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에 근무하는 대원들도 이식팀 못지 않게 긴장감으로 보낸 하루.
깊이 잠든 밤, 배양실의 불빛만 고요히 밝히고 있었다. 하루끼는 국립배양연구소에서 수 년간 화성에 이식할 황화식물류를 연구하면서 그 업적을 쌓아 온 베테랑. 이 후 계속될 이식작업에 필요한 물량을 준비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많은 밤을 지새워야 할지도 모른다.
혼자 일에 몰두하면서 배양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거친 숨소리를 느끼자 하루끼는 얼른 고개를 돌린다.
"대장. 깜짝 놀랬어요." 너무 놀랜지라, 그녀는 오히려 짙은 웃음이 나왔다. 평소 대장의 행동답지 않았다.
" 진행은 잘 되어가? 물량 확보는 충분하지?" 대장은 머쩍은 표정으로 밝게 웃음으로 미안함을 감추려 한다.
"그럼요. 텔타 엑스종과 텔타 식스종이 우선 이식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일차 이식결과에 따라 배가양식을 진행할 거예요. 이번 일이 성공하면 대장이나 저에게 중요한 계기가 되겠죠."
"그래 그렇군. " 대장은 고개를 숙인 채 배양기 내부를 들여다 본다. 이리저리 고개짓으로 한참을 보더니, "훌륭해." 감탄조로 하루끼를 바라본다."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한 걸요. 앞으로 화성대기를 산소로 충만히 채우려면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상상하기 어려워요. 그간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짐작하기도 힘들고요." 하루끼는 자뭇 진진하게 설명한다. "먼 과거에 이미 화성탐사가 있었고, 그 때 이와는 다른 이식이 시도 되었다고 듣었는데,,, 아마 실패했다죠. 그리고 많은 생명들이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는데.." 대장은 하루끼의 말을 더 이상 듣을 수 없다는 듯이 말없이 자리를 뜬다. "어머 제가 대장을 괜히 귀찮게 했나보네요." 미안한 말을 대장의 등뒤에 던진다. 하지만 대장은 이미 모습을 감춘 뒤이다.
어개를 으쓱이면서 하루끼는 다시 작업대로 정신을 집중한다.
준비한 이끼류를 다시 세밀히 분류하면서 각종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며 정확한 이식기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야만 했다.
한참을 일에 집중했다 싶은 데, 목이 아파 고개를 드는 순간, 양 어깨를 붙잡는 손을 보았다. 힘으로 내리 누르는 데 그만 쓰러지는데, 정수리를 부수는 듯한 고통에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만다."아.."
다음날 오후, 이식팀에서 난코스를 무사히 통과하고, 이식장소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낭보가 들려 왔다. 그 소식에 대원들은 사기가 올라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기쁨에 겨워 식당으로 몰려 갔다. 간단한 축배라도 할겸..
그때 배양실에 근무하는 대원이 허겁지겁 대장에게 달려 왔다.
"대장." 그의 얼굴에는 핏빛이 없었다.
말을 잇지 못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는 대장에게 그는 간신히 말을 잇는데 "하루끼가.." "하루끼..." 다른 대원이 끼어 든다.
"하루끼가 어떻다는 거야."
모두들 배양실 냉동실에서 하루끼의 주검을 목격하곤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말을 잃었다. 그 주검은 지구에서 일어난 경우보다도 화성이라는 고립된 공간에 벌여진 결과로 너무나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하루끼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천장을 향해 시선을 두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의 뇌가 없어진 것이다. 누군가 그녀의 두개골을 쪼개고 뇌를 가져 간 것이었다. 그리고 온 몸은 꽁꽁 얼어, 피조차 흘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