게 하는 다희였지만.....정말 내키지 않았다.
현민인 이미 내게 관심이 없는데....괜히 추해지는 모습을 보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7시 강남역 재즈빠는 생각보다 컸고....재즈빠의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였다.
적당히 어두운....나른하게 퍼져 있는 음악.....
다희가 좋아하는 빌더글라스의 깊이 있는 목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언젠가 현민이 차에서 듣던 음악과도 비슷한것 같은....
갑자기 감상적이 되어버렸다.
머릴 높이 올려 묶은 날 보고 다희와 해연이 둘다 쫑알 거렸다.
화장도 연하게 하고 나왔다.
입술을 거의 바른듯 말듯....
둘은 내가 너무 비 협조적이라구...입을 쫑긋 거렸다.
둘은 ....늘 하던대로 ....잡지 카달로그를 찍고 온듯한 모습이였다.
각각의 특이한 이름의 칵테일을 주문했다.
내가 시킨건 페파민트 였는데.....남자들이 주로 시킨다는 샴페인 이였다.
전에 승준이가 알바하던 재즈빠에서 현민이 마시는걸 본적이 있었는데...짙은 바다색깔이 너무 예뻣던 기억이 나서 시킨거였다.
박하 향이 짙은데....여자분이 드실거니까 약하게 해준다는 바텐더였다.
눈웃음 치는게 ......아주 잘 노는 플레이 같았다.
키도 훤칠하게.....
이런 곳에서 알바를 하든.....직원 이듯 ....아마도 외모를 많이 보고 채용을 해서 인지.....잘생긴 남자들이 많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구.....
잘난 사람들을 보면 눈이 맑아진다는 말이 ....맞는것 같았다.
테이블로 안가고 빠에 앉았다.
7시를 조금 넘어서 인지 큰 홀안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우리가 거의 첫번째 인것 같았다.
'유리우스'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바텐더가 계속 우리에게 말을 시켰고....남자들과 말장난을 잘하는 다희가 거의 상대를 하고 있었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 온다고 자릴 비웠던 해연이 오면서 우리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젠 제법 사람들이 듬성듬성 모여 든 홀 한쪽을 가리키며 해연이 웃었다.
고갤 돌려 보려는 날 눈으로 제지하며 해연이 바텐더 에게 물었다.
"저쪽 ....창가쪽 테이블....여기 자주 오나요...?"
이런 일이 많은지.....유리우스는 티안나게 그쪽으로 시선을 줬다가 거두었다.
"여기 단골들이죠....저중 둘은 여기서 전에 알바한적도 있고....오늘도....여자친구들과 함께네....다들 집안도 부유하고.....학벌도 그렇고....인기많은 친구들인데.....관심있어요...?"
"......여자 들과 자주 오나봐요....?"
"....거의 .....저런타입들 여자들이 가만안놔 두잖아요....여기서 알바하던 친구들은 얼마나 전화가 많이들 오는지.....점장이 오면 핸폰 맡아두었다가....갈때 주고 했어요...요즘 여자들 ....좀 드세잖아요.."
"그쪽도 ....핸폰 뺏겼어요....? 한 인기 할것 같은데..."
"ㅎㅎㅎㅎㅎ...관심있음 연결 시켜 줄 수 있는데....찍은게 누구예요..?"
"누가 제일 인기있어요...?"
다희가 계속 말을 받으며 장난이였다.
눈끝으로 보니.....몇몇의 남녀가 함께 온것 같은데....저 무리에 현민이도 있다는 건가....?
돌리고 싶은 목을 계속 고정하고 있으려니 쥐가 나는것 같았다.
여자애들과 함께 라니....누구인지....정말 궁굼했다.
"쿨한 매력의 서현민....그리고....그와 반대로 부드러운 이미지의 다빈이....상욱이도 괜찮지....매너가 짱이니까....나머지 둘은 별로 안친해서 모르겠고.....누군데요...?"
"왜요....많이 궁굼한가 봐요...."
"정말.....약올리기 선수같군요.....말안해 줄거면....나도 이젠 일하러 가구요...."
"우리가 말하면 저기 가서 모두 말할 것 아네요..? 다들 친하다면서..."
"연결시켜 준다니까요.....세분 모두 상당한 미모들이라...저 친구들 쉽게 거절 못할것 같은데...."
"여자만 보면 다 좋아하는 그런 애들 아녜요....? 지금도 여자들과 같이 왔다면서...."
다희의 꼼에 유리우슨 기막혀 하는 얼굴을 하더니....그만 가야 겠다며 다른 테이블로 갔다.
가면서 누구에게 미련이 있는지.....한번 힐끗 거렸다.
아마도 해연이에게 관심이 있나 보다.
현민이와 다빈이도 있다는 테이블로 고갤 돌리고 싶었다.
엉결에 마신 샴페인의 향과 맛이 입안을 가득 메웠다.
금방 이라도 기침이 세어 나갈 만큼....맛은 독했다.
작은 유리잔이라 한입에 탁 털어 넣었더니.....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알콜에 약한 내가 아니였는데....빈속이여서 인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현기증이 나는게....빠대에 팔을 올리고 얼굴을 묻었다.
"세련아.....왜그래...? 어디아파...?"
놀란 목소리의 해연이였다.
다희가 바텐더가 권해주는 얼음 수건으로 내 머리며 목뒤을 닦았다.
약하게 만들어 준다더니.....생각보다 알콜 지수가 높았나 보다.
다희가 유리우스에게 뭐라고 쫑알거리는 소리가 들렸고....유리우스가 약하게 만들었다며 미안해 하는 소리도 들렸다.
얼음물을 몇모금 마시고 나니까 그나마 살만 했다.
시켰던 과일 안주에서 메론을 먹었다.
입안 가득 메론의 향긋함이 돌았다.
좀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오늘 여기에 왜 온건지.....
내 시선에 둘은 머쓱해 했다.
"힘들면 그만 갈까....."
"여기 ...왜 온건데....?"
묻지 않을수 없었다.
"그냥....네 존재감을 알려주기 위해서지..."
"존재감...?"
"응....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잖아...잊을 만 하면 한번씩 .....나타나서 흔들어 놓는거지..."
정말 한심했다.
내 시선에 둘은.....고갤 꺽었다.
"그만하자....이런 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것 같아....내 꼴만 더 우습고...."
"야~~아....좀만 더 해 보자....."
"싫어....그냥 내 식대로 할래....이건 아닌것 같아.....맞지도 않은 옷 억지로 입고 있는것 처럼 너무 불편해...."
우리가 그러고 있는데....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난 그 남자가 다빈인줄 알았다.
다빈이랑 해연이가 요즘 만나고 있기에.....해연일 보러 다빈이가 온줄 알았다.
"저기....기다리는 사람들 없으면...저희와 합석 하실래요...?"
세미 정장을 입은.....학생은 아닌것 같고.....회사원...?
깔끔한 외모였다.
짧은 머리하며....멋스럽게 입은 곤색의 세미정장.....
넥타이 없이 브이넥에....자켓을 걸치고 있었다.
그사람이 가리키는 테이블엔 두명의 남자가 더 있었다.
3:3 ....
당황스러워 하는 나와 달리 해연이와 다흰 갑자기 눈을 빛냈다.
정말.....내가 싫다고 난색을 표하는데도 둘은 벌써 일어설 채비를 했다.
유리우스가 얼른 해연이 에게 자기 명함을 건네 주었다.
건성으로 받아 가방에 넣으며 해연이 날 끌었다.
현민가 있는 테이블과 약간 떨어진 자리....
같이 있는 여자애들이 3명정도.....잘 보이진 않았지만....첨보는 얼굴인것 같았다.
옆눈으로 보려니까....눈이 아팠다.
내가 이게 뭐하는 건지.....자꾸 한심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 사람들은 생각데로 학생은 아니였다.
둘은 회사원이고 하난 대학원생 이였다.
우리와 나이차가 많아서 인지....난 좀 껄끄러웠는데....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둘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얘기들도 잘 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다희가 우릴 나일 세살이나 올려서 얘길했다.
졸지에 4학년이 되었다.
갑자기 취직얘기가 오갔고.....그중 잡지사에 근무한다는 남자가 명함을 돌리며...한번 찾아 오라고 했다.
다희의 싹싹함에....놀라서 입이 안다물어질 정도 였다.
여우처럼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 하는지.....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목뒤가 서늘했다.
누군가가 날 보고 있다는 느낌....
눈치체지 못하고 있는사이.....목뒤의 서늘함은....좀 된것 같았다.
나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 있는 다희가 날 보며 싱긋 거렸다.
고갤 돌려 확인을 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의 시선인지.....
목이 뻣뻣해 오고 있었다.
비어 있는 내 잔에 흥수라는 이름의 남자가 윈저를 따랐다.
얼음을 두개 정도 넣어주며....
양주가 목을 다 태우고 지나 가는 것 같았다.
샴페인과는 달리...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서 인지....취기가 금방 오르지는 않았다.
더구나 날 쏘는 시선이 있기에....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연기을 해야 겠기에....
참 우습다.
아까 까진...이런짓 하는게 한심하다고 느껴지더니.....
이젠....점점 흥이 나며 재미가 있어지려 하다니...
현민이가 날 보는 시선 만으로도 .....이렇게 흥미가 생기고...가슴이 두근거리다니.....
마치 날 흥분시키는 ......마약제 같기도 했다.
"상당히 조용하네.....원래 이렇게 말이 없어....?"
날 가리키며 흥수가 물었고 다희와 해연이 끄덕였다.
"셋중 키는 제일 크면서....얼굴은 제일 동안이네.....화장만 안했으면....고딩인줄 알겠어..."
"요즘...고딩이 얼마나 성숙한데....잰 중딩수준이예요...."
다희가 날 보며 장난 이였다.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다희에게 눈을 한번 야려 줘야 하는데.....눈이 풀렸는지....
힘이 안들어 갔다.
현민일 의식하고....채워져 있던.....잔을 다 비웠더니...
몸안에 불덩이가 꽉 차 있는것 같았다.
"잠깐......화장실좀...."
일어서며 비틀거리는 날 흥수라는 사람이 일어서며 부축했다.
내 팔 한쪽을 잡아 자기에게 기대게 했다.
앉아 있을땐 몰랐는데.....키가 상당히 컸다.
마른것 같은 체형이였는데....닿아있는 가슴이 탄탄하게 느껴졌다.
머리로는 ....닿아있는 머릴 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해연이 따라 일어서며 날 잡아 자기쪽으로 끌었다.
해연이 손에 끌려 화장실로 향했다.
바둑판 무늬의 바닥이 모두 날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계단처럼 보여 넘어지지 않으려고 발을 헛 디딛고 있었다.
"계단 아냐.....그냥 바닥이야....안주도 없이 계속 마시더니...괜찮겠어.....그만 갈까...?"
".....아냐....됐어....가만....."
해연이만 잡고 있기가 불안해서 벽을 짚고 싶어서 손을 뻗는데 누군가 의 손이 잡혔다.
약간 축축한....물기가 있는 긴 손가락...
해연이 쪽에 기울어져 있던 내 몸이 그 쪽으로 쏠렸다.
"누구.....?"
눈은 뜨고 있는것 같은데.....앞의 그림이 잘 보이지 않았다.
"너네 지금 뭐하는 거야.....? 얘가...왜 이러는 건데...?"
귀익은 음성.....누군지 알것 같았다.
해연이을 나무라는 소리....
현민이였다.
"너완 상관 없잖아.....비켜줘..."
날 잡아 채며 해연이 대꾸했다.
다리에 힘이 모두 빠져 버려 있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정신도 가물가물해지고.....몸은 어쩔 수 없지만....정신은 잃고 싶지 않았다.
"친구면서....얠 이지경 까지 가게 만들수 있는거야 ....?..세련인 너흴 많이 좋아하는것 같던데...너흰 아닌가 보지...?"
"....관심끄셔....같이온 여자들이 무섭게 쳐다보는데.....그쪽에나 신경쓰시지...."
"....너 다빈이랑 만나는것 아냐....? 다빈이도 기분 않좋은것 같은데..?"
"안다빈 ...? 걔하고 나 끝난지가 언젠데....너야 말로 친구라면서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내 친군 내가 챙길테니까...넌 네 친구들이나 잘 챙겨....."
쌀쌀맞게 쏘아주는 해연이가.....좀 야속하게 생각되어 졌다.
아무말 못하고 해연이에게 끌려 화장실로 들어왔다.
현민이 시선이 등 뒤에서 느껴 졌지만.....
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정말 짜증이 났다.
자꾸 안좋은 모습만 보이는것 같아.....화가 났다.
무기력하게 둘에게 끌려다니는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