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약 냄새를 풍기면서
들어선 매장안엔 사장 아저씨두 그 형님두..안계셨다.
같이 갔던 인경이마져 날 흘겨보며..
입을 삐죽거리구
난 무척 난처해졌다..
어쩐다..?
그냥 가쟈니..
또 오긴 힘들겠다 싶구..
그때 마침 같이있던 언니가 창고에서 나와 우릴 반긴다..
며칠 못 봤을 뿐인데..
무척이나 반가웠다..
언니야..
난 또 아무도 없는 줄 알구 가야 하나 했다..
얼굴도 못 보구 가는 줄 알구 얼마나 섭했는 줄 아나...?
어째..
얼렁 나오구 싶더라니..
머리 했네..
이제 제법 숙녀같다..ㅋㅋㅋ
이상해..?
해보구 싶었거덩..
언니두 알지 그 기분..
맨날 단속하는 선도분지 규율분지
하는 이들의 눈을 피해서 해보구 싶던 파마랑 염색..
그때 했으면 더 짜릿했을 텐데..
간이 쪼매 작아서 그렇겐 못했지..ㅋㅋ
난..워낙 그때두 그러구 다녔드만..
다들 금방 포기하던데..
니간이 작긴한가보다..ㅋㅋ
그쵸..?
우린 교복이나 입었지
쟤네는 교복두 안 입구 남녀공학이었데요..
지가 소심하니까 못했지
딴 애들은 스트레이트니..코팅이니 다 하구 다녔다 뭐..ㅋㅋ
인경이까지 거들고 나서니..
순간 난 바보가 되구 있었다..
씨..자꾸 그럼 나 삐치구 간다..
나 얼마나 소심한지 보여줄까..
언니는 윗층을 가리키며
사장님들 거기계셔..
엥?
거긴 호프집이던데..?
거기두 사장님네 가게야..
오호..?
오늘 궁금증하나 더 풀고 가겠고만..
이런..
오늘 니 간 마니 부었나보다..
시끌시끌 떠들며 올라가니..
매캐한 담배냄새와 함께..
시끄러운 팝송이 가득하다.
자동문앞에 서서 눈은 어데다 둬야 하는지..
무대에 서면 눈물부터 뽑는 나는 당황되어 분간두 못하고 서있었다.
어..왜 그렇게 늦게 왔어..?
엥?
내가 생각하던 사장 아저씨 목소린 아니구..
정신 차리구 보니..
내 앞엔 그 사람이 서 있었다..
순간 뒤로 물러서는 나를 끌고 테이블로 가고..
토라진 인경인 마지못해 옆에 와서 앉는다.
너 온다구 했다길래 안 가구 기달렸더니만..
머리한다구 늦었냐..?
세월 좋아요..
사람기둘리게 하구선 머리나 하구..
속에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대거리 하기가 싫어진다.
말하면 끝도 없을꺼 같아서..
그냥 입다물고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으려니..
야~ 느그들 미팅하냐..?
왜 나란히들 앉아서 호구 조사야..?
언제 오셨는지..사장 형님은 내 뒤에 서 계셨다..
맥주 한 잔 할래..?
아참..니들은 아직 미성년자인가.?
에~ 그런건 좀 잊어 주셔두 좋은데..
고 3때 100일주라구 벌써 막걸리에..
다 먹어봤져..ㅋㅋ
너만 그렇지..난 아니다 뭐..
백일주는 냄새두 못 맡았는데..
이거이 나까지 싸서 도매금에 팔아..?
근데요..한번 먹어보고 싶긴한데..
이놈들이..
니들한테..주다가 걸리면..내가..
그려..먹구 가라..
내 이뻐서 특별히 꾹꾹 눌러 담아주마..
능숙하게 받아드는 인경이완 달리..
호프잔이 무겁기만 한 나는
인경이 얼굴 한번 보구 사장 형님 한번 보구
어째야 할지 망설여진다.
걱정하지말구 먹어봐..
내가 태워다 줄께..
네..?
나 어짜피 매장으로 돌아가야 해..
가는 길에 태워 줄테니까..
편하게 한 잔 마셔..
순간..
극성이던 인신매매가 생각나구..
저 사람두 봉고 차 몰구 가던데..하는 생각에..
맥주잔에 눈길은 주고 있지만.
영 딴 생각에 빠져있다.
치~ 누가 태워달라구 했나..?
지난번두 그러더니..왠 선심쓰듯 그런데..
삐죽거려가며 들으란듯이 인경인 쫑알거린다..
가기 싫으면 넌 지하철타구 가던지..
그래요..그러지 뭐..
지기 싫어하는 인경이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 사람과 인경이의 신경전은 입 다물고 있는 나땜에 길어지고 있는 듯해서 맥주잔을 들고 벌컥 벌컥 다 마셔버렸다.
두 사람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런 걸 왜 마시지..?
냄새두 맛두 영 아닌데..?
내 한마디에..푸하하하 웃어버리는 사람들로..
난 술기운인지 창피해선지..
벌개진 얼굴로 정신없이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