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를 하는 둥 마는 둥 소효는 다시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인 지현은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병원일에 강한 집착을 지니는 소효를 더 이상 말릴 방도가 없다는 것을 깨닫았다.
소효가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던건 건우가 산부인과 병동을 맡았기 때문에 아이에 대해서는 마음 놓고 일할수 있었다.
지현 또한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다.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며 아이를 보고 가는게 그의 일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현은 아이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함과 아픔이 동시에 저려온다고 내게 말한적이 있다.
그때 덧분인 말로 아이가 퇴원하는 대로 내가 병원 생활을 접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는 뜻을 비춰왔지만 거기에 대해 나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입장이라면 친정 어머니와 시 어머니가 아이를 맡아 주시면 될것이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다
레지던트 2년차가 끝나는 대로 둘째도 가질 생각이고,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거 지현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모두 해줄 생각인데 지현의 요구에 상처 받은 쪽은 도리어 소효였다.
"윤소효!"
"어머, 아줌마!"
"너무 이뻐서 눈이 부신데.
이렇게 가운까지 걸치고 있으니깐 훨씬 품격 있는데"
"후훗, 너무 과한 말씀을... 그나저나 무슨일로 귀국하셨어요?
무슨일 있으세요?"
"무슨일은. 겸사겸사. 우리 소효도 볼겸"
"감사합니다"
"바뻐? 식사나 하고 싶은데..."
"10분 뒤면 점심시간이예요. 좀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안되긴. 우리 건우도 좀 보구. 입구에서 기다릴께"
소효와 건우 그리고 건우의 어머니와 함께 셋은 병원 근처 분위기 있는 일식집을 찾았다.
"소효 네가 일본까지 직접 오면 내가 싱싱한 회 한마리 직접 떠줄텐데... 아쉽다"
"정말 아쉽네요."
"우리 엄마 칼솜씨 장난 아냐."
"설마 생선 회를 뜨시면서 수술한다고 생각하시는건 아니죠?"
아줌마는 이화여대 의대 출신으로 일찍 의사인 건우의 아버지를 만나 결혼 하셨는데 건우가 태어나는 해에 그의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아줌마는 건우가 대학에 입학 하고 나서야 일본에서 큰 일식집을 하는 제일동포와 재혼을 하셨는데 지금은 의사일을 접으시고 전적으로 일식집에 매달리고 계신다.
"새아버지도 잘 계시죠?"
"그럼. 그 사람 회뜨는 기술 하나는 따라갈 이가 없어. 보고 있노라면 기가 막힌다니깐. 나보다 한수 위야. 맛도 일품이구!"
"저도 비법 좀 가르쳐 주세요! 일식집 하나 내게요.
이제 인턴인데 힘들어서 못해먹겠다니깐요. 저도 아줌마 처럼 장사나 해보면 어떨까요?"
"좋지! 우리 며느리 되면 비법 전수해주마."
"하하, 엄마. 조금만 기다려봐요. 내가 곧 엄마 며느리 만들어 줄테니깐... "
순간적으로 소효의 얼굴이 화끈 거렸다.
분명히 건우는 내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이 까지 낳았다는 사실을 아줌마께 말씀 드리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건우 너두 참."
... 띠리리~ 회집 자동문이 열리며, 지현과 그리고 시어머니. 친구이자 시누이인 지은이가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목례를 했고, 시집 식구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는듯 했다.
모두들 당황했음이 틀림없었다.
남편인 지현의 얼굴이 굳어짐과 동시에 시어머니는 헛기침과 함께 안쪽 방으로 사라지셨고, 시누이는 시어머니를 따라 들어갔다.
"아는 분이시니?"
"저 아줌마..."
다행스럽게도 먼저 인사한쪽은 의외로 지현이었다.
"처음뵙겠습니다. 최지현입니다"
"...네"
"어머님이시니?"
"네 선배. 엄마 인사하세요! 저희 학교 선배"
"반가워요. 난 건우 엄마.
이쪽은 우리 예비 며느리 감이지. 뭐"
소효는 눈을 질끈 감았고, 애써 미소 짓던 지현은 한마디 하고 사라졌다.
"참 예쁜 며느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