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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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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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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하니 2003-01-02

진희 - 박현욱

진희를 만나기위해 아영이를 안고 길을 재촉했다.다행히
버스에 자리를 양보해주는 친절한 아줌마가 있었다.
백화점엔 연말이라 형형색색의 트리장식이 즐비했고
아영이는 신기한지 이것저것 만져보려고 했다.
보는 것마다 이건 뭐야 저건뭐야 하고 궁금한 것도 많은
아영이.
백화점 매장안 식당.
"오랜만이다. 현주 넌 애기엄마라서 만나기 진짜 힘들구나.
얼굴도 좀 야윈 것같다."
"으응.그렇지 뭐.나 다시 일할까봐."
"아영이는 어떡하구? 애 맡길 데는 있어?"
"찾아봐야지 뭐."
"야, 아영이 좋아하는 햄버거 먹을걸 그랬나?"
음식이 나왔다. 현주는 돌솥비빔밥, 진희는 전복죽과
김밥이다.
" 와,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간다.사실 나 요즘 전복죽 되게 먹고싶었거든.아영아, 이것 좀 먹어봐."
진희는 죽한수저를 아영이에게 떠준다.
"근데 현주 너, 갑자기 왜 일이 하고싶어진거니?
그러고보니 얼굴도 야위었지만 화색은 있어보인다.요새 민기씨가
속을 덜 썩이니? "
"나 이제 그사람한테 기대접었어.그러니까 오히려 홀가분해.
다시 새출발할거야.돈도 내가 벌어 내가 쓸거야."
"정말? 듣던중 반가운소리다.역시 여자들도 남편에게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해야한다는 보도 섀퍼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네가 생각한 것만으로도 힘이 솟나보구나."
"넌 주욱 네자신이 벌어왔잖아."
진희는 그러면 뭐하냐는 표정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집인간이 툭하면 회사때려치는 지도 몰라.
게을러 터진건지 책임감이 없는건지 남자로서 자신감이 없는건지
일하는 기간보다 집에서 빈둥대는 시간이 더 많다."
" 너두 마음고생이 많겠다.이번에 또야? "
"이제 하두 그러니까 놀랍지도 않아.그인간 그러고도 더 당당하고
집에서 놀면서도 손하나 까딱안하려는 나쁜인간이야.
어제도 퇴근해보니 라면봉지, 음료수 캔이며 널부러져 있더라구."
현주의 입에선 어느새 한숨이 나온다.
" 그래.어느집이건 고민없는 집 없지.
근데 박현욱 (나쁜자식) 이 결혼한다는건 무슨 말이야?
혹시 미선이랑 하는거야 ?"
"야, 미선이랑 하면 누가 뭐래니? "
진희는 속삭이듯 말한다."글쎄 한지영이랑 한댄다."
현주는 적잖이 충격이다.내가 불쌍하듯 나같이 박현욱이란 남자에게
그 박현욱이란 남자가 뭐길래 나처럼 버림받은 여자가 또하나
늘어났을 뿐이구나 싶었다.
자판기커피를 마시다 현주는 잠시 화장실에 들린다.
그리고 화장실거울에 비친 머리가 부시시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박현욱과 헤어진지 몇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마지막 헤어지던
그날의 대화를 현주는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살을 찢는듯한 추위에 그는 어려운 말을 꺼내려는 듯
담배를 힘들게 피고 있었고 한참 뜸을 들이다 말했다.
"헤어지자."
" 현욱씨, 무 무슨 말이야. 내가 방금 잘 못들었지?"
현주의 큰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아니야. 맞어.우리 헤어져. 이 말하려고 왔어."
현주는 뭔가 큰 무기로 한대 얻어맞고 하늘이 자신을 향해
내려앉는 느낌이다.
그래도 담담하려고 애쓴다.
"이유가 뭔데? 6년간 날 사랑한다고 영원히 사랑할거라고
했잖아. 거짓말이였어, 그거 ..거짓말이었던 거야?
그랬던거야? "현주는 실성한 듯보였다.점점 목소리가 격해졌다.
"정신차려!너답지 않게 왜이래? 이래서 네가 싫어.
그 지긋지긋한 구속이 싫어.네가 나만 바라보는게 싫다고.
내가 꼭 이런 말까지 해야겠니? 넌 정말 ...
부담스럽다고."
현욱이 떠나간 자리를 쳐다보면서 그때 현주는 아무런 기운도
없이 그 자리에서 그 커피숍 쇼파에서 세시간이 넘도록
미동도 않고 있었다.
자기한테 모든걸 주었건만 이제 그게 부담스럽다니...
현주는 자신의 껍데기를 부여안은 듯한 느낌이었다.
알맹이는 자기한테 다 주었건만...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냉정할
수 있을까..어떻게 사람이...현주는 눈물도 안나왔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중얼거린다.
그땐 참 순수했어. 그 놈이 여자가 생긴줄도 모르고..
그의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였으니..
아영이가 옆에서 조른다.
"엄마, 쉬아."
"어이구 우리 아영이 쉬아 마려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