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결국 현민일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무래도 둘이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였는데
둘은 내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다빈이 내가 힘들어 보인다며 억지로 집에 데려다 준거였다.
오늘 하루 너무 놀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며...
이런 상태로 현민일 만나봤자....일만 더 꼬일 거라고 했다.
더구나 현민이도 어제 외박을 해서 지금쯤 집에 있을거라구 했다.
가슴이 너무나 답답했다.
꺼지기 직전의 불씨 덩어리를 안고 있는 느낌.
확 토해 내고 싶지만 쉽게 나오지 않은 이물질을 가득 안고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아침이였다.
다빈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청담동.슈바빙으로 나와.]
청담동 슈바빙.....?
첨들어보는 이름인데...
지금이 오전 10시다.
너무 이른 시간에 온 문자같다.
그러고 있는데 핸폰이 울렸다.
"나야 해연이.....다빈이 문자 받았지...?"
"응...너도 알아...?"
"지금 내가 집앞으로 갈테니까 준비하고 나와 있어....20분 뒤에..
현민이 거기에 있데.....알았지...?"
"알았어...."
가슴이 다시금 뛰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현민이 있다는 슈바빙...
그럼 현민인 어제 또 나왔다가 외박을 했다는 소린가..?
흐트러진 모습은 지금껏 한번도 본적이 없는 현민인데...
이해가 안가는 일이였다.
늘 단정하고....깨끗해 보이는 이미지 였는데....
볼위로 눈물이 쉴새 없이 흘러 내렸다.
정말 어떻게 된걸까..?
현민이 그렇게 망가져 가고 있다는 건지...
어제 본 카페의 그림들이 스쳐지나갔다.
현민이도 그애들 처럼 그런 모습일까...?
인경이나 희빈인 대체 뭐하고 있는걸까..?
현민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왜 그앨 붙잡아 두지 못하는건지...
둘에게 순간 원망이 생겼다.
세수만 한뒤 머릴 한줄로 묶었다.
눈가가 빨갛게 부어 있었다.
어제 저녁 잠들기 전까지 울고....지금도 계속 울었더니...
눈이 뭉그러진긋 같았다.
쌍커풀이 두,세겹으로 잡혀 있었다.
지금도 눈물이 자꾸 나오려 했다.
하늘을 향해 눈을 치켜 떴지만....
빛이 나를 더 세게 쏘아대고 있었다.
"너 얼굴이 이게 뭐야...?"
차 문을 열어 주면서 해연이 혀를 찼다.
"아침은 먹었어...?"
"우유마셨어...빨리가자..."
"....너 괜찬아....?"
"응....말좀 그만하구...빨리가자...제발...."
차를 출발시키며 해연이 내 얼굴을 보며 걱정스럽다는 한숨을 쉬었다.
신경이 많이 예민해진 탓일까...?
해연이의 한숨에 짜증이 났다.
제 속도로 달리고 있는 거겠지만....왜이리 빨리 가지지 않은지...
좀더 빨리 달리라는 말이 목 끝까지 치밀었다.
수전증 환자처럼 손끝이 저려왔다.
어제 해연이랑 마신 차가 전부였다.
몸에 힘이 없는 이유가 되는 것같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팔을 깍지 껴서 몸을 안았다.
"추워...? 차문 닫을까..?"
"괜찮아...빨리 가기나 해.."
해연이의 걱정스런 눈빛이 잠시 날 스쳤다.
청담동 슈바빙 앞에 다빈이 나와 있었다.
우릴 보자 피고 있던 담배을 껐다.
차에서 내리는 날보며 다빈이 물었다.
"얘 ...왜이래...? 어디 아픈거 아냐..?"
날보고 해인이에게 묻는 말이였다.
"어디야..?여기에 현민이가 있단 말이지..?"
둘을 밀치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잠깐 기다려 봐....내가 데리고 나올께.."
날 막는 다빈일 밀치며 아래도 내려갔다.
이런덴 왜다 밀실처럼 지하에 있는거야...?
그렇게 빛이 싫단 말야...?
계단은 좀 길었다.
아님 몸 상태가 않좋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몰랐다.
뒤따라 들어온 다빈이와 해연이가 날 불러세웠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다빈이 날 막아섰다.
"그냥 밖에 있어....내가 데려올께..."
"싫어...여기 까지 왔는데 내가 봐야 겠어....비켜줘.."
"세련아....이러지마.."
"비키라고 했어....자꾸 이러면....현민이 보기전에 내가 먼저 미칠지 몰라....제발 비켜줘...."
내 간절함이 먹혔던 걸까...?
잠시 나와 시선 마주하고 있던 다빈이 자릴 내주었다.
둥그런 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어제와 같은 분위기의 카페...
날 잡는 남자에게 ...여기도 맴버쉽카페인지 다빈이 암호인지
뭐라고 말하는게 들렸다.
스치며 지나는 우리에게 그 남자애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주 물좋은데....안다빈 ...나한테도 기횔줘..."
"미친놈....얘들은 그런애들 아냐....신경꺼.."
둘의 주고 받는 얘기에 해인이 혀을 끌끌찼다.
다빈이나 해연이 둘다 ....어제부터 나랑 있을때완 다른 모습을
보이는게....생소한 둘이였다.
다빈이 가리키는 룸의 문을 열었다.
쉽게 다가서지 않은 문이였다.
손은 아까보다 더 떨리고.....그 떨림이 온몸으로 퍼졌는지...
다리도...제일 심하게 떨리는 곳은 바로 가슴이였다.
잠깐 문앞에서 신호흡을 한번했다.
해연인 나와 좀 떨어져 있고...다빈이 걱정스런 얼굴로 내 뒤에 와 있었다.
문을 연순간...역하게 풍겨져 나오는 악취 비슷한 냄새...
어제의 그 냄새완 확연히 다른....훨씬 더 강도가 높았다.
머리가 찡할 만큼....
안엔 여기저기에 잠에 취해있는 여러명의 군상들의 모습....
한 대여섯명은 되는것 같았다.
둘이 무슨 결심이라도 한듯 안으로 들어서지 않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건 나 혼자였다.
열려진 문틈으로 안보다 좀 밝은 빛이 들어와서 인지 불이 꺼져 있는 안이 조금 밝아졌다.
어슴프레 보이는 사물들...
테이블 위를 가득 체운 양주병들과...안주들...그리고 ....하얀 가루.....에게 뭘 뜻하는 걸까...?
당장이라도 뛰쳐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숨을 가르고 안으로 좀더 들어섰다.
해연이 처럼 한명한명 얼굴을 들어 볼수 있는 용기는 없었다.
그냥 눈으로 ?고 지나갔다.
현민이가 있었다.
무릎에 웬 여자애가 엎드려 누워 있었다.
풀어헤쳐 져 있는 남방이며....구김이 많이 간듯한 바지...
염색한 머리 탓에 첨엔 그냥 지나쳤지만....
쇼파에 비스듬히 앉아....잠들어 있는 사람은 현민이였다.
어쩜.....
반쯤 벗겨저 있는 여자애의 윗옷....
치마는 입다가 만것인지....
어쩜....
눈물이 또 다시 내 허락도 없이 흐르고 있었다.
물 한모금 입에 댄적이 없는데...이 눈물은 어디서 이렇게 쉴새 없이 흘러나오는 건지....
가슴이 펑 뚫렸다.
어쩜 이런일이....
정말 저기 저렇게 누워 있는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서현민이란 말인가...?
그렇게 해맑게 웃음 짓는....쿨보이 서현민이란 말인가...?
내가 그렇게 망연자실하게 서있는데 다빈이 옆으로 왔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처럼 하고 있는 날 다빈이 부축했다.
"나가 있어....내가 깨워서 데려 갈께...응...."
해연일 부르는 다빈이의 소리에 현민이 무릎에 누워 있던 여자애가 눈을 떴다.
"엇...너 다빈이 아냐...?우리 여기 있는줄 어떻게 알고 왔어...?"
혀 꼬부라진 음성....
화장인 지워진 얼굴은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빈이 그앨 무시하고 들어오는 해연이에게 날 맡겼다.
내가 막 해연이 손에 끌려 나가려는데 현민이 눈을 떳다.
빛 때문에 눈이 부신듯....게슴츠레 뜬 눈....
정말 ....얼마만에 보는 얼굴인지.....
가늘게 눈을 뜬 현민이....안을 둘러보다가 자길 보는 내 시선과 눈이 만났다.
울고 있는 날 잠시 보더니 금방 시선을 돌렸다.
왜일까...?
현민인 내게 아무 말도 안했는데....
마치 날카로은 비수에 찔린듯한 느낌이 드는건....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비틀거리는 날 잡으며 해연이 나가자고 했다.
그런 날 보며 현민이 무릎위의 여자앨 밀치며 다빈이에게 화를 냈다.
"뭐하는 거야 너.....잴 여길 왜 데려와....?"
"더이상 망가지는 널 볼수가 없어서야....."
"....이 씨....내가 왜 망가져...?빨리 쟤 데리구 나가 새꺄..."
현민이가 다빈이에게 막 소리지르고 욕하는 모습....
왜 이리 가슴이 뛰는 건지...
강둑의 댐이 한꺼번에 우르르 무너지는 형태...
그런 형태가 내 가슴에서 일어나고 있는것 같았다.
가슴의 아픔탓에 난 아무 말도 못하고....아니 나오지가 않았다.
가슴이 미어지다 못해.....터질것 같았다.
저런 모습의 현민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것 같았다.
해연이 차에서 몇분쯤 앉아있었다.
편의점에서 사온 물을 억지로 몇모금 마셨다.
눈물이 잦아들었다.
가슴의 통증도 간간히만 느껴질 만큼....진정이 되었다.
해연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얼마간 울었기에 진정이 된것같았다.
"너 ....왜 이렇게 약하니...?그걸 보고 이렇게 쉽게 무너질줄 알았다면....데리고 오지 않는건데 ....생각보다 정말 너무 여리고 ....너무 약해...한세련....이름값좀 해라 제발..."
해연이 작게 등을 토닥거리며 말을 하고 있었다.
무어라고 대답할 기운도 없어....가만히 그냥 듣고만 있었다.
다빈이 혼자 카페에서 나왔다.
기분이 많이 상해 있는지....얼굴이 안좋아 보였다.
차문을 열고 들어서는 다빈일 보며 해연이 물었다.
"현민인...?안나와..?"
"너같음 나오고 싶겠냐...?지금 갠 자다가 폭탄 맞은 꼴인데...."
좀 시비조의 다빈이였다.
"세련인 좀 괜찮아...?"
"보다시피....."
"그러게 내가 뭐라 그랬어....?보여주지 말자고 했잖아..?이게 뭐냐 ?
현민이나 세련이나...."
".....알아...나도 세련이 보고 반성하는 중이였어..."
둘이 나모르게 무슨 일이있었는지.....
다빈이도 .해연이도...그리곤 침묵이였다.
"현민인...?안나온데...?"
침묵을 깨고 내가 물었다.
"좀 그렇지.....오늘은 그냥 가자.....좀만간 만나자는 연락올거야.."
다빈이 말을 뒤로 하고 난 차문을 열었다.
"세련아....야 한세련....?"
문을 열고 카페로 향하는 날 다빈이 잡으려 했다.
다빈이에게 잡히지 않기위해 카페안으로 뛰었다.
뒤에서 당황해하는 둘의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의 그 룸의 문을 열었다.
안엔 아무도 없었다.
입구가 하나가 아닌 걸까..?
나오는 모습은 보지 못했는데....?
절박한 심정이였다.
지금 현민일 보지 않으면 금방 이라도 미칠것 같았다.
"서현민 어딨어....?너 어딨냐구...!"
제정신이 아닌듯 난 소릴 지르며 닫겨져 있는 룸마다 문을 열어 제꼈다.
입구에서 아까본 남자애와 또 다른 남자...그리고 다빈이가 날
제지 했다.
내가 연 룸마다....짜증들이 날아왔다.
몇개의 문을 열었을까...?
"한세련...정신차려....나 여기 있으니까..."
화장실 쪽인가...?
머리에 물기를 가득 묻힌 현민이 서있었다.
옷 매무새도 단정히....얼굴도 말끔히...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기만이....
아까보단 훨씬 나아보이는 얼굴이였다.
내가 정말 제정신은 아닌듯 했다.
현민일 보는 순간 그애 곁으로 다가가서 현민일 안았다.
마치 어디 멀리 떠나는 사람을 못가게 붙잡듯이....
"야...너..."
현민이 내게 뭐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난 듣고 싶지 않았다.
머리를 쿵쿵 거리며 현민이에게 말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잠시....시간이 그러고 흐른것 같았다.
아까의 그여자애 나타나기 까지...
"야 너 뭐하는거야...?너 걔가 누군데..달라붙어 있는거야....빨리 떨어지지 못해....넌 내손에 오늘 죽었어..."
앙칼지게 소리치며 내게 달려들어 내 머릴 움켜쥔건 순식간이였다.
현민이 그애 밀치며 날 감싼것도 순식간이고...
"야.....서현민...너 어떻게 날..."
현민이 밀침에 깜짝 놀랐는지....그여자앤....소릴 지르고 난리였다.
"두진아....재좀 데리고 나가..."
다빈이 두명의 남자애중 하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두진이라 불린 남자애가 길길히 뛰며 난리치는 여잘 끌고 나갔다.
안나가려는걸....억지로,....
그앤 나가면서도 계속 현민일 불렀다.
그러다가 나중에 나한테 욕을 하고 난리였다.
아까의 머릴 잡혀서 인지...난좀 혼이 나가있는 기분이였다.
현민이 자기에게 둘러져 있던 내팔을 떼어내며 다빈이 에게 말했다.
"먼저들 나가있어.....뒤따라 나갈께...."
"안돼....나도 여기 있을꺼야.."
아이처럼 칭얼거리는 날 보며 현민이 피식 웃었다.
웬지 머리염색 탓일까...?
섹시하게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제정신이 아닌건 맞나 보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이 드는거 보면...
"도망 안갈테니까....먼저 나가 있어..."
"싫다잖아....지금 나가...."
"너 ....왜그래...? 내 몰골을 좀 봐라....내가 이러고 나가야 겠어..?"
"이게 어때서....내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아....그냥 나가...아님 여기 있던가..."
계속 어깃장을 부리는 날보며 현민인 기막혀 했다.
결국 젖은 머리를 손으로 털고...안에들어가서 겉옷을 가지고 현민이 나왔다.
구겨진 바질 겉옷으로 툭툭치며...
자기에게 꼭 붙어서 있는 날보며....
현민이 기막혀도 했고....모를듯한 웃음도 지었다.
그런 내 꼴을 보고 해연이 현민이 보다 더 기막혀 했고....
다빈이 웃고 있었다.
지금 내 상황이 아주 많이 챙피하고 부끄럽다는걸 알았지만...
난 현민이에게서 잠시 라도 떨어져 있을 생각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 현민일 좋아...아니 사랑하는지는 ....정말 몰랐다.
근 한달만에 보는 현민이였다.
이런앨...어떻게 떨쳐 버릴려구 했던 걸까...?
미쳤던 거다....내가...
그런 생각뿐이 안들었다.
"좀...나봐....안도망간다니까...."
좁은 계단을 둘이서 올라오려고 하니까 여간 비좁은게 아니였다.
서로 발이 엉키고 난리였다.
몇번의 엉킴 끝에 현민이 한 말이였다.
조금은 정신이 들은듯 .....순간의 쪽팔림...
난 현민일 조금 놔주었다.
한 쪽 남방 끝을 조금 잡고 있었다.
"너 왜 그러는데.....정말 쪽 팔리다 한세련..."
내 꼴이 우스운지 해연이 먼저 나가면서 혀을 끌끌 찼다.
나도 내가 챙피했지만....현민일 놓고 싶은 맘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