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자 모두들 주어진 스케줄에 따라 바삐 움직였다. 항해사의 행방불명에 모두들 의심했지만, 대장의 지시에 안 따를수 없다. 이제 곧 이끼류의 이식작업이 시작되면 그 결과에 귀추가 집중되기 마련이다.
"어떻게 된 거야. 항해사 루이는 도대체 어딜 간거냐고?"
"설마 길을 잃고 어디 해매는 건 아니겠지."
"혹시 화성에 존재한다는 유령에 홀려 어디엔가 갇혀 있는지도 모르지."
저마다 한마디씩 했지만 속 시원한 대답들은 아니다.
그럴수록 대장의 무묵무답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대장은 여전히 자신의 임무수행에만 열을 올리고, 대원들의 행동에는 무관심하는 듯하다. 물론 보고는 받은 후이지만 간단한 질문외에는 별지시사항도 특히 수색에 대한 어떤 언급이 없었다. 다만 우선 급한 업무를 진행시키면서 곧 수색에 나서자는 말뿐이었다.
사이트밖은 언제나 고요하다.
내리쬐는 태양열이 지면을 온통 이끌거리게 만들더라도 냉,난방처리가 잘 된 덕분에 대원이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없다. 항해사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만 빼면 고요속에 잠겨있다.
그때였다. 실험실 엔지니어인 트루먼이 대장에게 보고할 게 있다면 다가왔다. "이끼류 이식 준비를 완료되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착수할 수 있습니다." 트루먼은 태연히 말했다. "그래 잘 알았어. 내일 부터 시작하자구."
대장은 신통찮은 반응이다. '역시 항해사의 행방때문일까' 그는 대장의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사이트밖을 쳐다볼 뿐, 그이상 다른 대화는 없었다.
다들 침상에 들었다. 하루의 고된 육체와 정신의 피로에는 충분한 수면이 최고라는 듯, 특히 생활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러할 터. 누군가의 가느다란 코고는 소리가 들리고, 점멸하는 등의 깜박임만 실내를 지킨다. 트루먼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자리에서 뒤척인다.
그러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대장이 잠던 침실로 걸음 뗀다. 침실의 잠금장치를 해제한 상태로 문은 쉽게 열렸다.
침실로 들어 선 트루먼은 좌우와 침상을 살펴지만 대장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나지막히 숨결이 느껴진다 싶더니, "여긴 무슨 일이야." 어느 새 대장이 그의 뒤에 와 있었다. 큰 타울 하나로 벗은 몸을 감싼 채 자신을 노려 보고 있었다. 순간 트루먼 아름다운 여인의 육체를 느낀다. 대장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탓도 있겠지만 아니 오랜 시간을 항해와 일로 인해 긴장감에 지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지금 샤워해야돼." 대장은 말과 동시에 걸음을 샤워실로 옮긴다.
"그저 루이의 일이 걱정되어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트루먼은 대장의 등에 대고 내뱉는다. 대장의 잠시 그말에 멈추는가 싶더니, 아무말 없이 샤워실로 들어가 타울을 벗어 버린다. 곧 샤워 꼭지로 부터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긴 채, 서서히 달아 오르는 열기에 피로를 씻는 듯하다.
"너무 태연하시네요."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대장에게로 다가서면서 따지는 묻는다. "그가 없어진지 만 하루가 지나가고 있어요. 더욱기 이런 곳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을 수도 있어요." "물론 루이의 목숨이 중요해. 하지만 우린 그보다 더 많은 목숨을 위해 여기 온 거야."
그도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늘 함께 있던 동료의 문제인고로 맘이 다급해 진다. 트루먼 방안을 이리저리 생각에 잠긴 채 서성인다. 그리고 비어 있는 잔에 술을 따르고 입술을 적신다. 루이의 미래는 곧 자신의 미래이므로, 결국 이끼류번식을 통한 인류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당장 자신이 살고 봐야하질 않는가. "대장" 그는 뒤돌아섰다.
그때 어느 샌가 대장이 자신의 앞에 우둑거니 서 있지 않는가. 샤워를 마친 몸에서 맡아지는 묘한 체취와 어울려 대장은 이미 한 여자로 자신앞에 서 있는 것이다. 따뜻한 물기가 아직도 어깨며, 머리며, 마르지 않아 증기를 이루며 휘발되고, 대장은 한 걸음더 다가온다.
"대장"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대장의 입술이 자신의 것에 겹쳐진다.
자신을 굳게 껴안는 팔에 힘을 느끼고, 타울은 바닥에 떨어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