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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커피한잔 200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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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사업가 정태원 화촉] > 제언신문.

유통업체 사업가로 성공한 정태원(28)씨가 12월 25일 오후 3시 서환그룹 둘째딸 한서인씨와 서울 신라호텔에서 웨딩마치를 울린다.
5개월만의 열애 끝의 결혼.
유럽으로 한달간의 신혼여행을 즐긴후 대치동에서 신접 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김정운 기자. rlw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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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카페에서 진토닉 한잔을 마시는 정운의 표정은 찹작했다.
하얀 셔츠의 단추가 두개 정도 풀려 있어 섹시하면서도 도도함을 강조하는 듯 했고, 큰 눈과 오똑한 코. 달걀형의 얼굴은 차가움을 물씬 풍기게 만들었다.
그 옆의 수정은 신문을 보며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너 대체 정신이 있는 애니? 어떻게? 이런 기사를? 도통 네 진심을 모르겠다"
"나도 나를 모르겠어. 어디까지 가야 하는 지도."
"그 남자 귀국 한거야?"
"아니. 14일에 귀국 한대. 2시 비행기로... 약혼자도 함께"
"깡패새끼가 무슨 재주로 부잣집 딸 꿰찮거야?"
"거야 나도 모르지"

정운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진토닉을 연이어 마셨다.

"너 미쳤어. 죽을려고 환장 했어?"

수정이 급히 정운의 잔을 빼앗았다.

"나 이번 기사 쓰기로 했어. 인터뷰도 할꺼야"
"너 미쳤니? 그 인간을 다시 만나겠다고?"
"만나고 말고! 정태원 과거 내 손으로 밝혀 내고 말꺼야"






정운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신라호텔에 몇번 온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과는 느낌이 틀렸다.
노크를 하기 전 그녀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차분해 지려 노력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짧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0대 초반에 저 목소리에 얼마나 열열히 반응 했던가.
하지만 지금은 그때 상황과는 틀리다.
비지니스 전용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심플했고, 깔끔했다.
태원은 노트북 앞에 앉아 무엇인가 체크를 하고 있었고, 그의 약혼녀는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기자 김정운입니다."
"반갑습니...."

나를 알아 본 뒤 그는 매우 당황한 모습이었다.

"정운이가 여길..."
"처음뵙겠습니다"
"...앉지. 차 한잔..."
"아뇨. 인터뷰 시작 할께요"
"예전처럼 날 대해 줄수 없는 건가?
나 지금 무척 적응이 안되서. 정운이가 기자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날줄도 몰랐고 더군다나 내 결혼 얘기를..."
"사적인 얘긴 삼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일교포 2세라고 말씀 하셨던데.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고 전 알고 있습니다. 사실을 말씀해 주세요."
"정운이가 알고 있는 그대로야"
"그리고 뉴욕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했다고 프로필에 나와있던데 고등학교 중퇴 아닌가요?"
"...것도"
"그럼 언제 깡패 세계에서 탈퇴 하셨나요?"
"..."
"충격적인 얘기라서 대답 하기 곤란 하신가요?
그렇게 위선에 쌓여 있음 사실이 밝혀 질꺼라고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적 없나요?
정태원이란 인간 너무 잘알고 있어 당혹스러운건 아니겠죠?
"사실이 밝혀지는것보다 네가 보복을 당할까봐 겁나"
"설마 날 죽이기야 하겠어요? 죽는다고 해도 겁날 것도 없어요"
"... 이렇게 널 만나게 되어 유감이지만 만나보고 싶었다"
"한서인씨가 당신이 이런 사람이란걸 알고 있나요?"
"..."
"당연히 알리가 없겠죠? ... 그럼 이만 일어나 볼께요
어떤 보복을 하던 난 사실을 기사화 해야 겠고, 당신이 조건 좋은 여자 만나게 되어 상당히 기쁘네요."
"..."

정운이 일어남과 동시에 태원은 아쉬움에 그녀의 손목을 얼떨결에 잡았다.
정운은 차갑게 태원의 손을 거부 했고, 태원은 명함 한장 내밀었다.

"이딴거 필요 없어요. 난 이번 기사가 마지막으로 당신 만날 일 없을 테니깐."
"..."
"아... 당신 보복에 병신 되어 있음 연락 달라구요?"
"김정운!"
"병신이 되건 날개 달고 하늘 올라가건 연락 할 일 없을테니깐 아껴뒀다 깡패들 한테 한장씩 돌리면 되겠네. 내꺼 드려요? 보복할 때 훨씬 유리할텐데.
"이러지마! 제발! 대체 우리가 몇년만에 만났는데?"
"몇년만에 만나건 상관 없어요. 잘 사세요!"

정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방을 나섰고, 태원은 창가에 서서 정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담배만 연신 피워댔다.

<정운이 네가 행복하길 바랬다.
가끔 네 소식을 들을 때 마다 10대 사춘기 처럼 가슴 설레며 밤잠을 설치곤 했는데 오늘 네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10년전과 달라진거라곤 네가 내게 독기 품은 눈으로 바라보는 거 그거 하난데... 나는 이렇게 쓸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