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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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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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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향기지기 2003-01-10

"엄마, 아빠! 이 사람이예요
지현씨 인사해요. 우리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최지현입니다."
소효의 엄마의 얼굴은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소효의 친구인 지은의 오빠 지현이 아닌가.
요즘 들어 지현의 얘기를 가끔 꺼내기도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근데 지금 어떻게 된일인가.
효소가 지현의 얘기를 하기에 그녀는 홀어머니에 외아들? 쯧쯧 장가가기 좀 힘들겠다. 요즘 잘난 여자들 좀 따져?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녀는 소파에 주저 앉았다.
소효의 아버지도 무거운 침묵만 유지한채 소파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고명딸이거늘.
오빠 둘을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공부 시키러 보내는 건 허락 했지만 소효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던 이유도 딸이 시집 가기 전까지. 그러니 사위에게 딸을 줄때까지 친정 아버지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 소효의 아버지 윤교수의 생각이었다.
딸 소효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을때 은근히 서운했는데 지금 보니 이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된다 싶었다.
지현과 소효는 현관앞에 서서 무거운 침묵속에 함께 동화 된 듯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윤교수는 입을 열었다.
"앉게나. 자네에게 할말이 있네"
지현이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고, 그 옆에 자연스럽게 소효가 앉았다.
"최군! 내가 자네 사정을 잘 알고 있네"
"네!"
"우리 소효는 우리 부부가 정말 어렵게 가진 아이일세.
소효 위로 아들 둘만 낳고 보니 욕심이 생기더군.
그래서 7년 이라는 세월을 기다려 낳은 자식이다 보니 효소에게 매질은 커녕 큰 소리 한번 못쳐봤네
잘못했을때도 그저 타이르기 바빴고, 이 아이가 상처 받는 말은 우리 부부 입밖에 내본적이 없어. 부모에게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냐 만은 그래도 그게 아니더군.
최군, 이 결혼은 안된다고 보네.
아니 이건 우리 소효가 불구덩이 속으로 걸어들어가는거나 마찬 가지 일세"
"아빠!"
"우리 소효는 아직 해야 할 공부도 많고, 레지던트 과정 끝나면 우리 부부는 소효를 데리고 이민 갈 생각도 하고 있었네.
홀로 유학 보내기가 안심이 안되니 말일세.
우리 계획을 흐트리지 말았음 좋겠어"
"저 아버님!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
"말이 안되지 않나? 자네는 한국에 가족도 있고, 해야 할 일도 있을 걸세."
"아빠, 엄마! 저 정말 지현씨 아님 안되겠어요.
이 사람 없음 안되겠다구요! 허락해 주세요. 제 마음 안변해요"
"소효야! 너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니가 시집살이를 몰라서 하는 말이야.
더군다나 넌 겨우 인턴이야. 해주는 밥 먹으며 공부 해도 힘들다고 엄살인데 결혼해서 시어머니 모시고 살면 니가 하면서 공부해야 된다구. 알겠니? 제발 생각 있는 말좀 해!"
"그래도 안되겠는걸 어떡해? ... 안되겠는데 헤어질려고 마음 먹어 봤는데도 안되겠는데... 네?"
갑자기 지현이 윤교수 부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소효는 참담해 2층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최군, 정말 이러겠나? 이러지 좀 말게! 이성을 찾으라고!"

"엄마야. 들어가도 되니?"
침대에 머리를 박고 업드린 딸을 바라보는 마음이 찢어졌다.
"소효야. 눈 좀 떠봐. 너 이럼 안되는 거야!"
"엄마! 나 결혼 하고 싶어!"
"그래. 누가 너 보구 결혼 하지 말래?
너한테 맞는 남자 만나면 내가 말도 안해.
건우도 너한테 호감 있어 하잖아. 왜 니 앞에 멀쩡한 남자 두고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
"지현씨가 어때서? 멀쩡하지 않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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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해 추운 겨울은 지나 따스한 봄. 3월.
"이게 왠걸? 청첩장이야?
큰 오빠야? 작은 오빠야?"
"... 둘 다 아냐"
"그럼?"
"나!"
"너 결혼해? 우와 윤소효! 능력 좋다. 어떤 남자?
그때 병원에서 본 무테 안경의 소유자 이건우?"
"아니. 저 지은아..."
"응?"
"저기... 그러니깐. ...그냥 니가 봐라!"
지은이 내심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청첩장을 열려는 순간 소효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신랑 최지현? ... 야 이건 우리 오빠잖아.
신부 ... 오 마이 갓! 하늘의 장난이네. 최지현이 정말 우리 오빠야?"
"어"
"그럼 니가 내 새언니가 된다구?"
"미안해"
"허! 미쳐! 우리 오빠도... 완전 미쳤군.
니가 어떤 앤줄 알구? 더군다나 우리 오빤 장남이라 애도 빨리 낳아야 된다구. 넌 결혼 하고도 애는 안낳는다고 했잖아."
"지현씨가 ... 조심하면 되지 뭐."
"그게 아니라 우리 그 잔소리 할머니 가만 안있을 거라구.
나 원참. 우리집 풍비박살 나겠군. 말발 하면 윤소효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