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산수에 약한 나는 결산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툰 계산기두 거의 무용지물이었구..중간중간 계산을 해 놨는데두 오늘따라 사람들이 많아 계산 할껀 계속 늘어나구 있었다.
어디 살아요..?
네..?
계산에 정신없던 내게 난데없는 목소리..어데서..?
자는 줄 알았던 그 사람이 날 보구 있었다..
아까 부터 봤는데..디게 둔한가봐..?
내 눈길이 안 따가웠어요..?
아~ 네..
몇 살이에요..?
왠 호구 조사..?
난 맞선보러 나온 것두 아닌데..왜 이런 질문을 받구 있나..?
또 내 표정을 읽었는지..?
그가 다가와 선다..
뭐 하는데 그렇게 바뻐요..이제 사람들 좀 빠져서 한가하구만..
슬슬 정리할려구요..
오늘 끝나는 날인데..할 일이 많거든요..
어! 그럼 오늘 뒷풀이할껀데..
빠지기 없기다..
뒷풀이가 있어요..?
그런 말 못 들었는데..?
그럼 그냥 헤어지게요..?
그럴 순 없지..
언제부터 봤다구..치이~
그가 하는 말이 믿기지두 별루 땡기지두 않아서..
그냥 웃구만 있는데..
같이 아르바이트 하러온 인경이가 부르러왔다..
같이 일하는 동주가 아프다면서 약 사다 줄꺼라구 같이 가잔다.
넌 왜 그사람한테 그렇게 잘해..?
많이 친해졌나부지..?
인경이는발끝을 쳐다보면서 걸으며..
불쌍하자나..나랑 동갑인데..걘 돈번다구 자기 일하구..
난 돈에 대해 생각해본건 지금이 첨인걸..
그렇게 생활하면서 지 몸두 못 챙기구..
그랬겠지..
그래 우린 그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대해 적잖이 충격을받구 있었 다. 왠만히 사는 집에서 우린 우리가 해달라는 걸 대개 해결해주는 부모님과 그들이 하라는데로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되는 삶을 여지껏 살아왔었기에..
살기위해..생활을 위해 돈을 버는 ..우리 또래의 사람들을 보는 건 우릴 뒤돌아보게 했다.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고 다시 돌아왔을때
매장은 파장 분위기였다..밖에 준비된 봉고차에 물건들을 싸서 실을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내 첫 아르바이트는 끝나는 구나..
또 잠시 멍하니 서있는데..
그 아저씨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이따가 노래방 갈껀데 같이 가요..
노래방..?
한번두 안가본곳..
낯선환경을 싫어하는 난..
글쎄요..
하지만..그의 눈은 계속 조르고 서있다..
애써 눈을 피하며 결산을 끝내구 주인 아저씨랑 언니들에게 인사를 하러갔다..
낼 대학로 매장으로 나올래..?
주고싶은 것두 좀 있구..
담에 또 만나서 일하믄 좋겠구..
사장 아저씨랑..그 형님이 내게 청바지 하날 싸주시면서..아쉬움을 표한다. 정든 사람들..집과 학교 외에서 처음알게된 사람들인데..내게 사회란 곳에 두려움 없이 다가 설 수 있게 너무도 따뜻하구 좋은 사람들이었다.
네 갈께요..대학로두 한번 가보구 싶었던 곳인데..
잘 찾아갈 수 있을가 몰라..친구랑 같이 가두 되죠..?
저 헤매다가 좀 늦어두 이해해 주세요..
인경이와 팔짱끼구 버스정류장으로 나서는데..
동주가 길을 막고 선다..
나랑 얘기 좀 하자..
괜찮지..?
인경이랑 얘기 하고 싶어하면서 왜 내게 물어보냐..?
눈치보이게..
그런데 그 순간..인경인 내게 팔짱을 더 꽉 끼면서
뒤로 물러선다..
할 말 없어..
그동안 고생많았어..
잘 살아..
아니..난 너 ..그냥 이렇게 헤어지기 싫어.
얘기 좀 하자..
아냐..난 더 할 말은 없어..
추운데..가자..
동주의 그 애닯은 눈을 뒤로 하고 인경이에게 끌려 그 길을 벗어나고 있다. 뒤돌아보며 마음을 끓이는건 인경이가 아닌 나..
왜 그렇게 모질게 해..?
그냥 얘기 하자구 하는 거 아냐..?
너두 동주 나쁘게 본 건 아니잖아..?
그럼 뭐해..?
내가 걔랑 사귀귀라두 할까..?
어차피 아닐꺼면 애초에 아닌게 더 나아..
사귄다..?
그럴 정도로 많은 얘기가 오간거였구나..
새삼 일주일이란 시간이 길었구나 싶다..
동주는 대학을 갈 수도 있었다구..
인경이가 신경쓰여하면 갈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했었다구..
인경이가 그렇게 모질게 대할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구,
또 인경이의 그 확고한 마음에 놀라구..
책대여점을 하는 사촌언니덕에 온갖 책을 가리지않고 다 읽는 인경인 사물을 그렇게 편협하게 보구 사람을 그런 조건으로 판단하는 것이 여지껏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완 넘 달랐다. 적어도 내가 4년여 본걸론..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는데..겁이나서 스스로 맘을 닫으려 한다구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돌아올 상처에 미리 겁먹고 물러서는 작은 아이..두 눈엔 눈물이 글썽이면서도 목소리엔 잔뜩 힘주고 아무렇지도 않다구 말하고픈 그 아이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왔다.
왜 그래야 하지..? 대학가구 안가구가 그렇게 중요한가..?
왜 알아보지두 않구 맘을 접어야 하는거지..?