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구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날이다. 그 동안 실험실에 배양되어 온 이끼를 화성표면의 지정된 장소에 이식을 시작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대원들은 맘이 들떠 있고, 본부와의 지난 밤은 초조와 희열이 뒤섞인 대화로 밤을 지새웠다. 이식팀이 모든 준비를 끝내고, 대장에게 출발신고를 위해 방에 들렀다.
대장의 얼굴도 약간은 상기되어 있었고, 어제 밤의 일은 까맣게 잊고 있는 듯했다. 팀장으로 임명된 트루먼도 아주 그 일에 대해서는 대장의 눈빛이나 손짓에서 자신에 대한 감정을 읽어 볼 심사였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마치 차디찬 돌덩이를 대하듯 냉냉하기만 했다.
"준비 되었습니다." 트루먼의 목소리엔 긴장감이 차 있었다.
"그래. 작업에 차질이 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가 되었겠지?" 한사람 한사람과 일일이 악수와 격려를 잊지 않았다. 마직막 트루먼과는 ?裏?눈맞주침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잠시후 대장은 먼발치 작업장소로 향해 떠나는 일행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사이트 전망대에 서 있었다.
태양이 머리위로 점점 솟아 오르자, 기온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트루먼은 이동차량에 설치된 각종 계기판의 눈금을 주시하며, 앞으로 닥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장비는 이끼를 일정 온도에서 보관가능한 창고차량과 직접 이식작업을 진행할 작업손(지구에서는 포크레인과 유사함)차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루에 작업할 면적은 축구운동장의 2배정도 넓이로 지구에서 출발시 미리 가장 적합한 장소를 모니터하고 결정된 지역이다. 더 없이 넓은 장소로 이식작업과 이후 관리에 편리한 장소가 선택되었다.
예정된 장소로 가기 위해서는 큰 구릉지대를 지나야 했다. 경사가 무려 30~40도를 이룰 만큼 통과가 어려운 지역이지만 작업팀에게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절대절명이 난코스다.
"모든 차량은 서로 연결하고, 최대 추진력으로 통과한다." 트루먼은 지구에서 이 지역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 연습을 통한 경험을 쌓았던 터라, 자신 있어 했다. 하지만 여기는 실전이 펼쳐질 화성이 아닌가.
사뭇 긴장감에 진행상황을 바라본다. 사이트에서도 이 모든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