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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BY 혜성 2003-02-05


시끄럽던 팝송이 귀에 익어 들릴때쯤..
인경인 또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언제 봤다구 반말이에요..?

새삼스러울것두 없고만..
내가 얘기 했자녀..
저 아찌가 좀 이상하다구..

아무리 눈치를 줘두..
발그레해진 얼굴로 눈을 똥그랗게 뜨며
팔을 발을 꼬고 앉아 못마땅한 티를 팍팍 내구 있었다.

또 우리가 언제 댁보고 기달려 달라구 했냐구요..
왜 맘 안 편케 세월 좋니 뭐니 하냐구요..
진짜..꼭 생긴 대로 라니까..

야~
쫌 심하다..

마냥 웃고만 있을꺼 같더니만..
기분이 좀 상했는지..
고개를 잠시 숙이고 있는 모습에..
신경이 쓰인 나는 ..

죄송해요..
얘가 한번 틀면 워낙 그래요..
아저씨가 밉게 보였나봐..
그러길래 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냐구..

시작은 아니었는데..
결국 나도 그에게 시비를 걸구 있었다.

얘들이 맥주 한잔에 너무하네..
술김이라 봐준다..
니들 한잔 더 사줄까 했더니만..
안 되겠네..
일어나라..
태워다 줄께..

갑자기 험악해진 분위기에 사장 형님까지..
우리 등을 떠다 민다..

이럴려구 온건 아닌데..
죄송하다구 고개를 숙이는 내게..

술은 그래서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하는거야..

하며 또 훈수를 둔다..

정말 눈치가 없는건지..
아님..워낙 스탈이 그런건지..
그땐 그런 생각을 할 정신도 없이
쏘아부치는 인경이의 한마디..

그리 잘 아는 분이 행색은 또 왜 그렇데요..
왠 노랑 머리에..
귀꺼정 뚫구..
머리는 또 뭐야..
자기가 맥가이버인 줄아나부지..
말 안하구 있으니까..
어울린다구 생각하나..
내참..
그런 것두 어울리는 사람이나 하는거지..
최소한 보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있어야 하는거 아냐..
그쵸..?
내말 틀렸어요..?

얼음물을 갖고 오시던 사장형님은..
인경이를 끌고 밖으로 나가셨다..

어색하게 둘만 남아 시선은 어데에 둬야 하나
손은 또 어디다 두지..?
괜히 빈 맥주잔만 만지작 거리다가
테이블만 긁구..

괜찮아..
보기보다..니들 성깔있다..?
친구가 나한테 불만이 많은 모양이지..?
뭐..다들한테 맘에 들 수야 없지..
안그래..?

아~ 네..
생각보담은 이해심이 있네..
아니 참구 있는건가..?

다시 침묵이 흐르고
어색해진 이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하나..
인경인 또 왜 안오는지..
자꾸 시선은 문쪽으로만 가구..

그렇게 어색하구 불편하니..?
난 편하구 좋은데..
담엔 친구 없이 만나자..

엥?
뭔 소린지..
나한테..뭘 원하냐구
다시 한번 물어보구 싶어졌지만..
또다시 원점일꺼 같아 입을 다물었다.

내 삐삐번호 안 잊었지..?
왜 한번두 연락 안 하냐..?
얼마나 기다렸는데..

치..연락하면 할말이나 있나 뭐..
대체..뜬금없는 쉰소릴 왜 그렇게 하는건지..?

넌 삐삐 없어..?
없으면 내가 하나 사줄까..?

네..?
아저씨가 왜 요..?

그냥..학교도 들어간다믄서 필요할꺼야..
입학축하 선물로 하나 사줄께..

아뇨..제가 아르바이트 한 걸로 살꺼에요..

그럼..젤 먼저 나한테 번호 알려주기다..

아니..내가 왜..?
그런 생각 말한다구 들을 사람두 아니구..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벽창호 같지..?
막 답답해지는 가슴을 주먹으로 펑펑 치구 있는데..

야..그러구도 성하냐..?
나랑 있는게..그렇게 답답해..?
내가 그렇게 싫어..?

푸후~
한숨이 비어져 나오는걸..
참을새두 없이..또..답답해져온다..

난..니가 무척이나 궁금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떻게 자라왔는지..
또 어떻게 변해갈지 모두..

엥..?
그런게 왜 궁금하죠..?

너랑 가끔 이렇게 만나서 얘기 하구 차 마시구 그럼 좋겠다..
그 정도두 안 될까..
난 친구도 별루 없거든..
일끝나구 집근처에서 가끔 보자..

친구도 별루 없단 말에 왜 가슴이 저리는지..
안쓰럽단 느낌에 고갤들어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
눈에 고여있는 약간의 물기..
맘을 다해 말하고 있다고 말하는듯해서..
거절하기가 어렵다.

어쩐다..?

야~
둘이서 뭐하냐..?
가자..

어데갔다가 이제와..?

다짜고짜 손을 끌고 나가는 인경인
남은 사람두 인사두 다 무시하구
날 앞세워 길을 재촉한다..

뭐야..?

이래서 넌 맘이 안 놓인다니까..
그새 또 맘이 약해져서 그 사람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지..?

아니..그런게 아니구 순간 안스럽단 생각은 했어..
그게 다 다 뭐..

암튼 넌 맨날 남 걱정하다가 니 인생 꼬이는건 생각 안하지..?

가는 지하철 내내 인경이의 걱정은 계속 이어졌다..
사람볼 줄 모른다, 맘이 약해 거절 할 줄 모른다, 목적 없는 만남에 그렇게 시간 뺏기구 뭐할꺼냐, 그 사람 꾼같아보이지 않냐. 순진해보이는 얼굴을 무기로 모성본능 자극하는 스탈같지 않냐는 둥..

난 만난다구도 하지 않았는데..인경인 만남을 시작하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