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탐사 기지를 세우느라 사흘을 허비하고 있다. 예정했던 시간이 지날 수록 대장은 점점 말을 잃어 간다. 지구의 통신센타와 통신 두절이후, 착륙선내 분위기도 냉냉하기만 하다. 보완시스템은 작동하고 있지만 정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화성에 일고 있는 강력한 모래 폭풍을 견디어 낼 기지를 서둘러 건설하고 탐사 일정을 본 궤도에 올려 놓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별도의 지시없이 무한정 다음 탐사일정을 기다리거나, 귀국을 서둘러야 할 판이다.
"뭐가 문제야?" 건설현장의 싸늘한 공기를 가르며, 내뱉는 소리다. "사이트에 대한 계측에 미스가 있나 봅니다. 준비해 온 리미이 맞지 않아요." 인부의 한 사람이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대장에게 이미 보고했지만 다른 지시가 없다. "이제 곧 어둠이 몰려 올텐데." 뼈대만 세운 채, 기지의 건설 공정은 이제 겨우 25%를 넘기고 있다. 앞으로 열흘내에 기지가 완성되지 않으면 이 추운 겨울을 착륙선에서 보내야 한다. 대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을씨년스럽게 기지는 길게 그림자를 그리며,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이만 철수 하자고. 일단 대장과 의논해 본 후...""대장이라고 별 수 있겠어요?" 마주치는 눈빛은 서로 동의하는 듯하다. '그래 무슨 방법이 있겠지. 설마 여기서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